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문화전반]

글 입력 2018.07.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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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다 못해 몸이 찌푸둥해질 정도로 늘어져 있던 주말 오후, 쇼파에 등을 기대어 누워 의미 없는 손짓으로 리모컨 속 번호를 이리저리 꾹꾹- 눌렀다. 의미 없는 나의 손짓에 정신 없이 채널이 돌아가던 텔레비전 속 한가로운 주말, 가족끼리 함께 한 저녁 식사 후, 윙윙- 돌아가는 바람 소리를 내는 선풍기가 향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주 보던 <같이 살래요>라는 주말 연속극이 한창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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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썸과 쌈, 사랑과 전쟁을 통해 현실감 있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그려내며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는 해당 드라마에는 아내를 일찍이 여읜, 한평생 4남매만을 위해 살아온 4남매를 둔 아버지 '효섭'이 등장한다. 작은 구두 가게에서 묵묵히 수제화를 만들며 4남매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가장이자 아버지로서 살아온 효섭에게 첫사랑 '미연'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서 항상 구두와 가족밖에 몰랐던 아버지이자 수제화 장인으로서만 살아온 효섭은 미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미연을 좋지 않은 쪽으로 오해한 효섭의 자식들은 미연과 효섭의 만남을 반대하는데, 아버지를 위해서라며 계속 효섭과 미연의 만남을 반대하던 큰 딸 '선하'는 어떠한 계기를 통해 결국엔 만남을 허락하게 되는데, 그 '계기'가 시청하고 있던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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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는 식사를 거르는 효섭이 걱정돼 그의 방에 들어갔다가, 불 꺼진 텅 빈 방에 홀로 누워 있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게된 것이 그 '계기'였다. 그녀는 항상 아버지를 위한,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항상 작고 텅 빈 방 안에서 홀로 계셨던 그의 뒷모습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해당 장면을 보면서 묵직한 울림과 함께, 순간적으로 머리에 거대한 충격이 가해진 듯 멍해졌다. 사회에서는 '어른'의 나이지만, 부모님 앞에서 나는 아직 항상 '아이'이다.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는 그들의 사랑에, 돌고 돌아도 그 끝의 방향은 정해져있는 그들의 일방적인 사랑과 나눔에, 나는 항상 철부지 아이가 되버린다. 외부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이렇게 타인의 방향을 의식하며 향했던 이해의 화살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날카롭게 방향을 바꾸어 나 자신을 향해 꽂힌다. 이렇게 꽂혀버린 화살은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맹목적인 자기 합리화가 되버린다.

*

'밖에서 너무 지쳤어.', '밖에서 항상 남들 눈치 보고, 그들에 맞쳐주느라 너무 힘들었어.', '아, 몰라. 힘들어. 말 걸지마.', '밖에서 계속 시달리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왜 집에서까지 편히 못 쉬게해.'...

적어도 둥근 끝을 가졌던 화살은 뾰족하게 갈리고 갈려, 날카롭고 위협적인 모양으로 변하고 그대로 부모님께 꽂혀버린다. 그리고 상처를 남긴다. 아픔을 남긴다. 쓸쓸함을 남긴다. 외로움을 남긴다. 항상 같은 자리, 그 곳에 있어서 '그 곳에 있음'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항상 같은 자리, 그 곳에서 온화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줘서 그 곳으로 가는 길 또한 항상 그러한 밝은 모습일 줄 알았다. 하지만 간과했던 것 같다. 나를 반기고, 응원하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내 편이 되어주었던 그 자리 그 곳으로 가는 쓸쓸하고, 외롭고, 때론 아프기도 한 그 과정을 말이다.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무거운 책임 아래, 오롯이 홀로 버티고 이겨내야 했었을 그 수많은 밤들. 내가 거절한 혹은 내가 아직 오지 않은 그 밤에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그 쓸쓸한 뒷모습.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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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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