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래요 샤갈, 결국 사랑이겠죠

전시 <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 프리뷰
글 입력 2018.07.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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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jpg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또 보네요, 샤갈. 이곳은 당신의 해를 맞았습니다. 당신의 개인전이, 그것도 상당히 큰 규모로 두 번이나 열렸거든요. 저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람이니까요. 지금 저를 이루고 있는 구슬들이 꿰어진 줄을 잡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중요한 매듭 중 하나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공간에 사는 한 사람이, 당신에게서 그만큼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감히 특별하다고 말해도 되겠지요.

작품으로서의 샤갈, 예술가로서의 샤갈,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샤갈. 이 셋은 모두 다릅니다. 적어도 제게는 말이죠. 저를 매료시킨 건 당신의 작품이었습니다. 색이란 걸 그렇게 유심히 느낀 적이 또 있었을까요. 그림에 바싹 붙어 붓 터치의 질감 하나하나를 관찰하던 낯선 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보고 있으면, 음, 마치 물속에서 바라본 햇빛처럼, 파편이 된 색채들이 쏟아져 내렸어요. 그들은 절대 하나의 색 이름으로는 불릴 수 없었습니다.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아니에요. 당신의 그림 앞에서 간단명료한 이름들은 얼마간 멍청해집니다. 바로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어버립니다. 아, 이사람 천재구나…


연인들(1937).jpg▲ 연인들(1937)
 

그럼에도 당신의 작품에 저를 완전히 동화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과 그에게 공감하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 당신은 두둥실 떠다니는 예술가였습니다. 낭만의 품에서, 사랑의 색 안에서, 당신만의 기묘한 무중력 상태를 만듭니다. 당신의 그림은 당신처럼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꿈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꾸는 것은 바로 사랑의 꿈이었으니까요.

샤갈,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동안 사랑을 정의내리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사랑을 모르는 자는 딱딱한 정의에 매달리지요. 실로 사랑을 알고자 하는 저의 노력은 언제나 부정(否定)의 계기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사랑이 없어. 너의 사랑은 환상이야. 미안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해본 적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 압니다, 정말 유치하죠. 지금 보니 아주 오만한 겁쟁이였네요. 유치하고 겁 많던 저는 당신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샤갈이 당신의 그림에 쏟아 부은 것들 말입니다. 연인, 꿈, 사랑의 행복. 저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덥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저의 괴리는 용기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사랑에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사랑이라고 확신시키는 데에는 큰 용기가 수반됩니다. 당신은 그걸 해내는 사람이었어요. 역설적인 생각이지만, 당신의 상처가 없었다면 그런 사랑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역사의 상흔이 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유대인인 당신에게 실존적 위협이 되었을 나치의 탄압,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벨라의 이른 죽음. 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상처 속에서도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던가요. 상처로 뒤덮힌 사랑은 그만큼 순수하지 않을 것 같지만, 때로 상처는 사랑의 불순물을 정화하기도 하죠. 제가 뭘 안다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요, 웃음이 나지만 당신의 그림이 그토록 순수한 이유를 추측하느라 아는 체하고 말해봅니다.


사본(6) - 연인들(1954).jpg▲ 연인들(1954)
 

벨라가 당신의 뮤즈였듯 당신은 저의 뮤즈였습니다. 당신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매 번의 만남마다 당신은 예술이라는 낯설고 넓은 세계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처음 당신을 만난 날은 시각 예술을 ‘마음으로’ 경험하는 생애 최초의 순간이었고, 그 다음으로 당신을 보았을 때에는 한 예술가의 고유함과 독창성 뒤에 놓인 넓은 지평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지요. 이로써 세 번째로 당신과 만나는 나는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설레어 옵니다. 저도 이제 조금의 용기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당신의 사랑이 너무 딴 세상 이야기만은 아니기를 기대하며 찾아뵙겠습니다. 곧 봐요, 샤갈.





포스터.jpg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展 -


일자 : 2018.06.05(화) ~ 09.26(수)

휴관일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6/25(월), 7/30(월), 8/27(월), 9/24(월)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주관
(주)디커뮤니케이션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주)디커뮤니케이션
02-332-8011






[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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