[Opinion] 군대는 왜 국가가 폭력을 자행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을까? [예술철학]

카투사로 전역한 사람과 철학자 미셀 푸코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7.0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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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USA-카투사


전역이 코앞이다. 이미 전역한 사람이 그러했듯 이 시기에는 그간의 더러움과 역겨움이 씻겨져 나가고 후련함만이 선명하게 보인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회상에 젖기도 하고 앞으로 군대에 들어갈 사람들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는 오묘한 감정도 든다. 아마 다가오는 시원섭섭함이고 누군가 장난으로라도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들게되는 불쾌함이자, 더 이상 그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이다. 그러나 군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해서 잊지말자 마음먹은 것이 있다. "여기뿐만 아니라 여기 이렇게 만든 사회 바꾸는데 일조하자". 주변에서 흔히 듣게 되는 전역자들의 "떠나는 사람이기에 남은 사람과 군대는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은 우리가 그 동안 받은 것과 앞으로의 아이들에 대한 무책임한 사유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 있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무도해지고 감정이 흔들려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군대에서 겪은 불행과 저열함들에 대해 분명히 잊지 말고 개선을 위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카투사로 군생활을 마치게 되었다. 카투사는 미 육군에 증강된 한국인이라는 표현으로 (Korean Augmentation to the U.S Army) 주한미군과 함께 국방의 의무를 진다. 나라에서는 대한민국 군사외교관이라는 멋있는 말을 붙여줬다. 참 거창하면서도 신성함을 강조하는 세속적인 이름이 아닌가. 그런데 이 군사외교관은 미군이랑 똑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은 십분의 일을 받는다. 미군들은 “너네 카투사들은 핸드폰도 못쓰고 어떻게 연명하냐”라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했고 행정위치상 한국군과 미군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아니게 될 때는 열심히 카투사의 실태와 권리를 피력하였다. 최근에 군 월급이 두 배 가량 인상되었다지만 한국 군인들은 미군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고, 오른 금액도 최저임금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그 참담함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군대의 부조리는 병 상호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부당함은 너무나 많고 사람마다 다양한 고충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줄일 수 있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적, 법적인 요소인 체계로부터 오는 부당함이다. 군 월급이 한참 부족한 것은 물론 카투사는 일반 육군과 받는 행정적 대우부터가 다르다. 일반 육군이 내무반이라는 공동 숙소를 이용한다면 카투사는 대학 기숙사 같은 2인 1실 혹은 1인 1실 방을 이용한다. 독립적 공간인 방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적 영역이 늘어나 자유롭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리고 육군과 달리 장교와 부사관이 관물대를 마음대로 열지 못 한다.

최근에 한국군 부대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과 후 자유로운 외출이나 휴대폰 사용, 업무 외 일과 부여 금지는 이미 미군과 같이 일하는 카투사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카투사와 미군은 제초, 제설, 식당 등 기타 업무에 기본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또한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훈련이나 검열기간, 일을 끝내지 못한 것이 아닌 경우 자유 시간이 부과된다. 무엇보다 카투사의 장점은 매주 외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훈련기간이나 평소 품행이 방정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매주 금요일에 외박출발, 일요일 저녁에 복귀를 한다. 외부업체가 대신하기에 위병소 근무또한 없다. 이토록 일반 군인들이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음으로부터 오는 놀라움보다, 작년 육, 해, 공, 의경으로부터 "카투사의 외박이 너무 잦아 줄이라"는 통보를 받은 점이 더 경악스럽다. 각자의 영역에서 군인과 의경의 인권과 복지를 생각하지 못할 망정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모범 사례를 줄이라고 하는 것을 보며 “아 여기가 헬조선이 맞구나”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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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송곳의 한 장면. 육군사관학교의 병폐를 꼬집었다.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에 대한 것이다. 군대는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계속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 원인들은 사회라면 분명히 야기되지 않을 것들인데, 군대이기에 발생하는 점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군대는 여전히 계급과 도구적 합리성의 사회를 표방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사람을 온전히 그 사람 자체로 보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군 조직의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육군은 병 상호간에 3개월, 6개월 동기제를 실시하여 상호간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지만 여전히 계급은 나누어진다. 모두가 계급 사회는 옳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군대는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계급사회의 폐해는 미군보다 한국군이 심하다. 예를 들어 영어 YOU는 격식체다. 그렇다면 동일구조로 계급에 상관없이 한국군도 존칭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낮은 계급이 먼저 높은 계급에 존칭을 사용한다. 반대로 서로간에 편하게 부르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장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방개혁으로 군 인권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지켜야 할 표준이 개개인보다 앞서서 작용한다. 그러다보니 군인들은 상황과 구조를 타파하는 법보다 자연스럽게 그 기준들을 받아들이고 일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혐오하게 된다. 최근에 지드래곤의 군병원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지드래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이 정당히 받지 못했던 조치를 들먹이며 지드래곤을 비난했다. “나는 아팠는데도 그냥 약주고 끝났는데 쟤는 병가를 받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쟤는 저렇게 편한 보직에서 일하네?”, “나때는 안그랬는데 쟤는 어리버리하고 폐급이네” 등과 같이 부당한 구조가 ‘의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개인은 무력하기에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졌다. 국가가 보여준 폭력은 다른 개인에게 폭력을 전가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렸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개인의 개성과 인격이 군복과 군번줄로 바뀌어 버린 이 곳은 나만 열심히 살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돌아간다.

