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존을 위한 이기심, 손자병법 [도서]

글 입력 2018.07.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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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출판사 아름다운날, 바움, 한스미디어



1. 「손자병법」이란


「손자병법」이 제작되기 이전 춘추시대에는 한 번의 전투로 승패를 결정하는 단순한 형태로 전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손무가 오나라의 장군으로 임명되고 오나라의 군대가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적과 아군이 전열을 정비해서 대적한 다음에 정식으로 싸움을 시작하는 전투 양식은 퇴조하고 상대를 속이는 계략 중심의 새로운 전투 형태가 나타났다. 그 새로운 전투 방식의 종합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약육강식의 지배원리로 구성되는 세계에서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인정함으로써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이기심’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부터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손자병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반드시 전쟁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 손자병법에는 단순히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을 담은 책이 아닌, 이기심과 갈등에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

「손자병법」이라는 생존 철학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최근까지 많은 사람에게 경영철학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을 경영서의 바이블로 삼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손자병법」을 매우 단편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손자병법」의 전술은 이기심과 잔인함의 극단에서 사용됨을 전제로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자병법을 어떤 분야의 지침서로 삼고자 할 때는 이것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서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전쟁, 이기심의 발현


그 전술, 즉 생존 방식은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극히 군주와 장군의 입장일 뿐이다. 군주와 장군의 입장에서 전쟁은 승패의 문제였지만 군사들의 입장에서 전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손자병법」은 이러한 심리를 파악하여, 장군들이 군사라는 전체 집단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군사들의 공포심이나 생존에 대한 욕망을 이용하도록 하였다.


장수는 군대를 통솔하면서 언제나 침착하고 냉철하며, 엄정하고도 조리가 있어야 한다. 병사들의 눈과 귀를 어리석게 하여 제멋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며, 아군의 작전 계획이나 행동에 대하여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임무를 바꾸거나 계략을 변경할 때에 이를 병사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되며, 주둔지를 옮기거나 행군로를 돌아갈 때 이를 병사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중략)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적지에 깊숙이 들어가면, 병사들을 마치 활을 떠난 화살처럼 오로지 전진만 하도록 해야 한다. 강을 건넌 뒤에는 배를 불태워 버리고 취사용 솥도 깨뜨려 버리며 장수가 필사의 결의를 보인다. 그리고 양 떼를 마구 몰 듯 병사들을 휘몰아 전진하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하면서, 병사들은 뒤따르기만 할 뿐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알지 못하게 만든다. 그들로 하여금 결사적으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장수의 임무다.

「구지」(九地)


특히 「구지」(九地)에서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책략은 속임수와 임기응변이다. 「손자병법」의 거의 모든 방법이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위 지문 또한 그렇다. 위 지문에는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군사 개개인의 자율성과 개별성에는 눈 감은 채 승리를 갈망하고자 한다. 그들 모두를 ‘전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파악한 뒤 때로는 이들 중 누군가가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다고 해도 전체를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함으로써 이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이뿐만 아니라 장수에게 독점적인 권력을 부여하고, 군사들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군대를 전략적으로 지휘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겠으나, 그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이기심의 발현으로서 전쟁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적국에 침입한 침공군은 적진 깊숙이 진입해야 한다. 적진에 깊숙이 진입할수록 아군은 단결력이 강화되고, 적은 제대로 막을 수 없게 된다. 이 전법이 유리한 이유는 “아군은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데가 없게 되어, 죽음만이 있을 뿐 패배하여 물러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을 품게 된다.”

도망가서 살아 돌아갈 희망을 갖는 곳은 전의가 둔해지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적국 깊숙이 침입하여 탈주할 희망을 끊어 버리면, “병사들이 일단 전진 이외에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전쟁터에 던져지면” 병사는 결사의 각오를 굳히며 일치단결한다.


「구지」(九地)


역시 이 구절에서도 인간의 이기적인 성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자병법」 속에서 장군은 아군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그들이 적진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탈주 루트를 끊어 버린다. 그러면 군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투 의지를 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에서는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군을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는 적진으로 몰아넣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연민이나 동정을 갖지 않는 잔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3. 경영철학으로서의 「손자병법」


오늘날 「손자병법」은 단순한 고전을 넘어서, 기업인들에게 사랑받는 경영 철학서로 자리 잡았다. 병법을 현대의 관점에 맞게 재해석하여 경영에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손자병법」은 경영철학으로 적절한 병법서라고 할 수 있는가?

「손자병법」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위해 쓰인 병법서이다. 여기서 ‘특수한 상황’이란,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이 극에 달하는 전시 상황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가 「손자병법」 속 병법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고자 할 때는, 그 병법이 경제적 구조와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도망가서 살아 돌아갈 희망을 갖는 곳은 전의가 둔해지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적국 깊숙이 침입하여 탈주할 희망을 끊어 버리면, “병사들이 일단 전진 이외에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전쟁터에 던져지면” 병사는 결사의 각오를 굳히며 일치 단결한다. 「구지」(九地) 라는 구절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여 경영에 적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탈주할 희망을 끊어 버리면 병사들이 각오를 굳히며 일치단결한다’라는 문장에 주목하여, 성과율이 조금 떨어지는 사원들에게 어떤 업무를 맡긴 뒤 이를 처리하지 못할 시 해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전한다면 과연 일의 능률이 올라갈까? 물론 올라갈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는 「손자병법」을 무비판적이고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때로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고 경고를 줌으로써 사원의 능률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단지 능률을 올리라는 이유만으로 해고 경고를 받은 사원이 느꼈을 위협을 생각해보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 상황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맞서고, 또 그것을 이용하여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에 대한 병법을 담고 있다. 「손자병법」의 생존 철학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지침서나 경영철학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손자병법」을 단순한 지침서로 활용하기 이전에,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이기심이나 생존에 대한 욕망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은 특수한 상황, 즉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이 극에 달하는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두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때로는 좋은 경영철학이 되지만, 이를 무비판적이고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적용한다면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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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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