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시절 귀신 이야기 [기타]

글 입력 2018.07.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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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어려서 천둥번개를 무서워할 때 엄마는 나에게 가끔 무서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단순히 어린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장난 섞어 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불 속에서 나는 혼자 있을 때 그 엄마가 말해준 귀신이 나올까 봐 엄마가 다른 곳에 못 가도록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고는 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나는 학교에 가서 엄마에게 들었던 달걀귀신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나도 재미없어 하여 머쓱하게 이야기를 끝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러 공포 영화와 만화를 접하며 다양한 귀신들을 만나갔다.
 


빨간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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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나고야 살인사건>


그러던 중 나에게 가장 큰 공포를 가지고 온 것은 바로 빨간 마스크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쉬는 시간마다 빨간 마스크 이야기로 쉴 틈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어린아이들에게는 화제였다. 빨간 마스크는 갑자기 나타나 지나가는 아이에게 “나 예쁘니?”하고 물어본 뒤 예쁘다고 하면 자신과 똑같이 만들어주는데, 아이들은 서로 조심하라며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등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빨간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2007년 <나고야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우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알고 있는 괴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느 귀신이 그렇듯 빨간 마스크도 빨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성형수술에 실패하여 그것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썼는데, 그것이 피로 물들어 빨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성형수술에 실패한 여성의 모습을 당시 사회가 어떻게 비추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처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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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전설의 고향>


빨간 마스크가 최근에 나타난 귀신이라면 처녀 귀신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도 전통적인 귀신 중 하나일 것이다. 처녀 귀신은 시집을 못 가고 죽은 사람이 원한을 가져서 생긴 귀신이다.

처녀 귀신은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데, 손각씨 귀신이라고 하는 처녀 귀신은 처녀에게 달라붙어 병에 들게 만들거나 다른 괴롭힘을 가해 시집을 가지 못하게 만드는 귀신이라고 전해진다. 처녀 귀신과 매우 비슷한 상황의 귀신 중 하나가 바로 몽달귀신인데 몽달귀신은 상사병에 걸려 죽었거나 장가를 가지 못해 죽은 사람을 말한다. 이 귀신은 그 원한으로 처녀를 괴롭힌다고 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그 괴롭힘의 대상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귀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귀신은 공포의 대상으로써 사람들의 인식을 만들거나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빨간 마스크와 처녀 귀신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성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속박시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최은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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