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일기] 다른 날의 다른 모습, 다른 슬픔

글 입력 2018.07.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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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박주현]


가끔은 그 애가 내 글을 볼까 생각한다. 우리는 같이 글을 썼다. 하지만 그건 한참 오래전 일이고 그 애의 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낡은 독서실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까 봐 속삭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했던 것만 생각난다. 그때의 우리의 말들은 불행했지만, 그때의 우리는 불행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그 기억만 안고 산다. 그 계기로 나는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비록 내 모든 삶을 글로 채웠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취미, 특기와 같은 일부분이 된 상황이지만.

너는 여전히 글을 쓰니? 지금 나의 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넌 그때의 우리와 다른 우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난 그냥 조금 슬플 뿐이야.


[박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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