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시작합니다

글 입력 2018.07.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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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를 돌아 도래하는 마음들에 대해, 어째서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은지, 낯설기만 한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마음의 궤도주기는 이틀마다, 또 어떤 마음의 궤도주기는 한 주마다. 또 시작이구나. 일정한 체념 혹은 수긍.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일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나는 아직도 그 날들을 기억하고 그래서 그날들은 계속된다. 그런 식으로 반복되어왔던 것에 대한 지긋지긋함. 어떤 마음은 평생 나를 따라다닐 테지. 태연하고 침착한 사람들의 느긋한 몸동작과 단조로운 표정을 마주하면 당황스럽다. 예외 없는 당혹감을 느낀다. 조금은 무섭고 또 조금은 부럽다.

 
밤에는 하루를 휘젓던 마음들이 형체 없이, 그러나 커다란 부피로 휘영청 떨어진다. 둥근 배 위로, 밋밋한 이마 위로, 가느다란 손목, 발가락. 몸 위를 온통 덮쳐온다. 그리고 아무런 마음이었다가, 구체적인 단어의 형상을 흉내 내다가. 저 위에서 이곳까지 꾸준히 자맥질하며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나는 무언가를 헤아린다. 방향도 이유도 없이, 왜 잠잠하게, 아무렇지 않게, 따분한 표정을 흉내 낼 수 없을까. 마음이란 무엇에 대한 작용일까.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위안이 된다. 허무하게도.

돌고 돌아 기어이 제자리를 찾는 마음들을 이제는 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판단일까.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까지 갈 작정이니. 갈라진 결들마다 이름을 붙여줄까. 하나하나 따로 시간을 들여 울어줄까.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은 아무것도 까먹지 않고 어떤 것 하나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가느다란 이파리가 파르르 떨릴 때, 주인 없는 거미줄이 투명하게 흔들릴 때, 지난 밤 널어둔 옷가지가 까만 바람에 펄럭일 때. 왜 흔들려야 할까. 무엇이 지나갔고 이제 무엇이 되었을까.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은 다음을 재촉한다. 무연한 시간은 꾸준히 주기를 앞당긴다. 그러나 무성한 이파리 사이를 파고드는 빛과 투명한 거미줄에 걸린 물방울과 옷가지의 몸피를 불리는 공기. 그렇게 오가고야 마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끔찍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음들이 있다. 그것들을 기어이 포착해내고야 마는 마음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
 

그런 마음들, 그러니까 막연하고 형체 없는 그것들에 단어를 보태고 문장을 짜준다면 어떨까. 가끔 또는 자주 나를 집어삼키는 끔찍하고 민감한 마음들에 대해 기록하는 일을 시작하려 한다. 어쨌든 결정적인 삶의 라이트 모티프에 대해서.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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