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Episode9. 선택

취향대책소 아홉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18.07.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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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Episod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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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취향 ; 상을 임지고 개함

 
우리는 오늘 간절하면서도 무력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돕는, 오늘의 소설은 최은영 작가의 <선택>이다. 이 소설은 『파인 다이닝』이라는 요리 테마소설집에 수록되어있다. 음식 테마소설집이 아니다. 요리 테마소설집이다. (기획의 말에는 굳이 음식보단 요리 소설이 더 좋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어떤 소설인지, 또 어떤 이야기인지, 그리고 어떤 감상을 우리에게 기꺼이 안겨줬는지 조금이라도 풀어내보겠다.

*

첫 번째 : 요리하는 마음에 대하여


H <선택> 역시, 요리를 테마로 하고 있는 소설이야. 근데 이 소설에서 요리에 대한 언급은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아. 처음이랑 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면 요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 ‘음식’에 대한 생각은 결단코 아냐. 음식 자체보다는 요리를 하는 그 행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 먹는 대상을 생각하고 위하는, 그 요리라는 행위가 가진 마음에 대해서. 그래서 가장 먼저, 요리하는 마음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해.

N 요리하는 마음이라.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담긴 요리라는 것을 정말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누군가 집에 초대하고, 그 사람이 오는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시작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잖아. 음식이 식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과 그 사람의 입맛이나 취향. 그리고 내 요리 스킬을 백 퍼센트 발휘하기 위한 노력들. 스스로를 위해 요리할 때와 누군가를 생각하며 요리 할 때는 사소한 거까지 모두 다른 결을 가지는 거 같아.

H 나는 요리하는 마음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N은 자연스럽게 남을 위한 요리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N 왜냐하면 나는 요리를 할 때 별다른 마음을 가지지 않아. 이 음식을 과연 입에 넣을 만한 적절한 상태로 조리할 수 있을 것인가, 와 같은 ‘생각'을 하면 했지 어떤 마음을 가지진 않고. 마음이랄 건 누군가를 생각할 때나 생겼던 거 같아. 대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이 따뜻하고 좋은 것을 만족스럽게 집어 삼키고 포만감을 느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이랄까.

H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게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요리를 하게 되는 경우. 이러다 등짝에 배에 붙어서 죽어버릴 것 같아! 뭐든 먹어야겠어! 이런 생각도, 어떤 생존의 의식도 하나의 마음 아닐까?

(N은 H가 빠른 속도로 말해도 잘 받아 적었다.)

N 생존이나 생계, 완벽히 생활형일 때는 각별하게 취급할 만한 마음의 상태라기보다는 타고난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물론 내가 굶어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나, 건강하게 먹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그런 마음이 나한테 특별히 중요한 마음은 아닌 거 같네… 그래서 나 잘 안 챙겨 먹잖아. 알다시피. 그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H에게는 요리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이야?

H 음. N도 알다시피 나 역시도 요리 하는 걸 별로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요리를 하게 된다면 사실 어떤 생존에 대한 생각보다 성취에 대한 생각이 컸던 거 같아. 이걸 내가 내 손으로 만들다니! 이런 성취감의 느낌. 그래서 그런지 내 자신을 위해선 요리를 잘 안하게 되지. 난 성취해야할 다른 무언가가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남을 위한 요리는 이 성취에서 더 가미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연장선이지만, 내가 이걸 너에게 해주다니! 이런 감탄과 동시에 기꺼이 해주고 싶었다는 정성도 더해진. 예전에 시험이 끝나고 피곤한데 친구를 내 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거든. 친구 역시도 시험을 보고 오느라 잠을 못 자서 한 시간만 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친구를 재우고 혼자 앉아있는데 친구가 골아 떨어진 모습을 보고 갑자기 요리를 해주고 싶은 거야. 맛있고 배부른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그래서 급하게 뛰어 나가서 장을 보고, 친구가 자는 동안 요리를 했어. 혹여나 깰까. 소리 안 나도록 노력하면서. 그 마음을 하나로 설명할 순 없지만, 진심으로 정성 담긴 마음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길고 길게 설명했지만 내가 요리하는 마음은 결국 성취와 상대를 향한 정성이야. 기꺼이 요리하고 싶다는 그 마음.

N 결국에 H와 나에게 요리하는 마음은 누군가 대상을 향해서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쓴 것을 마련하는 일인 거 같아. 그렇지 않을 때의 요리는 우리에겐 좀 무의미하거나 무색한 거 아닐까?

H <선택>의 주인공에게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그치? 요리하는 마음이란,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

N 요리할 때 들이는 공과 시간 같은 것들이 기도하는 행위랑 비슷한 거 같아.

H 의식 같지 않아? 특히 이 소설 속 주인공에게는.

N 기도는 실체가 없는 거라면 요리를 하는 건 기도하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에서 실체를 만들어서 지어 먹이는 일이니까 의식이랑도 비슷하고, 어쩌면 생활 속 의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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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 투쟁 & 선택
 

H 투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요리 테마 소설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이 <선택>이라는 소설은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야. 주인공의 언니가 KTX 해고 승무원인.

