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전시]

글 입력 2018.07.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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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김춘수 시인은 샤갈의 <나와 마을>을 모티브로 삼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에서 낭만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환상의 마을을 노래했다. 김춘수의 초기 시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등학교 문제집에서 이 시를 처음 보았을 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생명력?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올해 3월, 미국의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도 샤갈을 잠깐 만났었다. 수많은 근현대 작품 속에서 샤갈의 초기 대표작인 <나와 마을>은 익숙한 듯 눈에 보였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이상하게도 우울하고 비극적인 생애를 표현한 예술가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샤갈은 그리 관심 있는 화가가 아니었다. 묘한 환상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지만 흥분과 황홀경에 빠질 만큼의 충격이 부족했다. 그래서 비극적인 노후를 보낸 키르히너와 고흐의 슬픔과 고통이 담긴 작품에 이만 눈을 돌렸다. 아쉬움이 남는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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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에서 다시 한 번 오롯이 샤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샤갈의 생애를 넘겨보았다. 그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고 싶었다. 샤갈은 향수, 그리움, 낭만과 같은 것들을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고향 비테프스크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기에 접어들어서는 고향인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당시 새로운 양식이었던 야수주의, 입체주의의 영향 또한 받았다. 샤갈이 지닌 ‘삶’에 대한 긍정은 그의 작품 안에서 한 겹 한 겹 꽃 피웠다. 또한 샤갈은 사랑의 색을 믿었다고 한다.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아내 벨라 로젠펠트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러한 믿음의 기반이자 실현이었다.
 
사실 이러한 단어들은 그의 작품 안에서 색으로, 빛으로, 선으로 살아 숨 쉬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세상에 상처받은 이들은 어린 아이 같은 예술가의 공상과 작품이 주는 위로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삶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따라서 굉장히 단호하고도 집요해야 한다. 혹독한 사회의 논리 안에서 세상을 이용해서 살아남는 방법을 일러주는 선배는 많다. 성공한 삶에 대한 다양한 신화는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는, 더 나아가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어른은 많지 않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치밀하게 화사한 색채와 어렸을 적에 꾸던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같은 분위기.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들을 그린 샤갈이라는 사람은 어찌 그리 단단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는 트로트 노래의 제목으로 더 유명해진 ‘아모르 파티’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니체가 사용한 개념이다. 어렵다. 인간의 일생은 어느 하나 변하지 않고 무한히 반복된다. 이번 생에 느낀 두려움, 슬픔, 무기력함까지 빠짐없이 그대로다. 그럼에도 절망하지 말라니. 더 적극적으로 운명을 긍정하라니.

‘아모르 파티’는 나에게 끊임없이 혼자 되새기는 주문과 같다. 하지만 어떤 값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닿지는 못하는 수학의 극한과 같이, 평생을 걸려 다가가려 하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값비싼’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그의 그림처럼 샤갈이 가진 삶에 대한 태도는 (요즘 말하는) 이 세상이 힙이 아니다. 니체와 샤갈은 서로 만난 적이 없을 테지만, 만난다면 분명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될 것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앞서 말한 ‘사랑과 삶’이라는 주제로 샤갈과 그의 딸 이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후원자가 기증한 작품들 중 엄선된 150여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의 책으로 구분된 7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전시는 종합 예술인으로서 샤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들어보고 싶다. 샤갈이 노래한 ‘아모르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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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展 -


일자 : 2018.06.05(화) ~ 09.26(수)

휴관일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6/25(월), 7/30(월), 8/27(월), 9/24(월)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주관
(주)디커뮤니케이션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주)디커뮤니케이션
02-332-8011





[최희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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