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샤갈의 러브 앤 라이프전 [전시]

글 입력 2018.07.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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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브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26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대인 문화 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컬렉션 전이다. 샤갈과 그의 딸 이다가 직접 기증하거나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샤갈의 작품 중 150여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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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이미지


마르크 샤갈은 예술을 전공하거나,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고,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그의 그림 작품은 스치듯 본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마르크 샤갈 하면, ‘마을과 나’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제목보다 먼저 떠오르는 그 이미지는 몽환화같이 왠지 눈이 내린 것만 같은 분명하지 않은 색채들이다. 커다란 말의 얼굴, 공중에 날아다니는 시골 농부와 젖 짜는 여자 등 어지럽고 구성이 없는 그 그림이 떠오른다. 그는 그런 몽환적인 그림을 색채를 이용하여 그렸기 때문에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듯하다. 전공 수업과 교양 수업 중 그에 대한 설명을 자주 듣고, 다른 작품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 ‘마르크 샤갈’의 이미지는 ‘뿌연 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기억될 뿐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랑’과 ‘삶’이다. ‘마을과 나’라는 작품은 향토적이기도 하고, 그의 고향과 관련돼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사랑을 다룬다는 주제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 이렇게 7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로 이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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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의 작품 - 연인들(1954)


사랑하는 연인인 벨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모든 대상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비난하지 않고 그려낸 화가이다."라고 『Chagall』의 저자 S.Compton이 이야기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사악함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가끔 정말 인간의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는 면모를 보여주고는 한다.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예술 작품에서도 나약하고 사악한 인간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의 초상화는 자주 그려줬어도 내 얼굴은 그리지 못했다. 나는 예전에 거울을 보지 못했다.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얼굴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그 모습을 나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눈도 양쪽이 비대칭이고, 입술도 벌어진 앞니 때문에 툭 튀어나와서 둔해 보이고 그 때문에 코도 너무 낮아 너무 못생겨보였다.

그러다 고등학생 졸업사진을 찍을 무렵 친구가 화장을 해줬는데, 그 모습을 거울 속에서 보고 생각보다 괜찮게 느껴졌다. 대학생이 되고 화장을 시작한 뒤에는 나의 결점을 마음껏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셀카를 마음껏 찍었고 하루에만 100장 넘게 찍어 그게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자신을 속이기도 했다. 그즈음에 셀카를 많이 찍는 사람은 애정결핍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SNS상에 유행했었다. 화장을 지우고는 집 앞 편의점도 가지 못해서 화장하기 귀찮은 날이면 늘 굶었다. 친구랑 약속이 있으면 화장을 하고 나가서 24시간 만에 밥을 먹고는 했다. 집 앞 봉구스밥버거를 갈 때도 치마를 차려입고 화장을 하고 나서야만 겨우 나갈 수 있었다. 시험 프린트를 잠시 빌려달라는 같은 과 언니의 부탁도 들어주지 못해 싸웠다. 언니는 아마 나를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나는 바깥에 잠시 나가는 일이 아주 큰 부담이었다고 나중에서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화장을 하지 않고도 바깥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거울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를 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남자친구와 헤어진다면 나는 다시 거울을 볼 수 없게 될까, 아니면 이건 이미 극복한 일이 되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자신의 결점을 제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결점도 제대로 사랑해주기란 마찬가지로 쉽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조건 중 하나는 솔직하다는 거다. 솔직해야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작품 안에 자신을 담을 수 있고,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진정한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예술가가 될 수 없고, 좋은 글을 쓰지도 못한다.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 자신을 늘 속이고 있고, 스스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나중에서야 그때 그랬구나, 하고 깨닫거나 글을 쓰면서 깨닫고는 한다.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상대로 어리광만 부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혼자 깨닫는 법이 좀처럼 없다. 공부도, 건축도, 다른 무언가도 누군가 새롭게 일깨워주거나 배워야만 알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전시를 보러다니고 문화예술을 보러다닌다. 나는 스스로 문화를 깨달을 수가 없다. 2차적으로 투영해놓고, 비판해놓은 것만을 보아야만 나 자신의 문제점을 알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경제적인 여건때문에 최대한 무료 전시만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덕분에 다양한 전시,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쁘다. 앞으로 나를 좀 더 잘 알게 될 거라 기대하며 프리뷰를 마친다.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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