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ulist] 美운 오리 새끼

글 입력 2018.07.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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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유진아


오늘은 나에 대한 얘기를 써보려 한다.
아니 내가 나에게 쓰려고 한다.

나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무작정 휴학을 했다.
휴학을 너무 하고 싶었다.
스펙 쌓으려고? 취업 준비?
공모전, 토익.. 하려고?

아니다.
난 단지 쉬고 싶었고,
나에 대해 돌아 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부모님께서도,
대부분이 휴학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난 반대했던 사람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왜 휴학을 했니?'라고 물어보면,
취업 준비하려고요, 자격증 준비하려고요, 등등
답변을 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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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유진아


휴학을 한지 반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휴학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는다.

휴학을 처음 하고 나서 계획표를 써봤다.
계획 있는 휴학은 보람차게
보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계획표도 지켜지지 않았을뿐더러,
잘 써내려 가지도 못하겠더라.

처음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여유를 가졌고, 놀았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다음 날도.
놀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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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유진아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어폰을 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면
정말 행복하다.

난 감성적이거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하루가 너무 고되다고 느껴지는 날에,
하루의 끝이 저물어 갈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치킨과 시원한 맥주를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해보고 싶었던 공모전을 나가서
밤을 새우고 제출하는 그 뿌듯함이 좋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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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유진아


휴학한지 반년 째,
취업에 대해서, 미래가 걱정이 돼서,
나 자신이 잘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부족해서 그 어떤 것이든
깊은 한숨을 내보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나도 있다.
나도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투명한 일로 걱정을 하는 것보단
앞서 말한 '가끔씩 내가 뭘 좋아했을까?'와 같이
나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 시간은 내가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해준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의 걱정을 많이 하는 데 비해
자신이 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서 대한 걱정은,
미래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믿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전에 미래의 나 말고 현재의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지금 나 자신에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 대해 알아볼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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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유진아


나는 미운, 美 운 오리 새끼다.

이런 것도 잘 해 못해내고,
남과 비교했을 때 자괴감이 드는
가끔씩 미운 나지만,
지금은 비록 부족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백조처럼 아름다울 날개를
펼칠 수 있는 美 운 오리 새끼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분명히 멋지고 예쁜,
美 운 오리 새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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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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