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솔직하지 못한 마음, 바이올렛 에버가든 [기타]

글 입력 2018.07.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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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바이올렛 에버가든>


SNS로 의사소통하는 시대에 편지를 쓰는 일은 조금 어색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필자 역시 편지를 썼던 경우는 전자기기가 금지된 고등학교 기숙사나 군대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것 정도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편지를 쓰려고 했을 때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행동 자체가 어색했다. 한정된 지면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편지가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이나 <바이올렛 에버가든> 속 의뢰인들과 주인공의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성장 과정

    
정보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가상의 세계, 글을 읽을 줄 모르거나 감정을 글로 적어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자동수기인형’이 있다. 그러나 이 ‘인형’은 인형이 아닌 사람이다. 의뢰인의 심중을 파악하고 기계처럼 정확하게 글을 작성하니 인형이라 불릴 수도 있다. 자동수기인형은 공감능력과 감수성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이 무딘 사람이 이 일을 선택한다면?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감정을 깨우치지 못한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사랑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성장 과정이다.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고아 출신에 군인으로 길러진 주인공은 감정표현이 더 서툴다. 민간인이 된 에버가든은 오히려 인간이라기보다 진짜 인형에 가깝다. 의뢰인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고 업무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더불어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주인공의 의수는 로봇 같은 그녀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주인공은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을 대변한다. 자신의 심정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방법을 모를 뿐 경험이나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녀는 한 명의 인격체가 된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진솔한 사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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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中 


 
우리가 사는 이야기


13편의 에피소드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사연은 ‘사랑’이다. 이것은 주인공을 돌봐준 길베르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사랑해.”)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에버가든은 사랑의 다양한 면을 마주한다. 가족 간의 사랑, 연인들의 사랑, 친구로서의 사랑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세상을 배워 나간다. 때로는 의뢰인들이 가진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성장한다. 작품 속 이야기들은 살아가면서 생각할 수 있는 고민으로 매우 친숙하면서 인간적이다. 특히 10화의 어머니와 어린 딸의 사연은 신파적일 수도 있지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편지를 매개체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아날로그가 가져다주는 서정성과 아련함을 극대화한다. 판타지와 액션이 주류인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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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의 차이와 미흡한 전개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지만 한 번쯤은 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 다다르는 쉼터처럼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시청자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부치지 못한 마음이 있나요?’



출처- 위키피디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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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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