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글 입력 2018.07.09 12: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1.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사람 붐비는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그 ‘멀쩡하게 생긴 놈’은 유난히 규정이 심했던 학교의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교복치마를 입고 있던 나에게 버스가 고개 하나를 넘을 꽤 오랜 시간동안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벙찐’ 상태가 되어있던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으며, 이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의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 역시 꽤 큰 충격을 주었다. (하긴, 부모님 세대에게 이런 일은 더욱 일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붐비는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내 뒷목에 누군가의 숨결이 닿으면 진저리 치며 몸을 피했으면서도, 무려 4년 동안이나 아무에게도 그 경험을 털어놓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내 잘못도 아닌데, 부끄러웠다. 그 때를 떠올리며 문자로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과연 이 글을 업로드하는 것이 맞는지 계속해서 망설이게 된다.
 
나는 ‘82년생 김지영’도 읽지 않았다. 굳이 책으로 읽지 않아도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기일 것 같았다. 알바, 술자리, 회의, 모바일 등등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차별적이고 불쾌한 언어와 행동들은 굳이 손으로 꼽기도 민망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 그런데도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빈약한 이해에 기인한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굳이 성평등 이야기를 꺼냈다가 행여 나에게 쏟아질 눈총들이 무서웠다. 이 사회 안에서 어우러지기 위해선, 어느 정도 바보인 척 사는 것이 편했다. 불쾌해도 그냥 헤헤- 웃어넘기는 멍청함은 내가 맺는 관계를 보다 매끄럽게 만들어줬고, 사람들에게 예쁨받을 수 있게 해줬다. 하여 지금보다 굳이 더 많이 알고 싶지 않았다. 많이 알아봤자, 나만 속에서 열불난다.


페미니즘 연극제 간략.jpg
 

이런 내가 페미니즘 연극제에 가게 됐다.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에 신청했는데, 덜컥 되어버렸다. 사실 ‘페미니즘’보다는 ‘연극’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신청했는데 되고나서 보니 페미니즘 연극이다. 조금 큰일난 것 같다. 이제 별 수 없이 등 떠밀려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02. ABOUT 페미니즘 연극제



페미씨어터.png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부제: PLAY PLAY FEMINISM!)는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한 #Me Too운동.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문화예술계에서 자라난 성평등의 싹을 나무로, 숲으로 키워내기 위해 나희경 대표는 이 연극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총 9개의 극이 올라가는데 그 중 내가 보게 될 연극은 ‘이방연애’이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여성 동성애자, 한마디로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이다.


이방연애 포스터.jpg
 

많이 큰일났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더더욱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 주변에서 본 기억도 딱히 없다. ‘당신이 지금껏 동성애자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을 리는 없다. 다만 그들이 당신 앞에서 정체성을 숨겼을 뿐이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아서 나 역시 그러한 경우인지 어렴풋이 짐작만 해본다.  
 
다만 영화에서는 많이 봤다. 예술 영화계의 돌풍을 일으킨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던가 ‘문라이트’도 있고 ‘캐롤’, ‘가장 따듯한 색 블루’ 등도 있다.

 
movie_image (1).jpg
 

이런 영화들을 보면 이들의 사랑의 모양은 이성애자의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통점을 발견하면 기뻐하며,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싸우고 그들만의 화해를 맞이한다. 헌데 눈여겨볼 점은, 이 영화들에서는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항상 ‘편견’이라는 것이다. 일반 로맨스 영화를 보면 불치병, 신분의 차이, 부모의 반대, 혹은 제 3의 인물 등 그 장애물도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유독 퀴어 영화에서는 장애물이 ‘세상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옭아매는 심적 고통’으로 획일화된다. 그만큼 동성애자들이 쑥덕이는 세상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까?


movie_image.jpg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기분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SNS에 내걸지 못하는 심정은 과연 어떨까? 아마 그 답답한 심정에 대한 담론들이 ‘이방연애’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몇 백 년 동안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과, 그 중에서도 가장 위태로운 끝자락에 밀려있던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페미니즘 연극제. 나는 과연 페미니즘 연극제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올 수 있을까?





페미니즘 연극제 스케쥴.jpg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 PLAY PLAY FEMINISM -


일자
2018.06.20(수) ~ 07.29(일)

장소
미아리고개예술극장
달빛극장, 드림시어터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
대학로 일대(이동형)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페미씨어터

제작
극단 불한당 / 극단애인 / 무아미아
바람컴퍼니 / 여기는 당연히, 극장
우주마인드프로젝트 / 창작집단3355
페미니스트극작가모임 호랑이기운
프로덕션 IDA + 극단 기일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문의
플레이포라이프
010-2069-7202






에디터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