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려한 저글링쇼에 휩쓸려버린 메시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노인

글 입력 2018.07.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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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화려한 저글링쇼에 휩쓸려버린 메시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연장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연극은 <손없는 색시>였다. 감상부터 시작해 서사구조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연극이지만, 딱 하나 비슷한 점이 있었다.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꾼'의 존재가 그것이다. 하지만 <손없는 색시>는 그들의 영역을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이하 100세노인)>처럼 넓히지 않았다. 이들은 분명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장치였지만, 동시에 들러리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라 '붉은점과 그의 어머니'였다. <100세 노인>의 배우들의 영향력이 너무 두드러졌다.

사실, 필자는 이 연극이 왜 굳이 '100세 노인'을 토대로 무대에 올려졌을까라는 질문을 하고싶다. 단순히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실험이었다면, 꼭 <100세 노인>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화려한 저글링쇼에 알란의 얼굴과 메시지가 흐려졌다.

<100세 노인>은 메타적이다. 이야기꾼들은 '캐스팅 되기 전 저글링을 할 수 있냐 물어보았다며', '화단을 넘으면서 연극이 시작된다'고 선언한다. 이런 연출로 배우들은 자신들이 장치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이들은 '역할'이라기보다 '장치'에 가깝기에, 모든 배우들에게 정해진 역할은 없다. 그들은 다양한 장치로서 활용된다. 그들은 나레이터가 되고, 역할이 되고, 소품이 된다. 마임극, 서커스, 노래까지 연극은 온통 정신없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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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장치로 이용함으로서 떠뜰석한 즐거움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배우들이 '장치'였기 때문에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 이들이 맡는 역할은 성별과 연령에 구애받지 않았다. 연극 배우가 환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그런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무대 위의 장치기 때문에, 신체의 일부가 동물이 될 수 있었고,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었다. 그런 넘나듬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1막 이후로는 혼란만 가중되었다. 분명 전세계에서 알란을 중심으로 일어난 짤막짤막한 사건들이 완결되고, 이어지지만 그 이야기 자체에서 감동을 받았냐고 묻는다면, 필자로서는 꽤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독특한 형식에 새로움만 느끼기엔 러닝타임이 길었고, '실험'에 충실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정신없이 튀어나왔다. 영화에서도 위트와 사건이 터질 것 같아 눌러담겼는데, 연극에서는 곱이 나온 막창 구이처럼 튀어나온 느낌이다.​ 쉴틈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면서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었지만, 그와 비교해 다소 정적으로 연출한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든 '완결'을 내고싶은 몇몇 한국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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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웃음거리와 사건으로 채워넣고, 갑작스럽게 던져진 알란의 생명력과 활기는 솔직히 말해서 잘 와닿지는 않았다. 저글링 쇼는 분명 재미있었지만, 공이 던져지고 떨어지는 그 무게와 의미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알란의 인생 자체가 프레임을 넘나드는 '가벼워 보이는 것'이지만, 정말 그의 삶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장면에 그의 고독을 비추고,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넣고, 창문을 넘는다고 해서 다시 무거워질만한 것도 아니었다. 이 독특한 실험에 가장 아쉬운 것은 이야기 자체가 가진 서사와 힘이 약해진 데 있다.

​'나쁜 연극'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한 실험은 과연 '서커스'와 비슷했다. 일반적인 연극에서 볼 수 없는 형식을 끌어왔고, 특이하게도 '배우'라는 장치의 캐릭터성을 살렸다. 갑작스럽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모습도, 서커스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시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알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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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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