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의 첫 리사이틀, 그리고 에튀드에게

프레디 켐프가 선사하는 3色의 리사이틀!
글 입력 2018.07.0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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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날 날씨와 분위기를 기억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의 한산한 느낌. 모든 강의가 끝난 6시였을까. 시간이 비어 우연히 학교 음악대학에서 공연하는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었다. 사실 연주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난 연주회는 나와는 조금 멀고, 정말 좋아하는 특정한 사람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있었다. 또 혹여나 보다 입 벌리고 졸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나. 그렇게 의자에 앉아선, 연신 눈을 깜빡이며 빠져들었다. 어두운 도화지에 중앙만 새하얗게 칠해놓은 느낌. 오롯이 피아노 소리에 집중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던 게 아직 생생하다.


프레디켐프.jpg
 

경험은 용기를 준다. 아마 그때의 기억이 또 나를 이끌었나 보다. 이번엔 맘먹고 리사이틀을 제대로 느껴보려 한다. 그래서 나를 위해, 나처럼 첫 리사이틀인 사람들을 위해 “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클”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프레디 켐프”그가 누군지 부터 알고 가야겠다.



프레디 켐프


프레디켐프2.jpg
 

1977년 영국 런던. 프레디 켐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8세에 데뷔하였고, 1992년 BBC 영 뮤지션 콩쿠르 우승을 통해 그의 이름은 세계로 퍼져나갔다. “1998년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였는데 이 결과에 대해 청중과 러시아 언론에서 거세게 반발하였고, 그를 “콩쿠르의 영웅”이라 칭하기도 하였다.”라는 얘기는 수상경력 언급 때 어디든 보충설명을 해놓아 그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피아니스트라는 걸 다시금 실감 나게 한다.


‘오늘날 가장 성공한 피아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연주자’


그의 이름 앞에는 이 말들이 꼭 붙는다. 이런 사람의 연주를 듣는다니, 직접!

이쯤이면 그가 이번 리사이틀에선 어떤 곡들을 연주하는지가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쇼팽, 라흐마니노프, 카푸스틴” 세 작곡가의 에튀드를 선보인다.

*etude : 프랑스어로 ‘습작‘, ’연습‘ 따위의 뜻. 음악에서는 보통 연습곡으로 번역된다.

이때 리사이틀이라는 단어가 나에겐 낯설게 다가왔다. 사실 원래도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에튀드는 정말 생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영어사전 앱을 꺼내 찾아볼 정도였다. 그리고의 반응은 ‘아~’와 ‘오~!’였다. 연습곡이란 것에 신기했고, 풍부한 상상력과 도전들의 결집체일까 기대도 되었다.



3色의 에튀드



1. 카푸스틴


N.Kapustin: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 40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

I. Prelude
VII. Intermezzo
VIII. Finale


프레디 켐프의 연주는 카푸스틴의 곡으로 시작한다. 시작을 알리는 만큼 카푸스틴의 곡은 가볍고 통통 튀는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카푸스틴 작품의 특징인 재즈와 클래식의 융합에 기초해 있다. 카푸스틴이 모스크바 음악원 재학 중에 재즈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여 독자적인 아이디어에 기초한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곡을 들으면 독특한 재즈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거지 그렇다고 연주하기 쉬운 곡은 아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면, 마치 우아한 백조가 물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그중 인상 깊었던 Op. 40 제8번은 ‘피날레. 아주 빠르게(Finale. prestissimo)’로 다양한 테크닉이 들어가 있는 만큼 아주 빠르다.


2. 쇼팽


F.Chopin: Etudes Op. 10
쇼팽: 연습곡 작품번호 10

제 1번 C장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E장조
제 4번 c샤프 단조
제 5번 G플랫 장조
제 6번 e플랫 단조
제 7번 C장조
제 8번 F장조
제 9번 f단조
제 10번 A플랫 장조
제 11번 E플랫 장조
제 12번 c단조


아마 곡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에튀드는 쇼팽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에튀드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된다. 기계적인 훈련만을 요구하던 연습곡 장르를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완성한 것이 바로 쇼팽이다.

Op. 10 제1번(부제 : 승리)과 제 5번(부제 : 흑건)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나도 한 번쯤 들어본 곡이었다. “알고 보니 이게 연습곡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제12번(부제 : 혁명)은, 그 이름답게 격렬하고 격변하는 시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애처롭고 낭만이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3. 라흐마니노프


S.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번호 39

제 1번 c단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f샤프 단조
제 4번 b단조
제 5번 e플랫 단조
제 6번 a단조
제 7번 c단조
제 8번 d단조
제 9번 D장조


프레디 켐프가 한국에 처음 내한한 2년 전에도, 지금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빠지지 않았다. 그건 프레디켐프가 라흐마니노프를 애정해서이지 아닐까 어림짐작해본다. 이번엔 에튀드라니.

그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하고 처음 Op. 39 제1번을 들었을 때 숨이 턱 막혔다. 답답함의 턱이 아니라 위압감의 턱. 소리만으로 압도당하는 게 이런 걸까 생각이 들게 하는 연주다.




그러다 Op. 39 제6번을 들을 땐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치 생쥐가 고양이에게 쫓기는 듯한, 하지만 더 힘 있고 무서운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부제가 “Little Red Riding Hood”이란다. 빨간 모자 이야기를 정말 실감 나게 형상화했다.

*

이렇게 세 작곡가의 에튀드가 특유의 고유한 색을 가졌기에 프레디 켐프가 선보일 에튀드가 더 기대된다. 그만큼 그의 역량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만큼 3色의 에튀드를 한 번에 음미할 기회가 되겠다. 나 또한 다가올 22일, 그 음미의 시간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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