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몸은 나의 것인가? '임브레이스' [영화]

당신의 생각을 뒤흔들고 삶을 변화시킬 영화
글 입력 2018.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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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7월, 여름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다이어트이다. 노출 있는 옷을 예쁘게 소화하기 위해 혹은 다음 학기 개강 여신을 노리며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진 않은가? 사실 나도 그렇다. 나는 지금 친구 두 명과 함께 자취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 다이어트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샐러드와 닭가슴살,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헬스장에서 그리고 홈 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운동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살면 매일 야식 시켜먹고, 라면 끓여 먹고 그럴 것 같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저녁 6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집에 라면은커녕 밥이나 반찬도 없다. 정말 365일 다이어트 중이라는 말이 딱 맞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 땐 외모에 거의 신경을 안 썼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외모와의 전쟁은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같이 살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이 더 커져만 갔다.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가던 중, 최근 ‘탈코르셋 운동’과 더불어 ‘임브레이스’라는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처음으로 ‘내 몸은 나의 것인가?’ 라는 당연한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된 것이다. 독자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는 왜 세계로 나갔는가?


영화 ‘임브레이스’는 타린 브럼핏이라는 여성이 2년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며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그는 왜 세계로 나가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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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린의 여정은 그가 SNS에 올린 비포-애프터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기 위해 살을 쫙 뺀 사진이 비포, 그 후 가족들과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며 다시 살이 붙은 사진이 애프터였다. “하나뿐인 자신의 몸을 사랑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된 이 사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댓글엔 응원하는 메시지와 인신공격이 뒤섞여 달렸고, 수천 통의 메일이 타린에게 쏟아졌다. 그것들은 자신의 몸이 싫고 역겹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놓은 메일들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타린은 메일 속의 이야기들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왜냐면 그 역시 세 아이를 출산하고 난 뒤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싫어했었고, 성형을 예약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마음을 고쳐먹은 건 바로 그의 어린 딸 때문이었다. 타린은 딸이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길 누구보다 바랐다. 그래서 결국 성형을 취소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완벽한 몸매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15주간의 철저한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완벽한 비키니 몸매를 만든 타린은 보디빌딩 무대에 당당히 올랐다.

대회가 끝나고 난 뒤 타린은 비로소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다. 그런데 그건 꿈꿔왔던 몸매로 거듭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완벽한 몸매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타린을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타린은 완벽한 몸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고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은 아니라고 그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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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린은 이러한 경험 후에 자신의 몸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내뜻대로 움직이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내 몸은 장식품이 아니니까 남의 시선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자신이 올린 사진이 큰 이슈가 되자 타린은 자신이 겪은 문제가 비단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Body Image’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의미하고 위험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또한 몸에 대한 긍정적이고 건강한 관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고자 첫걸음을 내딛었다.



70%의 여성은 몸매에 만족하지 못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너무 뚱뚱하다, 만족하지 못한다, 역겹다, 가끔 울고싶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여성들이 속앓이 하는 말들을 막상 이렇게 직접 들으니 정말 너무나도 슬펐다. 전부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왜 70%의 여성은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좇기 때문이다. 잡지나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도 실제로 그렇게 생기진 않았다. 컴퓨터가 혹은 의사가 만들어 낸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들과 자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며 비참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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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디어가 만든 단 한 종류의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섭식장애 환자들이다. 섭식장애란 ‘식이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이상행동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이 포함된다. 섭식장애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서 명백한 사회적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완벽한’ 몸은 단 한 종류라는 말도 안 되는 환상을 깨야 한다. 잡지나 TV로부터 눈을 돌려 우리 주변을 둘러본다면 “지구 상엔 74억 명의 인구가 살고 그들의 몸은 형태와 크기가 모두 다르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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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Secret’ 광고 (위) / ‘Dear Kate’ 광고 (아래)



내 몸은 나의 것인가?


영화를 보고 깨달은 가장 놀라운 사실은 ‘한 번도 내 몸이 내 것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늘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약도 먹고, 매일 화장을 하고, 제모하고 등등… 셀 수도 없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신경 쓰면서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했고 내가 내 몸을 싫어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힘들었다. 근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사람들이 만든 ‘아름다움의 기준’을 성취하기 위해 왜 그리 많은 감정 낭비를 했는지, 그것 말고도 이 넓은 세상엔 성취할 수 있는 기쁨들이 정말 많을 텐데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물론 이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미디어의 홍수에 빠져사는 게 현대인의 숙명이라 외모를 잣대로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디어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내걸고 있는 외모의 기준으로 인해 어린아이들조차 외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는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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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브레이스’는 자신을 꾸미고 살을 빼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영화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숨 쉬듯이 접하는 모든 왜곡된 ‘Body Image’를 지적하며, 거기에 자신이 맞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당신의 생각을 뒤흔들고 삶을 변화시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몸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이다. 그러니 건강하게 영양을 주고 내 맘대로 움직여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순간 누군가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온몸 구석구석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나를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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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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