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복한 일은 매일 있을까요? [도서]

글 입력 2018.07.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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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서점의 시/에세이 공간에 비슷한 느낌의 책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책들은 종종 베스트셀러 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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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따뜻한 색감에 느낌 있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가 매력적인 이 책들은 제목만 읽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꽤 직설적이고 위트 있거나 위로를 주는, 그러면서 뼛속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목들이다.

마음과 인생에 관한 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종종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2013년과 2014년의 베스트셀러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미움 받을 용기’가 떠오른다. 두 책의 저자는 모두 철학자이며 책 속엔 그들의 인생의 깊이와 전문적인 지식이 어우러져있다.

위의 책들은 이 두 책과는 약간 다른 온도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책 속에 담긴 인생에 대한 고찰은 전혀 가볍지 않은데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으로 다가와 너무나 쉽게 흡수된다.

이러한 책들은 세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뉘는 듯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찾는 책,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책, 그리고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책. 나는 위의 책들 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를 읽고 이 책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 그리고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 것도 안하면 어때?”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다른 사람들이 요즘 뭐하냐고 물어볼 때 아무것도 안 한다고 대답하면 어떠냐는 내용이 있다. 아름다운 시나 유명한 명언보다 내 마음의 심금을 울린 말이었다. 나에게 열심히 사는 것이 성공한 인생을 위한 필수 조건임은 불변의 진리였기 때문이다.

그건 ‘성공한 인생’에 대해 세뇌당한 결과다. 어떤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게 질문했다: “좋은 대학은 왜 가고 싶니?” 학생은 이런 대답을 한다: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요.” 그러면 선생님은 “왜 취업을 잘하고 싶은데?” 라며 되묻는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학생은 “행복하기 위해서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도출해낸 것에 뿌듯해한다. “좋은 대학교를 가는 이유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세속적인 이유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란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렴!”

진정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기 이전에 선생님들은 이런 질문회로를 통해 학생들을 은근히 세뇌시킨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무엇무엇...이후엔 행복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걷다가 의문이 생긴 사람들이 위와 같은 책들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이 사람들이 비슷한 의문 속에 살고 있기에 저 책들이 인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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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p.241~242 中

행복을 삶의 목적이라 부르지 않을 것.
사람이 행복하려고 태어난 낭만적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원시적인 감정은 기쁨, 분노, 혐오, 공포, 슬픔, 놀람 이렇게 여섯 가지인데, 인간이 행복하려고 지구에 왔다면, 긍정적인 감정을 딸랑 한 가지만 셋팅해 놓았을 리 없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생각 자체가 대단히 큰 착각인 거다.
그런데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규정하고 완전무결하게 행복한 삶이 존재하는 듯 떠들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그러니 가끔은 슬퍼도, 우울해도 된다. 그 시간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10번 중에 6~7번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10번 중에 10번 행복하려 한다면, 그건 강박증이다.



프리터족과 NEET족


먼저 프리터족은 Free와 아르바이터를 합친 신조어이며 알바만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어는 정도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실컷 취미생활을 하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다. 1980~90년대 일본에서 생기기 시작했으며 2001년에는 15~34세 인구의 21.2%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집단에 소속되기를 꺼려하고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일한 뒤 쉽게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취업난으로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이 된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안타깝지만 나는 자발적 프리터족의 정신을 높게 생각한다.

여기 더욱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안 하면 어때!’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신조어이기도 한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을 의미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하는 YOLO와 정반대의 의미 같으면서도 묘하게 같은 선상 위에 있는 듯하다. 진취적인 인생을 지향하는 YOLO족들과 다르게 NEET족들은 자발적인 백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방향은 반대지만 둘 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점에서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생긴다.

프리터족과 NEET족의 증가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프리터족과 NEET족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한 강박 속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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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


이것 역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책에서는 SNS에 자주 등장하는 행복한 일상들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지만 우리의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라 말한다.

버스 창문을 통해 빛에 반짝거리는 나뭇잎들을 보고 있었다. 밖은 덥지만 에어컨 아래 바라보는 햇볕 쨍쨍한 바깥풍경은 예뻤다. 달리는 버스는 그러다가 한 순간에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작가님이 말한 인생과 버스 속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는 순간들로만 편집할 수 없고 한 순간에 어두워질 수 있는 롱테이크 무편집본. 그 중 작은 일부분인 어떤 일 때문에 우울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가끔 참으로 사소한 것이 모든 생활을 뒤흔든다. 그럴 때마다 롱테이크의 일부분임을 명심하며 멀리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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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도 아니고 을도 아닌 위치


나는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처음 만나거나 어려운 사람일수록 사람 좋은 척을 하게 된다. 사실 다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거나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표정관리나 단어선택에 더욱 신경을 쓴다.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모든 걸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지만, 나는 신경 쓰는 정도가 조금 심한 것 같다. 첫인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경험이 있어서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조금도 남기고 싶지 않은 강박증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인간관계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나의 본질을 찾아야한다. 즉 나의 장점과 단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내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점점 침몰하게 된다.

또 상대방의 본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첫인상은 외적인 모습에서 많이 결정되기에 첫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얼른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방을 존중하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가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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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p.171~172 中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지는 말 것.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 해도, 그 사실이 나의 삶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것은 중요한 미덕이지만 스스로를 지켜내는 건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자 권리이다.



우리는 말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미덕이며 스스로를 1순위로 두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이 바뀌고 있다. ‘너는 네가 제일 중요해?’ 란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응’이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너의 행복이 제일 중요해, 모든 사람들이랑 잘 지낼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마. 이런 말을 해주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또 많이 팔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우리가 좀 더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인다면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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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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