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타인 [문화전반]

나를 타인으로 만드는 외로움
글 입력 2018.07.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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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네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타인인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타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남이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외로워져서 너를 타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너의 안부를 묻고, 계속 연락하고, 몸을 맞대고 그러다가 어떤 이유때문에 멀어지게 되면 가슴 아파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 될 수 있고 그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타인이 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되는 과정과 그 외로움에 공감하기 위해서 "타인"을 주제로 한 가사를 쓰고 싶었다. 첫 시작이자 후렴은 '네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너도 나에게 그랬으면'하는 마음을 실었다.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 속에 존재하는 내가 아닌 기분, 그런 거 있잖아.’
‘군대에서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땐 정말 죽고 싶더라.’


외로움.jpg
외로움 (출처 : 파이낸셜 뉴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래 역시, 나 혼자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했다. 타인이 된다는 건 누군가로부터 외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다들 말한다.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누군가 곁에 없을 때 쉽게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끔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외로운 존재가 될 때 우리는 타인이 된다. 외로움이 무섭다고 느껴지는 건 혼자 있지 않은데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 아닐까.

타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혼자 이 세상을 걸어가는 것
세상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나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난 그런 적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랑할 땐 있지.’

조용한 분위기에 술 한잔을 털어놓고 누군가 말했다. 이런저런 사랑 얘기들을 주고받는 와중에 는 익숙하게 다른 세계로 빠져들었다. 언젠가 도 혼자 세상 속을 걷다가 그녀의 세계를 발견했고 내 존재의 의미, 진정한 를 찾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내 모습을 찾았고 그녀의 손에서 내 손의 감촉을 느꼈다. 그러나 애초에 그녀의 세계에서 는 타인이었다. 그녀는 그 세계 안에 누구를 초대한 적도 없었고, 울타리 밖 세상을 구경하다 잠깐 나와 눈이 마주쳤을 뿐이었다. 는 그 세계를 동경하다 못해 사랑해서 내가 그 안에 있는 줄 알았다. 그곳에서 멀어진 뒤에도 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의 세계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IMG_1678.JPG
테두리 밖 (출처 : '사랑할 땐 있지'라고 말한 예비 사진작가)


내가 있는 곳은 그녀의 테두리 밖
한때 함께 마주 앉았던 그 울타리 밖
벽을 넘으려고 애를 쓰면 저기 저멀리
내가 안겼던 그 풍경이 나를 비웃지





‘너 아직도 그 사람 좋아해?’
‘아니, 그게 몇 년 전인데!’

문득 현실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어 내 눈 앞에 친구들을 두고 는 서둘러 그 세계에 있는 를 타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내 기억 속 세계에 존재하던 는 내가 아닌 것처럼 낯설었다. 낯선 모습의 는 그녀의 세계가 아니라 나만의 세계에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닫자 지금까지 본적 없던 외로움이 되어 를 불렀다. 그리고 외로움의 모습을 한 는 내 눈을 보며 물어왔다. 를 타인으로 만들었던 건 누구이며 는 도대체 누구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는지.

그 세계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
알 수 없는 곳에 머무르는 것 같아
낯설게 마주한 낯선 곳에서
외로움의 모습을 한 어두운 사람





결국 타인이 되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타인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나의 세계'에서 밀어내고 타인으로 만들 때 온다. 그때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의 세계에 존재하는 이방인으로 치부해버리며 는 위안을 얻고자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보는 버릇은, 그 시절의 를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그 때의 내 모습을 계속 타자화하는 과정이었다. '나의 세계'에서 를 타인으로 만들어가며 상처 받았던 내 모습을 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외로워 하고, 죽고 싶기도 하고 '나의 세계'를 찾아가기도 했던 그 모습도 결국 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언젠가는 그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언제쯤 나는 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진짜 를 찾을 수 있을까.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이 내가 맞을까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이 되려 물어봐 
그곳의 나는 누구일까
이곳의 나는 누구일까, 나는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내게 남이 아니었으면
언제쯤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진짜 나를 찾아줘





"타인"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타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혼자 이 세상을 걸어가는 것
세상 사람들 다 있는 이곳에서
나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내가 있는 곳은 그녀의 테두리 밖
한때 함께 마주 앉았던 그 울타리 밖
벽을 넘으려고 애를 쓰면 저기 저멀리
내가 안겼던 그 풍경이 나를 비웃지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
그 세계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
알 수 없는 곳에 머무르는 것 같아
낯설게 마주한 낯선 곳에서
외로움의 모습을 한 어두운 사람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이 내가 맞을까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이 되려 물어봐
그곳의 나는 누구일까
이곳의 나는 누구일까, 나는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네게 남이 아니었다면
-
네가 내게 남이 아닌 것처럼
나도 내게 남이 아니었으면
언제쯤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진짜 나를 찾아줘
작사 민현





이미지 출처: 파이낸셜 뉴스, 내 사진첩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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