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너] 프롤로그

두 번째 삶
글 입력 2018.07.1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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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프롤로그


“Secret formula for happiness.”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팀은, 아버지로부터 하루를 사는 특별한 방법을 배운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내는 것. 처음엔 일단 평범한 삶을 살고, 그다음엔 거의 똑같은 하루를 한 번 더 사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 방법을 이렇게 비유한다. “Secret formula for happiness.”

팀의 하루는 보통의 직장인이 그러하듯 낯설고도 새롭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긴장과 걱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동료의 실수로 무거워진 회의실 분위기에 짓눌리고, 재판에 이겨도 기쁨 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바쁘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퇴근길, 옆 사람 이어폰에서 시끄럽게 들리는 음악 소리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한다.

속는 셈 치고 다시 사는 똑같은 하루는, 그러나 똑같지 않았다. 팀은 혼나는 동료를 위해 상사를 몰래 놀리는 유머를 던지며 위로한다. 재판에 이겼을 때 세상의 마지막 기쁨을 맛보는 것처럼 아주 크게 기뻐하고, 퇴근길에 다시 만난 지하철 불청객의 리듬에 자연스레 몸을 맡긴다. 그렇게 팀의 하루는 “Tough day”에서 “Pretty good day”로 격변한다.





"한 번 해봤으면, 당연히 할 수 있지!"

부럽고 샘이 났다. 그 누구라도 너처럼 시간여행 능력을 지녔다면 하루의 무게를 조금은 덜 수 있어, 당황스러운 순간을 조금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야. 괜히 입을 삐죽였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평범한 이들이 ‘물리적으로’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내는 방법은 없으니까. 때론 뜻하지 않은 공포를 슬며시 건네기도 하는 이 얄밉고 낯선 하루라는 손님에게서, 어떻게 아름다움과 기쁨, 감사를 찾아내란 말인가?

다행인지 영화 속 작은 힌트는 있었다. 팀은 두 번째 하루를 살 때, 평소에 수없이 지나치는, 아주 익숙한 공간일 법정 한가운데에 잠시 ‘멈춰’, 동료에게 건물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그렇다. 비결은 잠시 ‘멈춤’이다.

나의 ‘멈춤’은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습관처럼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간직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잠시 멈추기 위해서. 그 순간을 프레임에 가둔다. 그리고 2초 후 다시 보는 나의 공포, 어쩐지 익숙하다. 천천히 보니 아주 무섭지는 않다. 숨을 길게 쉴 수 있다. 나는, 이 순간을 딱 2초 전에 경험했다. 그래서 괜찮다. 그런 순간들이 모인 하루는 다시 보니 어쩐지 아름답기도 한 것 같다. 조용히 읊조린다, 나의 매일은 두 번째 삶이다, 한 번뿐인 이 시절의 나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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