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다] 걷다, 오키나와.

이 여름, 오키나와로 떠나요.
글 입력 2018.07.1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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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YUKI KURAMOTO 1st Album
Remin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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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 사색하는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글에 동경이라는 카테고리를 달기 무섭게, 운 좋게도 대학교 친구들과 오키나와에 여행이 잡혔다. 7개월 만의 일본여행, 처음 가보는 오키나와. 설렐 요소는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칼럼은 조금 칼럼답지 않은 포토칼럼이다. 그렇지만 독자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 것을 넘어서, 내가 사진에 담아온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머금고 향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지친 마음에 작은 힐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번 글 속 사진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등장하더라도 풍경 속에 작게 담긴 형태로만 등장하게 된다. 사람 없이, 사람 빼고- 담백하게 오롯이 오키나와의 도시와 자연과 풍경만 담은 이 글에서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를. 나의 사색을 오롯이 품어볼 수 있기를.

나의 4일간의 걸음을 따라 여정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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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나하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국제거리>에는 이렇게 야자수가 심어져 있다. 야자수를 가로수로 쓰는 곳은 제주도 이후로 처음 본다.

길쭉한 야자수 잎은 강렬한 햇빛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잎사귀 틈 사이로 강하게 내리쬐는 얇은 빛줄기는 오키나와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 사진을 찍었을 당시에는 해가 들지 않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야자수 잎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며 우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비를 피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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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하면 고양이, 고양이 하면 일본. 고양이들은 어떻게 이 섬도시에 오게 되었을까? 괜히 한번씩은 궁금해지는 쓸데 없는 것들.

일본스러운 표지판과 일본스러운 카라멜색 고양이. 비록 사진의 초점은 뒤의 하얀 차로 가있지만, 무엇인가 난잡해보이는 사진 속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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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만난 작은 가게. 해산물을 취급하는 식당인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밥집인지 술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때부터 시작된 나의 예쁜 가게 촬영하기. 일본 거리를 걷다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체인점이 아닌, 사장님의 감성이 듬뿍 담긴 가게들이 참 많다. 그런 가게들을 보다보면 '저긴 뭐하는 곳이지?'하고 자연스레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종류의 가게여서 놀랄 때도 많지만, 그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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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걸어 지쳤을 때, 갑자기 꼬치 하나가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뒤적거리며 찾아낸 이자카야 겸 야타이. 오키나와 시민의 일상이 잘 드러난 것 같아서 괜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네명이서 꼬치 하나를 주문했을 때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내가 꼬치 하나를 받아들고 쿨하게 인사를 하며 가게를 뒤돌아서 걸어갈 때,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나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아무말 없이 잘 가라는 눈빛을 보내셨다.

손바닥 길이 만한 작은 꼬치를 한 손에 쥐고, 냠냠거리며 시장 길을 걷던 그 때,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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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타이 무라로 가는 길. 일본의 골목길은 전부다 굉장히 좁은 느낌이지만, 전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높고 얇은 가로등 때문일까, 아니면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길바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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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소바를 먹기 위해 찾은 가게. 날은 습하고 등에선 땀이 줄줄 흐르는데 또 바람은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보라색 노렌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난 또 그 순간을 포착. 소바의 '소'자만 남은 사진이 완성되었다.

재미있게도 7월의 무더운 여름날 우리는 차가운 냉소바가 아닌 뜨거운 온소바를 먹게 되었지만, 다행히 가게 안은 에어컨의 냉기로 가득차있었기 때문에 몸은 추위를 기억하고 입은 뜨뜻함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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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길거리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다 이런 느낌으로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그들의 문화와 특성이 이런 곳에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는 이렇게 수수한 모습이지만, 저녁이 되면 등불로 가득찬다. 그리고 상점가가 아닌 일반 주택가 골목은 불빛 하나 없이 사람 흔적 하나 없이 컴컴해진 모습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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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고양이가 많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발견한 이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자고있는 고양이를 밟을 뻔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몹시 졸리고 피곤했는지, 나의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하게 늘어져서 자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셔터를 누르며 신기해하는데도 곤히 자던 녀석.

해변가 앞 화분 앞에서 자던 녀석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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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상징 오리온 맥주를 나타내는 저 빨갛고 파란 등은 ‘아 맞다 나 지금 오키나와에 와있지’라는 것을 문득문득 실감나게 해준다.

일본의 야끼니꾸점은 언제나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고기 굽는 연기, 그리고 시원하게 부딪치는 맥주 잔 소리로 정의내릴 수 있다. 아니-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없다면 그건 진정한 야끼니꾸 가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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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저녁의 등불은 어릴 적 보았던 지브리 영화 중 하나를 떠올리게 만는다.

