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샤의 눈으로 바라본 작고 매력적인 세계 - 타샤의 돌하우스

글 입력 2018.07.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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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적 한번은 귀여운 인형과 함께 놀아본 적 있지 않을까? 흔히들 여자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남자아이들도 인형이 지닌 매력에서 벗어날 순 없었을 테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꼭 닮은 인형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생명 깃든 요정은 아닐까 상상했을 듯 하다.

잘 떠올려보면 인형이란 존재는 우리와 참 가까웠다. 인형은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고고히 살아가는 이상적인 존재이기도 했고, 때로는 내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다. 그랬다. 왜 과거형이냐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옛 동료와의 우정과 모험담을 잊은 채, 이전보다 현실에 목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많다.  하지만 타샤와 같은 사람은 특히,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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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포근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단번에 매료시킨 동화 작가인 타샤는 아마 마음 속 무한히 샘솟는 순수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지극히 섬세한 손길로 자신의 집을 똑 닮은 미니어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작은 집 안에서 그녀가 꿈꾸는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도록 아름다운 인형도 만들었다. 그녀의 인생 전반에 거쳐 쭉 이어진 아기자기한 인형과의 일상. 그렇게 긴 시간동안 천천히, 느리게, 조그만 집을 꾸미며 인형과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 정말 순수한 상상력이 있지 않는 이상 실현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책 타샤의 돌하우스는 챕터별로 그녀가 꾸민 미니어처 하우스의 다양한 모습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그녀의 삶의 궤적을 좇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대 특성상 책에 실린 사진 자료는 다소 앤틱한 분위기가 풍기는데, 타샤 특유의 감성이 집약된-말 그대로 동화같은-데커레이션과 어우러지며 책에 닿는 시선마다 운치를 더한다. 가만히 책장을 넘기다가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인형의 집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게 되면 크게 놀라게 된다. 왕성한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녀는 필요한 소품을 하나둘 직접 모으고 때로는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기도 하면서 그 작은 집을 채워나갔다.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 실제 집보다 더 아름다운 듯한 느낌은 착각이 아니다. 마치 자신의 가족을 대하듯 인형을 어루만지고 관심을 쏟았기에 인형의 집은 필연적으로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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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들려주는 인형의 집 이야기의 이면에는 그녀가 바라본 세상의 풍경과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곤조곤 듣다 보면, 막연히 동화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내 앞에 다가와 말을 거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려있기에 더욱 생생할지도. 나는 어쩌면 내 마음속에서 타샤를 유년기의 뮤즈로 신격화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막상 타샤의 삶을 인형의 집을 통해 가까이 들여다보니 새롭게 알게 된 그녀의 생각, 습관, 감정 하나하나가 놀랍도록 내게 깊이 있게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은 타샤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데려온 것인데, 옆에서 곁눈질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그녀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무드에 푹 빠져버린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겠다. 한 때 인형과 대화를 했었던, 혹은 때로 동화같은 꿈을 꾸는, 어쩌면 그냥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든. 이 책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말랑말랑한 감성을 되새기게 하면서 꿈보다 더 꿈같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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