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를 즐기는 3가지 방법 [여행]

Het Concertgebouw, Amsterdam
글 입력 2018.07.0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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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을 배우면서 한 때는 다음 생에 태어나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이번 생에는 별 재능이 없으니 취미로만 그치겠지만, 음악가로 태어나서 멋진 한 생을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낭만 속에 젖어있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애매한 재능은 그것을 직업으로 하려는 인간을 쉬이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미일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도 마음을 붙이고 프로의 세계로 뛰어드려는 순간 “네가 감히? 나를?”하고 흰자를 치켜뜨며 노려보는 것이 예술이다. 이 서슬 퍼런 눈길을 버티며 없는 재능 있는 재능 꽃피우는 것이 예술이고 특히나 클래식 음악계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나는 한참 바이올린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고, 학교 관현악단에서 악장을 맡아 인생 최대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도 했다. 선생님을 위한 생일축하 노래를 편곡해보기도 하고, 무지막지하게 밥을 빨리 먹을 것을 멤버들에게 요구하고 1시간밖에 안되는 점심시간에 30분씩 연습을 강행했다. 매번 늦게 오던 얄미운 후배에게는 식당에 가서 ‘언제쯤 올까아~?’하고 쳐다봤으니. 음, 적고 나니 그리 좋은 리더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이후 모든 리더가 되는 것은 그만두었다. 이 시기는 학업의 압박에 ‘공부 말고 무엇이든 좋다’의 태도를 견지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음악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과 관현악단 악장으로서의 권위를 위해 클래식을 들었고, 어렴풋이 유명한 관현악단의 이름도 익혀놓고 있었다. 그 때 들어본 이름이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다.

암스테르담 로얄 콘세르트허바우를 본거지로 한 왕립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는 1888년에 창단되었다. 이후 창단 100년을 맞아 1988년, 네덜란드 여왕 베아트릭스로가 콘세르트허바우에게 ‘왕립 Royal’ 칭호를 하사했다. 콘서트홀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조금 아래 쪽, 뮤지엄플레인 하단에 위치해있다. 아마도 암스테르담 관광지 중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가장 먼 곳일 것이다. 건설 당시에는 암스테르담 도시 선을 살짝 벗어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음향의 커다란 건물을 짓기 위한 목적으로 보다 저렴한 부지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살짝 비뚤어진 형태로 국립박물관(Rijksmuseum)을 마주보고 있으며,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뮤지엄플레인을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트램, 자전거, 버스로 모두 접근 가능하다. 담 광장에서 걸어간다면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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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세르트허바우의 건물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콘세르트허바우의 컨텐츠를 즐기는 방법 중 세 가지를 소개한다. 가이드 투어, 런치 콘서트, 그리고 본 콘서트다. 먼저 가이드 투어는 콘세르트허바우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다. 소개팅이라고 생각해보면, 서로 대화를 해가며 가족사, 힘들었던 일들, 그리고 이 사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가이드 투어는 영어와 네덜란드어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영어 투어의 경우 (2018년 기준) 월, 수, 금, 일 진행된다. 수요일 투어는 두 번째로 소개할 런치타임 콘서트 이후에 진행되므로 공연을 먼저 듣고 느낀 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콘서트 티켓 없이도 신청 가능하며, 1인당 10유로다. 콘세르트허바우 티켓 예매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낯선 곳을 알아가기에 가이드 투어만큼 좋은 것은 없다. 콘세르트허바우를 건립한 사람들의 이야기, 건축물에 대한 세부사항, 메인 홀(Main Hall) 내부를 장식한 작곡가 선정 기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메인 홀에 적힌 작곡가들 중에는 네덜란드 출신 작곡가들의 이름도 있는데,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음악가는 아닌 경우도 있다. 건물을 장식할 당시에는 유명했으나 이후에는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다. 메인 홀 구석구석을 돌며 무대에도 올라가 볼 수 있다. 무대에의 꿈이 있는 사람들이나 무대에 대한 선망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더더욱 감동적인 순간일 것이다.

