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건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야 [음악]

글 입력 2018.07.20 01: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This Is Not A Feminist Song'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미국 SNL의 여성 멤버들이 부른 노래로 2016년 아리아나 그란데가 SNL에 호스트로 출연한 방송에 실렸고 아이튠즈에서도 정식 발매되었다고 한다. 꽤 전에 발매된 노래지만 최근에 영상으로 노래를 접했고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겹쳐 들리는 발랄한 노래의 영상을 보면서 왜인지 모르게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버렸다.


the-treachery-of-images-this-is-not-a-pipe-1948(2).jpg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의 반역, 1929


'이건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야'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후렴구 역시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라는 부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페미니스트에 대한 노래이다. 굳이 왜 이런 제목을 붙이고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라는 후렴구를 넣었는지 말장난인 건가도 싶다. 마치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 그림을 위에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표식을 넣은 <이미지의 반역>이 떠오르기도 하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고 언어의 의미론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우리가 정말 알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이 노래 역시 부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건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야.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틀렸을 수가 없지'


이 노래는 발랄하게 노래한다. 페미니스트 노래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그렇기 때문에 오답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페미니스트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대치와 부담감이 함께 동반한다는 말 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것을 페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 만큼이나 최근 쉽게 발화되고 있는 '페미니스트의 자격'에 대해서도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러이러해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이래서 올바른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판결을 훨씬 더 쉽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일까? 왜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완전무결한 페미니스트이길 요구하는 걸까? 반대로 차별하는 사람들한테 '인종차별주의자', '호모포비아' 같은 명칭을 붙여지는데 왜 성차별하는 사람을 향한 말은 없고 '페미니스트'라는 명칭만 남게 되는 걸까?

페미니스트의 자격이라는 것도 그렇다. 사실 페미니스트는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과사전 같은 곳에는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명제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여성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과 정치적인 올바름을 들이대고 강요하는 이중 잣대가 페미니스트에게는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페미니스트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하는 사람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선언을 하고 행동을 한다고 사상을 검증 당한다거나 부당 해고를 당하는 불합리한 일들은 최근에도 일어나고 있다. 결점 없이 완벽한 상태이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지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격이 부여 지는 것이라고 검열을 하기도 한다. 과격한 방식의 페미니즘을 향해 그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뷰티나 패션 업을 종사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지만 꾸밈 노동을 전시하는데 어떻게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며 질타 받기도 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때 특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배워나가는 입장이지만’, ‘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과 같은 말을 덧붙여 페미니즘을 향해서 인지 아님 나를 향해서인지 모를 변호를 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 가볍게 말해 그게 흠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기에도 어딘가 부끄러운 구석이 많았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루어지는 여성 운동에 소극적이고 여성임에도 여성 혐오 안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고 일상 속 차별적인 발언들을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눈 감고 지나간 적도 많다. 문제의식이 있는 당사자임에도 충분히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는가? 맞서 싸웠는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비롯된 자기검열로 인해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칭하지 못했었다. 그 간단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바꾸는 것도 주저했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닌지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었고 그 자격을 갖추려면 일단 내가 더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집에서 앉아서 보는 네가
의견을 낼 차례야.
우리가 잘못 다뤘다면 알려줘.
이 까다롭고 지뢰 같은 노래를 말이야'


하지만 이 노래는 노래한다. 완벽한 노랫말을 붙이지 못해도, 찬가를 쓰다 집에 가버려도, 집에 앉아 시간을 보냈더라도 언제든지 이 노래에 끼어들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까다롭고 지뢰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고 있다고 말이다! 록산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에 등장하는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단점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보통의 인간이니까'라는 서문처럼 페미니스트가 가진 특정한 모습이라는 건 없다. 모순적이고 불완전한 모습이더라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으며 페미니즘에는 정해진 어떠한 답도 없다.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노래처럼 누구나 페미니스트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매번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기 주저하는 나조차도 말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페미니스트의 자격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초점이 맞추어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을까?




[Verse 1: Kate McKinnon & Aidy Bryant]
The world, it needs an anthem
For all of womankind
The song to fight, the song to right
The wrongs of all of time
So we put pen to paper
And wrote all through the night
A gorgeous ode to feminism
Well within our sights

[Pre-Chorus 1: Kate McKinnon and Aidy Bryant]
But this is pretty nuanced stuff
And putting it all in one song was tough
And that's why...

[Chorus 1: All Women]
This is not a feminist song
We tried real hard, but it took too long
This is not a feminist song
Cause we were scared we would do it wrong
We know women need an anthem
A song to call their own
But we didn't write that anthem
We went home

[Verse 2: Cecily Strong & Ariana Grande]
Every woman has a struggle
And every struggle's real
But just try and write a song that captures
Every woman's deal
So instead of writing lyrics
Here's us running in the sand
And here's a bunch of lens flares
And an old woman's hands

[Verse 3: Kate McKinnon & Leslie Jones]
Not to call a woman old
Or judge a woman's hands
We know a woman shouldn't be
Reduced to just her hands

[Pre-Chorus 2: Kate McKinnon and Ariana Grande]
We stepped right into that trap
It's so hard to navigate this crap
And that's why...

[Chorus 2: All Women]
This is not a feminist song
So technically it can't be wrong
This is not a feminist song
I feel like we've been singing so long
Our ancestors, they fought for us
So they deserve a song
But this is not that song
So move along

[Bridge: Aidy Bryant & Sasheer Zamata]
Now here's some powerful footage
For a song we did not write
It's Malala, Maya Angelou
And Madeleine Albright

[Bridge 2: Kate McKinnon & Ariana Grande]
And RBG, she taught me
That women can be strong
And that women have the right to choose
To bail on this whole song, oh, yeah

[All Women]
And that's why
This is not a feminist song
We're just women singing a song
But doesn't that make it a feminist song?
I guess this was feminist all along

[Chorus 3: All Women (Beck Bennett)]
This is a feminist song
Tweet it, hashtag "Feminist Song"
(Where are the men in this feminist song?)
An excellent point, now move along
Cause now it's time for you at home
To weigh in on this song
And tell us if we handled it
All wrong

[Outro: Aidy Bryant & Ariana Grande]
This tough and tricky landmine of a song
Ah, yeah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딱 정해져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페미니즘 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거요.'

- 아리아나 그란데



출처 : SNL


[박선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