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과의 전쟁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7.15 12: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 사회는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언론과 대중은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과 성공 비결에 관심이 많다. 어떤 연예인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하면 다이어트 시장에는 새로운 열풍이 분다. 그들이 하는 운동, 그들의 피트니스 클럽과 트레이너, 식단,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모조리 기사화되고 노출된다. 하지만 이제는 다이어트가 단순히 연예인들의 영역만은 아니다. 대중들이 연예인의 다이어트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비싼 돈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몸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SNS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서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요가 강사들이 게시하는 운동 영상, 일명 홈트 영상이 인기를 끈다. 전문가들은 참 고맙게도 부위 별로, 신체의 유형 별로 매우 친절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얼핏 보기에는 긍정적인 문화이다. 자신의 몸을 가꾸는 기술이 전문가와 특정 직업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다.


KakaoTalk_20180714_204254162.jpg
인스타그램의 피트니스 카테고리
 

그렇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첫째, 과연 내가 원하는 다이어트인가? 오로지 내 의지만으로 살을 빼겠다고 결심한 것인가? 둘째, 그 과정이 위험하지 않은가? 신체를 가꿈으로써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가치도 함께 추구하기보다는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비율과 수치에 매몰되지 않는가?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켜면 탄탄한 복근과 황금 비율을 가진 누군가의 모습이 끊임없이 보인다. 계속해서 노출되다 보면 강박이 생긴다. 내 자신의 몸과 이상적인 몸의 다른 점을 찾게 된다. ‘나도 운동을 해서 어깨를 넓혀야 되지 않을까?’ ‘내 허리는 두꺼운 편이네.’ 만족하며 살던 신체의 부족한 점을 자꾸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성인병의 위험을 줄이고 관절의 부상을 막기 위해 근육을 발달시키는 등, 오직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나의 우려는 주제넘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보기 싫은’ 뱃살 없애기. ‘아이돌’ 허리 만들기. ‘축 늘어진’ 저고리살 태우기. ‘가늘고 긴’ 다리 만들기. 인터넷에서 떠도는 뉴스와 영상 등 다이어트 관련 콘텐츠의 제목은 다 이런 식이다. 본래 자신이 가진 몸을 표준화, 수치화된 미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살은 보기 싫어지고, 전쟁에서 당연히 없애야 하는 적이 되어 버린다.


KakaoTalk_20180714_204852513.jpg
살이 밑으로 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KakaoTalk_20180714_204852800.jpg
팔이 노출되는 옷을 입기 위해서는 살을 빼버려야 한다.

KakaoTalk_20180714_204852986.jpg
살을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결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과정이 과연 나에게 위협적이지 않은가? 인터넷에는 이렇게 먹고 살을 뺐다는 연예인들의 식단이 넘쳐난다.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서는 단식도 불사한다. 탄수화물을 최소화하고,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한 끼에 500kcal가 넘지 않는 식단, 더욱 극단적으로는 일일 500kcal의 초저열량 식단 등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수많은 식단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가혹하게 음식을 조절했을 때 뒤따르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식단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대신 먹어주는 먹방을 보며 만족감을 얻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먹는 것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이어트 보조제, 다이어트 한약 등의 약물을 섭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물은 물론 유의미한 효과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처방한다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한 여성 아이돌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식욕억제제를 먹다가 우울증이 왔다고 고백했다. 여러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살을 빼라는 무리한 소속사의 요구에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심지어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식품이 거래되기도 한다.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식품의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KakaoTalk_20180714_204254297.jpg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살과의 전쟁 중인 우리 사회에 비추어 보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우리 사회는 건강한 신체와 건강‘미’가 넘치는 날씬한 몸매를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건강해 보이는 몸을 만들고자 정신적, 신체적 건강은 중대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 다이어트 기술과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직업과 관계없이 살과의 전쟁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살을 빼는 행동양식은 마치 종교의 교리와 같으며, 이 종교는 그만큼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다. 건강하게 아름답기 위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부디 이 종교에 우리의 영혼을 팔지 않기를 바란다.


[최희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