또 군대에서는 매주 정훈수업을 받는다. ‘정치훈련’이라는 줄임말로 70년전 그리고 냉전시대에서나 볼 법한 내용들이 바뀌지 않고 계속해서 나온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자 고상한 진리이며 눈부신 시장경제체제는 대한민국을 현재의 자리에 올려놓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군인들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강요한다. 정치적 중립은 이미 틀어진 것에 대해 바로잡아서 중립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군에서는 이미 보수, 우파의 사상을 가르치면서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닌가? 군대는 절대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가는 법, 통일을 위해 군인이 해야 하는 일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국가의 방위만을 요구하며 군인이자 국민이기에 앞장 서서 행할 수 있는 ‘무력 없이 대북 평화를 유지하는 법’ 혹은 ‘과연 누가 안보위기를 부추기는가’에 대한 일말의 논의도 없다. 오히려 정치적 사안과 군인들을 계속해서 유리시켜 왔다. 대한민국 남성이 군에서 배우는 영향으로 추후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보수적 사상에 물드는 점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남북의 평화는 같이 간다. 둘 중 어는 것이 먼저다! 라고 말하는 것은 낡은 담론이며 역대 방문한 대통령들의 공동 선언 및 이행과 북한이 반민주적으로 돌아갔을 때 남북 관계가 틀어졌음을 통해 그 역학을 알 수 있다. 어떠한 국민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각자의 권력과 자본이 대립과 그 위기를 격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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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1926-1984) 게이였다.


군대 때문에 얻은 것이 없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군대 덕분에 얻은 것은 아니다. 국가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폭력을 합법적으로 인정한 단체인 점을 의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동성애자를 모욕하고 그들의 처벌을 지시한 전 육군참모총장의 발언, 군부대내 총기사건과 확성기 비리로 미루어 볼 수 있는 집단의 폐쇄성 그리고 대체복무가 존재하지 않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17년만에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것이 인정되는점까지 자연스럽게 국가와 군대의 실체에 대해서 묻게 되었다. 그 기저에는 담론은 권력에 기반하여 성립된다는 계보학에 토대를 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있었다. 그를 통해 아나키즘과 자크 랑시에르 같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푸코는 그의 말년에 사유의 전환을 보여준다. ‘성의 역사’ 2권 『쾌락의 활용』을 쓰던 기점으로 그의 사상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그의 저작 『자기의 테크놀로지』는 그 사유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기에서 올바른 객관적 기술이 이성적 자아로부터 존재한다는 근대의 합리성으로서의 ‘주체’가 사실 지식, 권력의 영향을 받은 함수로 보았다면 후기에서는 주체를 어떻게 다시 미적-도덕적 주체로 세울 수 있는가에 질문을 던진다. 이로써 타율적인 인식으로서 형성되는 근대적 ‘주체’가 아닌 ‘자기의 배려’라는 현대적 ‘자기’가 들어서게 된다. 고대에는 ‘너 자신을 배려하라’와 ‘너 자신을 인식하라’라는 두 원리가 있었지만 푸코는 금욕적인 그리스도교적인 도덕과 데카르트부터 후설까지 이르는 서양 전통의 영향으로 ‘너 자신을 인식하라’라는 격률이 우위에 섰다고 본다. 중세의 ‘자기 포기’와 근대의 ‘반성 철학’이 존재미학이 아닌 욕망의 해석학을 낳은 셈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동성애가 자유로웠고 이성애, 게이, 레즈비언 중 어느 것이 신이 부여한 보편 성애라는 개념이 그들에겐 낯설었다. 그들이 성을 규제하는 방식은 미학적 기준으로서 양적(과도하냐 적절하냐), 질적(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기준이었으며 성인 남성과 미소년 사이의 성애는 능동적-수동적 불평등 관계에서 능동적-능동적 평등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들의 에로스는 개인적 영역으로서 사적인 성관계만을 맺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스포츠를 통해 성숙해지고 법과 제도 등 공적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명의 성인 남성을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푸코는 플라톤의 ‘항연’에서 디오티마의 계단론을 육체적 사랑(아프로디지아)에서 우애(필리아)로, 더 나아가 지혜를 주고 받음 속에서 진리의 영역인 이데아로 향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지혜를 갖고 있지는 못하나 그것을 사랑하는 자로 규정된다. 필로스(우애)는 소피아(지식)을 낳고 필로소피아는 철학이라고 불리게 된 것을 통해 산파술의 대가인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의 현신임을 알 수 있다.

푸코가 되살리고자 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성도덕이 아니라 자신을 미학적-윤리적 주체로 만드는 미학적 방식에 있다. 이미 만들어진 보편 윤리와 금욕, 금지를 통해 개인을 종속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구성하고 미학적으로 형성하는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푸코는 각자가 자기의 스타일로 제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존재의 미학을 말한다. 미학과 윤리학의 접목은 이제 칸트의 목적 자체로서 선함과 고대의 탁월함으로서 미적 덕성이 합쳐져 새로운 보편을 만들게 된다. 더 이상 말 잘 듣는 객체로서 신민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기존 권력과 구조에 저항할 수 있는 당당한 주체로서 개인과 군인이 되기를 바란다. 제대 후에도 앞으로의 군인들과 더 나은 미래 사회를 위해 함께 문제를 제기하며 부단히 노력하여야 함을 다시 한 번 아로새긴다.


- 푸코에 관한 내용은
진중권, [현대미학 강의]에서 발췌




[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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