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 속의 보물, 빈티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7.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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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빈티지’의 정의를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빈티지’하면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빈티지 특유의 오래되고 꿉꿉한 분위기와 빛바랜 여행가방의 색감이 떠오른다. 빈티지가 무언가 오래된 것을 표현하는 단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됨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 것도 틀림없다. 그렇다면 빈티지에는 세월에 어떠한 특별함이 더해진 것인가?



빈티지 컵

어느 요리 유투버는 푸드 스타일링에서 컵을 접시 못지않게 중요시한다. 처음엔 맛깔스런 요리에만 정신이 팔려 컵이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그녀의 영상에 빈티지 컵 매장이 등장한 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영상 속 매장은 밝은 조명 아래 똑같은 컵들이 일렬로 나열된 일반 식기 매장과 달랐다. 나긋한 조명 속 제각기 매력을 뽐내는 컵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그 공간은 마치 보물이 숨겨진 골동품 상점 같았다.

몇 십 년 전 유행의 반듯반듯한 폰트와 일러스트, 옛날 브랜드 로고에 단순하게 칠해진 색깔이 특징인 빈티지 컵.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계속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심지어 누군가 예전에 쓰던 것이며 누가 썼는지 모른다는 사실조차 마음에 든다. 오랜 세월 살아온 빈티지 컵에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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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빈티지 컵은 한마디로 대세이다. 인스타그램에 #빈티지컵을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물들이 나온다. 판매도 이뤄지고 있으며 구하기 어려울수록 가격은 높아진다. 1970년대 서울우유 230㎖ 흰색 도자기 머그컵 5개는 옥션에서 28만5000원에 판매됐으며 1995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당시 나온 OB베어스 컵 등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사실 빈티지 컵은 2018년의 한국을 강타한 복고 열풍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네이버에 복고 열풍 혹은 레트로 열풍을 검색하면 올해 기사가 끝도 없이 나올 정도로 패션, 음악,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는 단연코 ‘복고’이다.



레트로 디자인 가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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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대우전자는 최근 1년간 프리미엄 미니 가전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레트로 디자인 더 클래식 시리즈 냉장고, 전자레인지 판매량이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더 클래식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시리즈는 복고풍 스타일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다른 제품들보다 약 30% 정도 비싸지만 월 평균 판매량 150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익선동 콤콤오락실

#16비트칼라 #최신게임없음 #지능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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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걷다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VR(버추얼 리얼리티) 게임카페가 드문드문 보인다. 2차원 컴퓨터 게임이 3차원의 VR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최첨단 기술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 때, 익선동에 위치한 한 오락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철권, 보글보글, 비행기게임, 킹오파98 등등 추억의 오락기계들을 그대로 갖다 놓은 이 오락실은 정겨운 복고감성으로 익선동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코모도어, 아타리, SNK, 세가 등 여러 게임 회사들은 예전에 출시되었던 레트로 게임기를 올해 재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식품-별뽀빠이, 칠성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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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아온 별뽀빠이가 출시 47주년을 맞아 기념 한정판을 냈다. 삼양식품에선 매년 별뽀빠이의 디자인을 바꿔왔는데 이번 기념 한정판에는 특별히 1980년대의 디자인을 사용한다.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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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칠성사이다에서도 창립 67주년을 맞아 빈티지 패키지를 한정 판매했다. 최소한의 색 사용과 복고 감성이 묻어나는 폰트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복고, 과거로 돌아가다.

말을 알아듣는 사물까지 등장한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할까?

빈티지 제품은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신선함이나 시각적인 만족을 넘어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빈티지가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이다. 빈티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추억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함께 쌓여 물건 이상의 가치를 가진 그 무언가이다. 복고 열풍은 불타올랐다가 금방 사그라지는 일반적인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복고가 특히 주목받는 시기는 존재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으로써 복고 문화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왔다.

글을 작성하며 여러 빈티지 제품들을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필자는 빈티지에 대한 명료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굳이 말로써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을까. 복고 열풍이 소환한 옛 추억에 위로받으며 힐링할 수 있는 현대인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 그만이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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