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 무드 인디고 [영화]

글 입력 2018.07.1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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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시작부터 뜬금없고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나간다. 타자기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 사람마다 각자 맡은 문장이 있는 듯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타자기를 두드린다. 타자기는 이 영화의 주인공 콜랭을 설명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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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면 생쥐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요리하는 사람을 돕는다.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건네주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자연스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생각나며 바쁘게 돌아가는 장면에 눈을 뗄 수 없다.

혼란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쾌한 음악이 나오며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수도꼭지에 나온 뱀장어를 잡는 장면은 두더지게임이 생각난다. 한 번쯤은 생각해본 재미난 상상을 마음 맞는 친구와 역할을 나눠 노는 것 같았다.

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이냐고 묻는 사랑 이야기 속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대사는 무드 인디고에서 찾기 어렵다. 심지어 인물 간의 대화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다. 썰렁한 말장난에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인물 간의 대화는 이 영화에 필요한 말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영화는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때까지 보던 영화를 잊고 새로운 관점으로 이 영화를 바라봐야 한다.



보여주기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두면서도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쓰이는 내레이션이 이 영화에서는 없다. 그 역할을 타자기가 대신한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자기로 글을 써서 보여준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매개체로 타자기가 계속해서 등장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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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를 하는 클로에와 콜랭은 사진을 찍는데 그 찍힌 사진 뒷면에는 6개월 후라는 글자가 적혀있고 6개월이 지나 결혼한 둘의 모습으로 장면이 바뀐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방법이 색다르다. 글이나 인물들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시간의 흐름을 이 영화에서는 물건이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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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클로에가 병을 얻는 과정까지도 동화적이고 몽환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수련이라는 구체적인 물체로 병을 얻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기법으로 아픔을 남다른 방법으로 표현한다.



물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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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 내에서 물건이 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알던 물건의 쓰임새는 잊어야 한다.

‘피아노 칵테일’은 콜랭이 만든 발명품으로 음 하나하나를 누를 때마다 향료와 알코올이 나오고 코드로 양을 조절한다. 애니메이션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의 조건을 다 무너뜨린다. 식탁의 각 발에는 스케이트가 신겨져 있고 레버를 당기면 스케이트가 작동하며 알아서 움직인다. 축음기에 커피 원두를 보관하고 쟁반은 발 디딤돌 역할을 해 더 빠르게 달리게 해준다.

물건이 그 장소에 있는 이유가 있고 이 색깔인 이유가 이 영화에서는 조금 남다르다. 물건의 역할을 하나로 규정짓지 않고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한다. 인간의 개인적인 선택을 통해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 유의미한 세계로 재구축한다. 즉 본질이란 없다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자동화 속의 수동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컴퓨터로 단어를 검색하면 다른 공간에서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책이나 나침반을 움직이며 다시 그 정보를 콜랭이 검색한 컴퓨터에 띄어준다.



곳곳에 재밌는 장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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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엘링턴 노래를 틀자 LP모양처럼 방도 둥글어진다. 명화 풀밭 위의 식사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과 한 화면을 반으로 갈라 다른 날씨를 연출하기도 한다. 듀크 엘링턴의 노래 제목과 이름이 같은 인물들이 나오고 물속에서 발을 휘저으며 붕 뜬 기분을 표현하는 기법까지도 재밌다.

무드 인디고 하면 떠올리는 구름 모양의 탈것도 상상력을 자극하고 음식이 담긴 접시가 움직이거나 색종이처럼 구겨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장면에서도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가 끝나갈수록 색깔이 없어진다. 알록달록 원색에서 몇 개의 색으로 줄어들고 나중에는 흑백이 된다. 심지어 화면 프레임까지 좁아져 답답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을 위해 처음부터 통통 튀는 색깔을 사용한 건 아닐까. 첫 데이트 때 콜랭이 입은 파란색 양복과 클로에의 노란 원피스가 아른거린다.



장 폴 사르트르


장 폴 사르트르는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문학인이다. 이 영화에도 나오듯 구토라는 소설을 쓴 사람이고 ‘본질은 실존에 앞선다.’는 전통적인 실존론을 비판하고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장 폴 사르트르는 가끔 등장하며 콜랭의 친구 시크가 열광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장 폴 사르트르의 생각이 영화 곳곳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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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끝까지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신비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듯 모호한 대답과 상황은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게끔 궁금증을 유발하고 사람을 끌어들인다.

영화의 결말은 제목과 같이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로 끝이 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세계. 조금은 다른 원리로 돌아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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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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