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잘것없는 나에게 [공연예술]

뮤지컬 < 빨래 >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거야~
글 입력 2018.07.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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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이렇게 별 볼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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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빼곡히 들어찬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버스 안. 소위 말하는 ‘현타’가 날 덮쳤다. 내 존재가 너무 작아보였다. 남들보다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었고, 모든 순간을 배움 삼아 하루하루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을 굳이 자랑이라고 내세우기 민망할 정도로 남들 역시 성장하고 있었다. 비교적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과 진심을 담은 걸음들을 꾹꾹 밟아낸 줄 알았지만 돌아보니 딱히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었고, 나보다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조차 맥없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난 어떡하지?’ 싶은 좌절감이 몰려왔다. 나 지금 뭐하고 있지? 나 왜 이렇게 별 볼일 없지?
 
취업이라는 거, 나 정말 안 될 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지라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취업이라던데, 난 특별하지 않다. 그래도 나만의 이유 있는 단단한 고집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노력의 흔적들이 나를 꽤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혼자 나 잘난 맛에 살던 건가 싶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나의 특별함을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닌 면접관인데 말이다. 그 사람도 날 특별하게 봐줄까? 우울했다. 특별하지 않은 게 두려웠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대학로에서 본 뮤지컬 '빨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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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커튼콜 때 배우들이 부르던 노래가 왜 갑자기 귓가에 맴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두 마디 가사 덕에 기분이 괜찮아졌다. 나의 우울함이 곧 특별해져야한다는 강박에서 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군계일학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저 마음 편하게 흐르는 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난 잊고 있었다.
 
 
 
‘큰 사람’ 콤플렉스

 

“우리 민재는 큰~~사람 되라!”
 

어릴 때부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듣던 말이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 선생님들... 다들 유난히도 ‘큰 사람’을 좋아했다. 존경을 받는 사람,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치는 사람,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 뭐 그런 사람들 말이다. 하도 듣다보니 뇌리에 박혀버린 걸까? 내가 딱히 별 볼일 없는 생물체일수도 있다는 사실은 날 자주 불안하게 한다. 하여 난 별 볼일 ‘있어지기’ 위한 방법을 항상 강구해왔다.

그것이 실행으로 옮겨지던, 생각으로만 그치던 간에 말이다. 회의를 할 때는 좀 더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고자 했고 누군가에게 나의 능력부족을 지적받는 날이면 우울함에 빠지기 일쑤였다.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장기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기타를 배워보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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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나에게 별 볼일 없어도 된다고 말해준 것은 거의 이 뮤지컬이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기 위해 없던 힘까지 애써서 끌어 모을 필요는 없다는, 그저 물살에 몸을 내맡기기만 해도 좋다는 가사는 뒤죽박죽이던 나의 심정을 곧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굳이 특별해지려고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된다. 평범하면 뭐 어떤가. 어차피 인류의 99%는 평범하다. 세상은 눈에 띄는 1%의 큰 사람들을 가리키며 나머지 99%에게 본받으라고 얘기할 테지만, 그깟 참견 쯤 무시해도 좋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또한 그런 참견을 하고자 한다면 ‘개척하고자 하면 개척될 수 있는’ 환경부터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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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해탈’이라던가 ‘쉬어가라’던가 하는 키워드가 요즘 문화계 전반에 흔한 것 같다. 가장 대표적으로 책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와 영화 < 리틀 포레스트 >가 생각난다.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차있어야 할 나이에 벌써부터 해탈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은 그저,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원하는 걸 얻을까 말까 한 세상에서 최소한의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기 위한 청춘들의 적응법이다.
 
보잘 것 없어도 괜찮다. 그저 인생에 몸을 내맡겨도 괜찮다. 이 문장들 안에서 꽉 조여 왔던 내 마음을 잠깐 풀어주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그래, 난 다시 내 소신대로 묵묵히 살아보련다! 면접관이 평범하게 보면 어쩌냐고? 모르겠다. 그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뭐, 배짱 좋게 말해보자면 산 입에 거미줄 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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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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