N 투쟁하는 삶의 모습은 다양할 수 있잖아. (잠시 생각하고) <선택>을 읽으면서 투쟁하는 삶에 대한 고뇌와 그런 삶에 참여하는 사람이 지닌 엄격함에 대해 읽을 때 마음이 많이 슬펐어. 누구나 각자 서로 다른 것을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겠지만, 때때로 나의 삶의 투쟁은 지나치게 지난한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고, 또 때로는 투쟁하는 삶에서 한 걸음 비켜 서 있고 싶을 때도 있어. <선택>의 주인공 역시 투쟁하는 삶에 참여하거나 혹은 그 삶을 바라보는 어떤 입장에서 내가 했을 법한 고민과 갈등을 하기 때문에 함께 마음이 힘들고 아프더라. 또 주인공에게 동요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의 투쟁에 대한 슬픔도 함께 했던 거 같아.

H (끄덕이고) N의 말에 아주 공감해. 갈등, 고민. 그리고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들로 인해, 여전히 편치 못한 내 마음. 이 책에서는 기도하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하잖아. 그 기도하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 때 하느님은 어디에 계셨던 거지. 죄 없는 사람들이 살육당하는 순간에도 하느님은 좋은 사람이라고 찬미하는 수녀들의 기도를 듣고 계셨나.” (31p)

특히 이 소설은 ‘고스란히 아픈 시간을 짊어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 '강인한 마음도 나약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던 거 같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기꺼이 안고 함께 염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하게 되는.

N 최근에도 시위가 계속 있잖아. 나는 주말에 시위에 못 가고 다른 곳에 있었는데 마음이 계속 안 좋았어. 뭐랄까. 다 같이 힘써서 해내야 하는 일인데 나는 개인과, 개인의 즐거움, 그리고 편안함을 위해서, 그들에게서 눈을 돌린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었어. 하지만 동시에 그런 죄책감이 과연 건강한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하겠더라고. 매번 모든 시위에 참여할 수는 없는 거라고 이미 합리화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꾸만 나를 검열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게 힘들고,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나의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강렬하게 들고. 어떤 식으로 염원하고 응원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길 반복하는 삶인 거 같아. 그리고 나는 누군가 이런 고민 끝에, 혹은 그 고민의 과정 중에 그들을 위한 요리를 하는 일을 선택하였다는 것이 투쟁하는 삶들에게 중요한 메세지를 준다고 생각해.

H 나 역시도. “제가 지금 바라는 건 그것뿐이에요.” 하고 소설이 끝나잖아. 난 이게 요리에 대한 주인공의 마음과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절이었다고 생각했거든.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에게, 투쟁하는 누군가에게 어떠한 힘과 보탬을 주고 싶다는 그 마음. 그래서 이 문장이 한없이 주변처럼 느껴지면서도 가장 내 마음과 일치하게 되는 문장이었던 거 같아.

N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쟁하는 것을 이어나가기. 내가 바라는 거 또한 그거뿐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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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 최은영 작가


H 아까도 얘기했지만, 주인공이 느끼는 기도하지 못하는 마음, 그래서 요리하는 마음, 그리고 이 얘기를 써내는 작가의 마음이 다 다른 언어로 풀이되어있으면서도, 방금 N이 얘기했던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얘기하고 있는 거 같아. 그리고 나 역시도 최은영 작가처럼 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N 맞아. H의 말처럼 <선택>에는 무언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그 마음과 행위가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 정확하게 짚어지고 있는 거 같아. 모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염원하고, 미끄러지고, 다시 염원하고 결정할 때의 서로 다른 결들을 다정하게 어루만진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최은영 작가의 다른 글들을 모두 읽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다 단정하는 말을 하는 게 어렵지만, 내가 읽어왔던 그의 글들은 언제나 야박하지 않았던 거 같아. 다정하고, 단호하게,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길 결정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왔던 거 같아. 그래서 H와 내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울고 그러는 가봐.

H 야박하지 않다, 다정하고 단호하다, 이 말들 정말 그의 소설들에 어울린다. 따뜻하면서도, 그렇다고 한없이 따뜻하지만은 않은 글들. 조금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글들. 나 역시도 작가의 글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껴서, 어쩔 수 없이 그의 글들을 사랑하게 되었어. 그 마음으로 이번 에피소드에 <선택>을 소개하자고 했던 거고. 꼬옥 맞는 말들로 대화를 채워줘서 고마워.

*

가끔 목소리가 들리는 소설이 있다. H에겐 이 소설이 그랬고, 그 목소리에는 N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하고, 글을 정리해나가며 소설은 각자에게 어떤 마음의 흔적을 남겼나 더듬어보고 싶었다. 간절하지만 무력하게만 느껴졌던 마음의 마디마디가, 오늘 서로의 토닥거림이 있어 더 단단해졌다.


그림_Higashiyama ka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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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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