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플라, 웬디! < 스탠바이, 웬디 > [영화]

글 입력 2018.07.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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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플라, 웬디!
영화 <스탠바이, 웬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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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탈출 밖에 길이 없겠군


웬디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녀다. 하나뿐인 가족인 언니 오드리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웬디는 시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웬디가 답답함을 견디는 길은 <스타 트렉> 시나리오 글쓰기다. <스타 트렉> 시리즈의 팬을 위한 시나리오 공모전이 열리는데, 거기에 제출할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동시에 조만간 시설에 방문하는 오드리를 맞이할 준비도 한다. 사회화 연습을 하는 것이 답답하고 짜증이 나지만 웬디는 사람과 어울릴 수 있도록 연습한다. 드디어 오드리가 찾아오고, 만남은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흥분한 웬디가 악을 쓰며 난동을 부리자 스카티 선생님은 그녀를 진정시킨다.


“Wendy. Please stand by.
Please stand by…….”


결국 언니를 만나는 날에 원고를 제출하고, 집으로 함께 돌아가겠다는 웬디의 계획이 어긋나버린다. 언니 오드리의 말에 마음까지도 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낙심하여 침대에 웅크리고 있느라, 정성 들여 작성한 시나리오 원고를 제때 제출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슬픔에 빠져있던 웬디는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LA 파라마운트 픽처스 사에 방문하기로, 자신의 원고를 직접 제출하기로 마음 먹는다. 아직은 이른 아침, 웬디의 모험이 은밀하게 시작됐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강아지 피트도 함께…….

시설 밖으로, 세상으로 향한 웬디는 처음으로 여러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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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그리고 소통과 성장


영화가 진행되는 약 90분, 웬디는 수많은 사람과 마주치며 말을 주고받고, 대화하고, 소통하게 된다. 처음엔 주로 무표정, 분노하는 표정만을 보여주던 웬디는 종종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시설 안에만 있을 때와는 어딘가 다르다. 미묘하게 표정도 분위기도 달라졌다. 웬디는 모험 중 마주친 사람들과 단순히 말만 나눈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과 마음이 닿는 소통을 하게 된 것이다.


웬디가 만난 사람들

웬디가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을 ‘소통의 달인’이라 칭하고 싶다. 엄청나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섬세한 배려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웬디가 내면에 세운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벽 너머의 웬디를 존중하며 기다렸다. 스카티 선생님과 순경님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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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티 선생님은 웬디를 ‘가장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으로 정의한다. 스카티는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늘 잔잔하게 시선을 맞춘다. 서로를 부르기 위해 재미있는 방식으로 호각을 분다. 따듯하게 포옹을 하고 싶다면 함께 만든 독특한 제스처를 취한다. 웬디가 쓴 시나리오 원고의 배경 작품인 <스타 트렉>을 잘 모른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웬디를 이해하기 위해 또래인 아들에게도 조언을 구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

한편, 남자 순경은 잔뜩 경계하며 몸을 숨긴 웬디에게 클링온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클링온어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며, 클링온족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영어로 일방적인 대화를 시도할 때에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보이던 웬디는 클링온어로 걸어오는 말에 조심스럽게 클링온어로 대답한다. 순경은 웬디에게 안전과 보호를 약속하며 웬디와 소통에 성공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순경이 끝까지 클링온어로 웬디와 소통했다는 것이다. 웬디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답하자 그제야 영어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들 외에도 웬디를 곤란한 상황에서 돕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웬디의 방식을 존중하며 조심스레 소통을 시도하고, 그녀가 소통하려는 의사를 표현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배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배려의 기반에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웬디가 마음을 열 것’이라는 믿음이 그들의 행동에서 느껴졌다.


무모함? 용기!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웬디의 행동은 무모했지만, 동시에 굉장히 용감했다.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겼는데, 하필이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속이 상했다. 정말 위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큰일이라도 나쁜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됐다. 실제로 웬디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세상에 꽃길만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웬디의 고난이 더욱 마음 아팠다.

그 상황에서도 웬디가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내면을 추스르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섭고 두렵고 또 낙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웬디는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낙담하게 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신을 붙잡았다. 스탠바이를 꾸준히 외치고, 언니와 부르던 노래를 웅얼거리고, 조카 루비 사진을 보며, 잃어버린 원고의 페이지를 꿋꿋하게 완성하며. 웬디의 걸음걸이는 끝까지 가고야 말겠다는 듯 거침없었다. 웬디가 세상에 전하는 거침없는 포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성장

영화 후반부에는 웬디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져있다. 왠지 모르게 걸음걸이가 통통 튀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웬디를 환한 얼굴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웬디가 일을 마칠 때까지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사람들이다. 성장의 과정에 함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웬디의 곁에서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웬디도 그렇다. 이번 모험은 그녀 혼자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웬디의 친언니, 위에서 말한 스카티 선생님과 순경, 니모, 편의점에서 웬디를 도와준 할머니,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빌딩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직원 등등……. 웬디의 여정에 동행한 용맹한 강아지 피트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들은 웬디가 가고자 하는 길에 선뜻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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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험은 웬디의 강인함과 주변 사람들의 너그러운 마음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웬디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그 너그러움을 보여준 주변 사람들도 함께 성장했다. 이해와 배려가 있는, 마음과 마음 사이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웃음 지으면서 모험을 마무리하는 장면은 어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모두 한층 성장한 동시에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향할 것이라는 암시처럼 보였다.



글쓰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말아요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궁금하지 않기도 했다. 결과가 좋으면 또 좋겠지만, 이게 다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웬디가 그 원고를 내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더하여 그 과정에서 웬디가 변화했음을 알기 때문에,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다행인 것은 웬디에게도 이번 모험이 '결과보다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웬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결과에 담담했다. 보다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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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의 삶은 계속된다. 삶을 살아가며 웬디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고 다시 해결해가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이는 즉 계속되는 성장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사로부터 온 메시지에 대한 반응, 그리고 언니와 조카 루비와 함께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웬디가 확실히 성장하고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어렴풋이 그녀의 미래가 그려진다. 앞으로도 웬디는 해낼 수 있다. 그녀의 강인한 마음과, 주변 사람들의 너그러움과, 모두의 사랑이 있기에. 장수와 번영을! 카플라, 웬디!


*카플라(Qapla)는 Good luck, Good bye를 의미하는 클링온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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