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차가운 시대의 볕이 되다, 샤갈 : 러브 앤 라이프展 [전시]

글 입력 2018.07.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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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의 서구 화단은 전통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했다. 주류에 대한 저항이 또 다른 주류가 된 것이다. 강렬한 색채로 격정을 표현했던 야수파, 사물을 거침없이 해체하여 고정된 틀을 타파한 입체파, 합리와 이성을 조소하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가 등장했다. 누군가는 소변기를 미술관에 출품했고 누군가는 팝스타의 사진을 복제하듯 찍어내어 미술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에 대척하는 날카로운 시선들 사이에서 그것을 모두 수반하면서도 은은하고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던 화가가 있다. 올여름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일 전시의 주인공, 마르크 샤갈이다.

익숙하지 않은 따뜻함이다. 갖가지의 색들이 정감 어린 시선 속에서 조우하는 그의 그림에선 세상을 보는 낙천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대표작 중 하나인 「나와 마을」을 들여다보자. 맑은 눈을 한 염소와 남자는 서로 미소 지으며 마주 보고 있고, 오색의 집과 구름은 아무런 경계 없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을 이룬다. 차가웠던 시대가 무색하게 벅찬 온기가 감돌고 미지의 향수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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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나와 마을》


그렇다고 샤갈이 온갖 안티테제가 난무했던 당대의 예술계에서 홀로 고고한 아름다움만을 외쳤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진보적인 흐름을 구축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묘사의 사실성을 추구했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화법을 구사한 것은 물론, 입체파와 야수파, 오르피즘을 거쳐 표현주의 미술의 대가가 되기까지 그는 하나의 사조에 고착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을 자유롭게 투영하였다. 또한 장르에 있어서도 회화뿐 아니라 판화, 삽화,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여기저기를 누비며 자신의 생각을 곳곳에 담아낸 그의 움직임은 아름다운 저항 그 자체였다.

전통에 대한 타파와 세상에 대한 포용을 동시에 실천한 그의 삶의 깊이가 궁금해진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화가의 위대함의 근원을 찾아보기 위해선 그림을 넘어 그림 밖 화가의 생애까지도 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그의 생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말이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샤갈의 그림 속 세계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그의 삶과 사랑을 짚어보며 그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한 발짝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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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대인 문화 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컬렉션展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샤갈과 그의 딸 이다(Ida)가 직접 기증하거나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샤갈 작품 중 150여 점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전시는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의 책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유대인으로서의 샤갈부터 러시아를 떠나 베를린, 파리, 미국을 돌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죽는 날까지 고향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한 샤갈, 그리고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크나큰 사랑이 그의 작품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자세히 관찰한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한 가지 색은 사랑의 색이다.”


샤갈의 미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 삶과 사랑은 왜 핵심적인가? 연인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류와 민족에게도 아낌이 없었던 그의 넘치는 사랑은 작품에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사랑과 행복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가난했고, 전쟁과 박해는 유대인이었던 그의 삶을 시종 위협하였다. 뮤즈이자 사랑이었던 연인 벨라의 이른 죽음은 미술을 잠시 놓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의 행복과 기쁨은 세상의 고독을 외면한 자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면으로 이겨낸 자의 결실이었다.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 사랑에서 행복을 찾기도 어려운 시대에서 샤갈은 줄곧 사랑의 색을 외친다. 그러나 그의 색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위로가 되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순탄하지 않았던, 그래서 더욱 값진 사랑에 기뻐했던 그의 삶이 만들어낸 따스함이다. 그의 작품과 삶의 족적이 만들어낸 볕은 여전히 차가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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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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