그 시절 어렸던 나는 지금의 20대 중반이 된 내가 이렇게 일본의 많은 도시들을 여행다니고 있을줄 감히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등불 하나로도 나는 추억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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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다못해 너무나 압도적이여서 들어갈 엄두도차 나지 않는 이런 매장들이 꼭 길거리에 한두개씩 있다.

이런 곳을 발견하면, ‘어 저기는 뭘파는데지?’ 보다도 ‘과연 저 인테리어에는 얼마가 들었을까’가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본능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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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좌모는 생각보다 만명이 앉을 수 없을 것 처럼 생겼다. 그리고 만좌모에 두발 딛고 직접 서있을 수는 없다. ‘관광지가 다 뭐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도 처음 저 코끼리 코 같은 절벽을 보았을 때의 놀라움과 감탄은 잊혀지지 않는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여행에 와서 더 많이 느끼는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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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리지마 대교위를 지나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정갈한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섬과 구름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같은 앵글에 놓여있을 때 더욱더 아름다운 것들.

매번 보던 것들도, 여행에서 만나면 색다르게 느껴진다. 오키나와의 바다는 물색과 하늘색의 뚜렷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어로 하늘색과 에메랄드색 그 어딘가를 ‘물색(水色)’이라 한다. 이 사진과 그리고 그 다음 사진을 보면 보면 그들이 말하는 물색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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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리지마 대교 밑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 비로소 내 뇌와 눈이 동시에 인식한 ‘물색’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일부러 인파가 드문 곳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아쉽게도 눈을 감고 코우리지마 해변을 떠올리면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에, 왁자지껄한 다국의 언어로 들려오는 말소리가 섞여서 떠오르지만- 이것이 여름휴가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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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츄라우미 수족관. 그 속에 있었던 아주 큰 고래상어. 친구들 모두 예전에 한 다큐에서 본 장면과 대사를 떠올리며 ‘이것은 고래상어 입니다.’를 말하고 깔깔대며 웃었지만, 우리는 모두 두꺼운 유리창 저 편에 갇혀있는 생물들을 보며 그다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들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생태계의 법칙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타당하다고 생각되지만서도, 때론 잔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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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빌리지의 선셋비치. 물 색이 아름답지도 않았고, 하얀 백사장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나와 내 친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남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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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름이 선셋비치인지 단박에 알 것같은 이 풍경. 하늘에 물감처럼 번지는 주황 노을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땀뻘뻘흘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눈으로 보는 것 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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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버린 노을을 보며 ‘이제 앞으로 몇년 뒤에나 오키나와 선셋비치의 노을을 또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슬퍼졌지만, 지금 이 순간은 지금 당장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페이드 아웃 되는 우리의 웃음소리, 해질녘 노을, 차차 어둠으로 변해가는 주변 풍경, 켜지는 가로등,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 넘실대는 파도소리 ・・・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어 내 추억속에서 아련하게 맞춰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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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빌리지의 랜드마크와도 같다던 저 대관람차. 결국 여행책자 사진에서 보는 것 마냥 밝은 시간대에 예쁜 구름을 뒤로 한 채 찍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사진이 좋다.

고장나서 군데군데 빛이 들어오지 않았던, 약간은 촌스럽게 느껴졌던 네온사인 조명도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어찌나 아름답게 포장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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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참 다양하다고 느꼈다. 일부러 투어버스를 놓친 뒤, 로컬버스를 타러 가는 길. 걷고 걷다보니 땀도 나고 지쳤지만 ‘분명 차를 렌트해서 빠르게 이동하며 다니는 것 보다, 버스를 타고 레일을 타고 다니면서 얻는 것이 더 많겠지? ‘라며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원래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댔다. 꿈많은 네 청춘은 그렇게 더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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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엔 운좋게도 차없는 국제거리를 볼 수 있었다. 텅텅 빈 긴 도로를 보며 나는 우습게도 어울리지 않게 우리의 미래를 떠올렸다.

이 여행이 끝나면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 또 바쁘게 저마다의 삶에 충실하겠지. 취업 준비라는 이름 아래 눈코뜰 새 없이 이것저것 해나가겠지. 우리는 우리가 아닌 우리가 되어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지만, 그 길의 끝엔 함께 손붙잡고 걸어온 우리가 마주보며 웃을 수 있기를.

줄기찬 일본여행만 2년째, 내 여행 역사 이래로 가장 많은 인원과 함께한 곳은 다름아닌 오키나와. 함께여서 좋았고, 그냥 오키나와여서 좋았다.

빛나는 여름 이야기 속 한 페이지를 더욱더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던 오키나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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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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