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하나의 에튀드는 그렇게 하나의 예술이 된다

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쇼팽부터 카푸스틴까지
글 입력 2018.07.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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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Etudes from 3 composers-


7월 22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프레디 켐프(Freddy Kempf)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2016년에 이은 2번째 내한에서 그는 쇼팽,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카푸스틴 이렇게 세 작곡가의 '에튀드'를 선보인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뽐내는 세 작곡가의 에튀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보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서 프레디 켐프가 이번 공연에서 보여줄 연주들이 더 기대가 된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아직은 낯설지만 클래식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분들에게도 이번 리사이틀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표들로 가득 채워진 풍요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프레디캠프_포스터.jpg
 


Chopin
에튀드는 하나의 예술이 되고, 쇼팽


F.Chopin: Etudes Op.10
쇼팽: 연습곡 작품번호 10

제 1번 C장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E장조
제 4번 c샤프 단조
제 5번 G플랫 장조
제 6번 e플랫 단조
제 7번 C장조
제 8번 F장조
제 9번 f단조
제 10번 A플랫 장조
제 11번 E플랫 장조
제 12번 c단조


쇼팽 에튀드는 오로지 연습 만을 위한 곡이라고 보기에는 그 자체로 완전하며 예술적이다. 각각의 곡 이름에 '흑건', '추격', '혁명', '나비', '햇빛'처럼 예쁜 별명이 하나씩 붙어 있어 별명을 떠올리며 들으면 좀 더 집중해서 깊이 감상할 수 있다. 본래 연주자들이 테크닉을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튀드는 쇼팽에 이르러 예술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특히 그의 에튀드는 독립적으로 연주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에튀드가 기교 연습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매년 피아노 입기 곡으로 많이 채택되고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도 있게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량을 필요로 한다.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만져본 곡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될 Op. 10의 No.5 '흑건'과 No.12 '혁명'이다. 에튀드를 직접 쳐보기 전에는 '곡이 가진 느낌만 살리면 그럴듯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가 탄탄한 구성과 모든 손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엄청난 난이도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쇼팽의 에튀드 12개를 한 공연에서, 한 피아니스트가 전부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처음 쇼팽 에튀드 악보를 펼쳐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번 리사이틀이 쇼팽의 에튀드라는 책의 첫 표지를 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achmaninoff
어딘가 비밀스럽고, 어딘가 시적인. 라흐마니노프


S.Rachmaninov: Etudes-Tableaux Op.39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번호 39

제 1번 c단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f샤프 단조
제 4번 b단조
제 5번 e플랫 단조
제 6번 a단조
제 7번 c단조
제 8번 d단조
제 9번 D장조


라흐마니노프는 내게 아직은 낯선 작곡가다. 클래식 새싹이라 그런지 몰라도, ‘라흐마니노프’하면 항상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적힌 ‘라흐마니노프 에튀드’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의 에튀드는 이번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전곡을 미리 들어 보면서 라흐마니노프 에튀드가 주는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낭만주의 시대 마지막 작곡가로 알려진 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이기도 했다. 연주와 지휘를 모두 섭렵했다는 점에서는 이번 공연 연주자 프레디 켐프와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작곡 방식을 고수했다는 평을 받는다. 라흐마니노프의 손은 아주 컸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작곡한 에튀드의 기술적 난이도는 매우 높다. (물론 예술적 완성도도!)

‘회화적 연습곡’이라는 이름처럼 눈을 감고 그의 에튀드를 들으면 눈앞에 그의 감정과 곡의 분위기가 그림처럼 그려진다. 그의 에튀드는 어딘가 비밀스럽고 어딘가 시적이다. 우울증을 앓았던 적도 있고, 아버지와 친구, 스승의 잇따른 죽음으로 불행한 시간을 견뎌온 적이 있기 때문일까, 그의 에튀드는 발랄하고 통통 튀기보다는 화려하지만 이면에 묵직한 슬픔을 간직한 것처럼 들린다. 겉만 화려하고 실속 없는 꽃이 아니라, 화려한 동시에 우아하고 세련되며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프레디 켐프가 그려내는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22일, 콘서트홀에 자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청중과 만난다.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에튀드를 통해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그가 들려주고 청중이 그려내는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는 어떤 모습일지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Kapustin
재즈인가, 클래식인가? 카푸스틴


N.Kapustin: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40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

I. Prelude
VII. Intermezzo
VIII. Finale


프로그램지를 보고 '카푸스틴'을 검색해보았다. 유튜브에서 그의 에튀드도 찾아 들어보았다. '이 사람은 과연 클래식 작곡가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를 비롯한 일반 대중에게는 아마 리사이틀 라인업 중 가장 낯선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누구든 그의 에튀드를 딱 한 번만 들어보면 그의 팬이 되지 않을까?

우크라이나 출생의 작곡가 카푸스틴은 그 스스로가 뛰어난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곡들은 고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거기에 재즈 요소까지 더해져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곡의 느낌을 잘 살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스타일을 이어받아 클래식에 재즈 요소를 가미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재학하던 중 재즈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클래식에 재즈를 더한 독특한 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에튀드 8번 'Finale'는 아주 빠르게(Prestissimo)의 빠르기로 연주된다.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그러면서도 각각의 음은 귀에 뚜렷하게 들린다. 클래식과 재즈를 절묘하게 조합한 카푸스틴의 에튀드는 클래식과 재즈를 절묘하게 조합해 재미와 예술성, 그리고 에튀드의 본질인 '연습곡'이라는 특성을 잘 살렸다.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곡이다.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에튀드를 프레디 켐프가 어떻게 소화할지 기대하면서, 즐기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겠다.



Etude, Etude!

14.jpg
 

악보는 똑같아도 연주자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선율은 저마다 다르다. 그것은 아마 연주자가 악보를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청중에게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레디 켐프의 쇼팽, 켐프의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켐프의 카푸스틴은 어떨까. 다가오는 22일, 예술의전당에서 그가 만들어낼 세 에튀드를 기대해 본다.





[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일시 : 2018.07.22(일) 오후 5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80,000원
S석 60,000원
A석 40,000원

주최
봄아트프로젝트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90분
(인터미션 : 15분)


[박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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