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페미니즘으로 놀아보자

글 입력 2018.07.0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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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페미니즘은 한국사회에서 무수하게 다양한 의미로 정의되었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재다. 몇몇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읽어봤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페미니즘의 넓은 범주와 다(多)학제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페미니즘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던 차에 페미씨어터가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회 개최되는 행사라 그런지 행사를 주최하는 페미씨어터라는 단체도 낯설었다.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그동안 획일화된 모습으로 그려진 여성캐릭터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궁극적인 성평등을 목표로 한다. 그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가진 생각이 나와 일치하기도 했고 1회 연극제여서 더 관심이 갔다. 이미 많은 연극제가 있는 세상에서 언제 또 1회 연극제에 가볼 기회가 있겠는가! 또 첫 번째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우여곡절이 많기도 하고 페미니즘 연극제에 대한 향후 몇 년간의 이미지가 이번 첫 행사로 인해 결정되기 때문에 주최자들이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임했을 것이다.

게다가 페미니즘의 대두와 미투운동으로 격변의 시기를 겪은 문화예술계 구성원들이 페미니즘 연극제라는 이름을 걸고 공연을 하는데 과연 그들이 페미니즘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궁금해 연극제 관람을 결심했다.

*

연극제에 대해 더 알아보니 공연장 대관과 홍보물 제작 등을 위해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1달 동안 무려 1천9백만 원에 가까운 후원을 받았다. 모금한 금액도 놀랍지만, 연극제에 참여한 공연팀들도 놀라웠다. 제작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로 연극제에 참여할 몇몇 공연팀을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참가신청을 받아 모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연극제에는 총 9개의 팀이나 막을 올린다.

모든 연극인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번 극단 신세계의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가에게 묻는다>를 관람했을 때 연극인들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던 게 인상적으로 마음에 남아있어서 녹록지 않은 연극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연극제에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공연팀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0 페미니즘 연극제-포스터.jpg
 

Play~ Play~Feminism!
플레이~ 플레이~ 페미니즘!


객석(ㄴ)과 무대( Γ )를 넘나들며
페미니즘으로 놀아보고자,
페미니즘 연극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6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대학로 일대 등에서 총 9개의 공연이 막을 올리는데 그 중 극단 불한당의 <노라이즘>에 특히 흥미가 간다.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여주인공의 이름은 같으나 현대의 한국으로 배경과 내용이 각색되었다. 연극의 초반부는 남편이 자신의 아내 노라를 최고의 현모양처를 찾는 TV 프로그램에 신청하고 노라는 자신의 생활이 공개되는지 모른 채 노라의 생활이 대중들에게 공개되며 그녀가 현모양처인지 아닌지 사람들에게 평가받게 된다.

초반 줄거리는 영화 <트루먼쇼>를 떠오르게 하는데 영화 <트루먼쇼>처럼, 그리고 <인형의 집>처럼 노라가 현재 그녀가 속한 세상을 뚫고 나오게 될지 궁금하다. 극의 주제의식을 생각하면 노라는 현모양처라는 사회적 잣대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소설에서 인용한 것과 같이 노라가 해낼 일은 자신이 속했던 세계를 파괴하는 일이고 그런 모습은 지켜보는 제3자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기꺼이 노라의 여정에 관심을 갖고 따라갈 예정이다.


노라이즘_포스터.jpg
 

그 외에도 퀴어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창작집단 3355의 다큐멘터리 연극 <이방연애>, 전업주부와 학자가 중년기에 들어 서로의 자리를 바꿔보는 프로덕션IDA과 극단 기일게의 <환희, 물집, 환상>, 타인의 외모에 대해 거리낌 없이 평가하는 세태를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포스트잇 액션으로 보여주는 바람컴퍼니의 < Action! 입을 대다 >, 가난하고 불안정한 여성 그리고 배우로 사는 삶을 털어놓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등 일상적이면서 다양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페미니즘과 관련 없어 보이는 극도 있는데 연극제 성격에 맞게 잘 풀어낼 것인지 주목해볼 만하다.

연극제 참가를 주저하는 분들이
고민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내가 해도 될까?
이 작품이 페미니즘 연극일까?”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자기검열을 해왔고,
그러는 동안 우리의 목소리는 묻혔습니다.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텀블벅 소개글 中-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페미니즘의 범주는 매우 넓고 그런 특성 때문에 하나의 정형화된 페미니즘은 없다고 생각한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페미니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 연극을 준비하던 사람조차도,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도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기를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이번 연극제를 통해 자신의 제한된 생각의 틀을 깨고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에 관한 대화를 향한 첫발자국을 내딛어보자.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 PLAY PLAY FEMINISM -


일자
2018.06.20(수) ~ 07.29(일)

장소
미아리고개예술극장
달빛극장, 드림시어터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
대학로 일대(이동형)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페미씨어터

제작
극단 불한당 / 극단애인 / 무아미아
바람컴퍼니 / 여기는 당연히, 극장
우주마인드프로젝트 / 창작집단3355
페미니스트극작가모임 호랑이기운
프로덕션 IDA + 극단 기일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문의
플레이포라이프
010-2069-7202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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