합창 홀(Choir Hall)에서는 직접 앞에 나가 몇 마디를 해보고 독특한 울림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투어를 하는 것이다 보니, 쑥스러움에 다들 ‘아, 아’ ‘안녕하세요’ 정도만 반복했다. 하지만 앞 쪽으로 소리가 모이도록 설계된 방의 구조를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때 노래를 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종종 상상한다. 내가 만약 아이유라면 여기서 멋지게 한 소절 불렀으려나.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참 부러운 재능이다. 운이 좋다면 투어 도중 콘서트의 리허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코스는 아니므로,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고 싶다면 콘서트에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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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무료 런치 콘서트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반, 약 30분간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메인 홀에서 진행되며 프로그램은 매번 다르다. 그 날 저녁에 콘서트가 있는 경우 콘서트 리허설을 공개하기도 하고 콰르텟, 트리오 등의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보통 두 곡 정도를 들을 수 있다. 메인 홀에서 진행되는 콘서트에는 티켓이 필요 없으므로 약 30분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때에 따라 5분 전에 도착하더라도 입장이 가능하다. 메인 홀이 아닌 리사이틀 홀(중간 크기)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는 11시 30분부터 티켓을 판매하고, 티켓이 꼭 필요하다.

런치 콘서트의 장점은 1) 낮에 진행되며 2) 무료다. ‘낮’에 진행되는 콘서트가 장점을 가지는 이유는 자연광을 받을 수 있는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메인 홀의 특성 때문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해와 구름의 변화에 따른 드라마틱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암스테르담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수요일 낮 시간이 비어있다면 잠시 짬을 내서 자전거를 타고 콘세르트허바우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며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관광객에게는 무료라는 점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좋지 않은 좌석을 구매하더라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콘서트 예매 및 관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클래식보다는 뮤지컬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런던에서 ‘문화생활’ 예산을 쓰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해 콘세르트허바우에서는 기꺼이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콘세르트허바우의 풍부한 울림을 충분히 즐기고 갈 수 있는 기회다.

마지막은 정식 공연 관람이다. 로얄 콘세르트허바우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로얄 콘세르트허바우의 음향 시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매우 훌륭하고 활기 넘치며 열정적이다”라며, 생동감과 균형을 로얄 콘세르트허바우의 특징으로 꼽았다고 한다. 음향 이외에도 고전적인 인테리어 덕에 콘서트 관람 체험에 고풍스러움이 더해진다. 1층 의자는 단층이 없지만 무대가 충분히 높아서 기둥에 가리지만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도 무대를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음향시설이 모든 좌석에서 동등하게 들리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어느 좌석을 선택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예상 뷰를 섬세하게 보여주므로 시야와 가격을 고민하여 선택하면 된다. 합창석도 추천한다. 오케스트라를 가장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좌석이다.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고 지휘자의 앞모습을 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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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홀 1층에서 드보르작 9번 교향곡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신세계교향곡>으로 익히 알려진 곡으로, 4악장 도입 부분이 영화 조스의 OST와 흡사하다. 빠-밤. 빠-밤. 4악장 중에서도 끝으로 달려가던 순간이었다. 모든 악기가 함께 같은 박자의 화음을 만들고, 바이올린은 빠르게 활을 움직이며 높은 음의 트레몰로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극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갈 때, 갑작스럽게 눈부신 햇빛이 메인 홀을 가득 채웠다. 시작할 때에는 분명 평소처럼 구름 낀 암스테르담의 하늘이었는데 그 순간 구름이 걷힌 것이다. 오전에 시작된 공연이어서 평소 11시에 일어났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조금 졸고 있었는데. 관현악단의 연주와 자연의 조명 효과가 합쳐져 지금까지 들었던 신세계교향곡 중 가장 감동적인 마무리를 안겨주었다. 런던필하모닉도, 베를린필하모닉도 모두 실내에서 진행된다. 낮의 콘세르트허바우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 채광은 전혀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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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면접을 볼 때에는 컨셉이 필요하다. 내가 바로 ‘그 나라 그 도시’에 가야 하는 이유를 어필해야 한다. 당시 나는 ‘클래식 덕후’로 컨셉을 잡았다. 교내 관현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경험이 있고, 로얄 콘세르트허바우가 유럽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기에 나는 그 곳에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면접관이셨던 교수님이 클래식 음악 팬이셔서 좋아하는 기자가 있냐는 세부 질문을 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대중음악은 강명석 편집장님과 박희아 기자님 글을 좋아합니다만.) 당시 열심히 보던 월간 객석 잡지를 추천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눈웃음과 함께 마무리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클래식 덕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콘세르트허바우에 꽤 자주 가며 교수님과의 의리를 지켰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교수님이 혹여 이 글을 보시고 너무 노여워하시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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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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