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총을 쏘는 여성, 익숙하신가요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전시]

글 입력 2018.07.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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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예로부터 남성의 성기 및 남성성을 상징해왔다. 그것은 주로 그에 반하는 것에 겨누어지며 위협과 폭압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여성이 누군가를 비난하고 저격하여 소멸시키는 것은 철저히 금기시되었다. 여성에게는 어떤 공격성을 발휘할 지위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니키 드 생팔은 남성 중심 환경과 가부장제 사회에 도리어 총을 겨누어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을 고발하고 가부장적 여성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지금까지도 사회를 울리고 있는 그녀의 총성을 고스란히 담은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이 올여름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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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은 현실의 사실적인 반영을 추구하는 전위적 미술운동, 누보 레알리슴(신사실주의) 작가였다. 그녀가 작품 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60~70년대의 유럽은 혁명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지배한 추상미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서 누보 레알리슴을 비롯한 혁명적 미술 경향이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사회적으로는 여성과 학생,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의 해방운동이 번지기 시작했다. 니키 드 생팔은 당대의 예술가이자 동시에 여성으로서 예술과 여성이 부르짖는 요구를 통쾌하게 실현하였다.

전시는 총 세 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이자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상처를 고발한 <Ⅰ. 개인적 상처와 치유>, 예술 활동 중 만난 사람들과의 애틋한 관계를 다룬 <Ⅱ. 만남과 예술>, 대중을 유쾌하게 위로하고자 한 <Ⅲ.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의 총 세 가지 주제를 다룬다.



여성성의 죽음과 새로운 탄생


Niki de Saint Phalle.jpg 


니키 드 생팔은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와 부모와의 이른 헤어짐으로 인해 외로운 유년기를 경험하였다. 더불어 첫 번째 결혼에서는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해 우울증을 갖게 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했다. 그녀는 우울증 치료의 일환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자신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에 감동을 경험하여 예술가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녀는 화랑의 벽면을 캔버스 삼아 물감을 담은 여러 형상의 표적을 진열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총을 쏘게 하여 추상화를 연출하는 전위예술 <사격회화>를 통해 현대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1961년 나는 총을 쏘아댔다.
아빠, 평범한 남자, 위대한 남자, 중요한 남자,
뚱뚱한 남자, 그냥 남자, 내 오빠,
사회, 교회, 의회, 학교,
내 가족, 내 엄마,
나 자신을 향하여,
모든 남자들을 향하여, 나는 쏘았다.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끝내주는 감정을 주기 때문에
나는 그림들을 죽여버렸다.

그것은 새로운 탄생이었다.
희생자 없는 전쟁이었다.


여성에게 있어 공격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특히 총격은 앞에도 언급했듯 남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자 아이가 총으로 적을 쏘는 게임을 하면 ‘여자답지 못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런데 니키 드 생팔은 과감히 총을 들어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것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든다. 대단한 파격이었다.

그녀를 억압하는 여성상은 죽었지만, 곧이어 새로운 탄생이 제안된다. 그것은 억압으로부터 탈피한 여성이다. 풍만하고 자연스러운 여성의 몸을 제시하여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미의 기준에 저항하고자 한 <나나> 연작도 마찬가지의 맥락을 지닌다. 그녀의 총격은 수많은 자아가 갇혀 있는 알을 깬다. 그로부터 벗어난 자들은 한없이 자유롭다.


Niki de Saint Phalle, Nana Fontaine Type, 1971, 1992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샘의 나나(백색의 춤추는 나나)



치유의 환원


그녀는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미술에서 오는 감동뿐 아니라 예술 활동 중 만난 사람들과의 애틋한 관계로부터도 정서적 위안을 받았다. 또 다른 누보 레알리슴 예술가 장 팅겔리와의 사랑과 이번 전시회 작품 컬렉션의 소장자이자 니키 드 생팔의 영원한 후원자 요코 마즈다 시즈에와의 우정이 그 예이다.
 
장 팅겔리는 그녀가 사별하기 전까지 평생을 협력하며 사랑을 키운 예술적 동반자로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연인이 생긴 후에도 평생을 의지했다. 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20년간 니키 드 생팔에게 열렬한 후원과 우정을 표한 친구였다. 요코는 그녀의 작품을 수집하고 각종 매체에 그녀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작업에 대한 고찰을 담은 그림편지는 서로에게 가졌던 우정과 믿음을 보여준다. 주류에 저항했던 니키 드 생팔의 파격은 같은 미술적 지향점을 바라보는 예술가와 후원자와의 교류 속에서 더욱 세차게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었다.


Niki de Saint Phalle 3.jpg
 

예술로부터 치유와 위안을 받은 니키 드 생팔은 자신이 경험한 그 힘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했다. 설화와 우화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작품들과 신화와 전설들이 혼합된 상상력으로 지어진 조각 공원 <타로 공원>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자유롭게 유희하듯 다루며 대중에게 유쾌한 기쁨과 치유를 제공한다.



Opinion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형상들이다. 위에 첨부한 니키 드 생팔의 사진부터 처음 보는 형상의 낯섦이 느껴진다. 카메라를 향해 당당히 서서 정면으로 총구를 겨눈 여성의 모습은 남성에 비해 잘 비치지 않는다. 누구나 갖는 공격성과 저항성은 왜 여성에게만 금기시되는가? 니키 드 생팔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적인 관념을 총격으로 터트려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녀의 작품이 지금도 ‘사실주의’로 다가온다는 것이 어느 면에서는 유감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뿌리 깊은 관념에 대한 용감한 저항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폭발하는 저항의 정신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한 그녀의 작품들은 무모한 억압에 지친 지금의 대중에게도 치유가 될 것은 분명하다.





조현정.jpg
 

[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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