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영학과 학생인 내가 드러머가 된 이유 [공연예술]

대한민국 락의 전성기는 끝났을 지라도 대학 속 밴드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글 입력 2018.07.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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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들었던 우리 동아리 정기 공연 포스터 ]


7월 13일 금요일이 지나갔다. 이는 여느 금요일처럼 주말의 시작을 뜻하기도 했지만 내겐 좀 더 특별한 날이었다. 1년 반의 중앙 락 밴드 동아리 생활을 마무리 짓는 단독 공연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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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솔루션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한솔' ]


내가 처음 드럼을 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내가 좋아하던 밴드 때문이었다. 음악을 가려 듣지 않아서 어렸을 때부터 참 다양한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으레 최신 음악 차트가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앨범 아트를 골라 그 앨범의 전 곡을 듣는 걸 즐겼다. 뭔가 멋져 보이는 앨범 아트들은 대개 인디 밴드의 것이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디 밴드를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짧은 내 인생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인 고3때 내 곁에 있었던 건 밴드 ‘솔루션스’와 ‘쏜애플’, 그리고 일본 밴드 ‘SEKAI NO OWARI’였다. 스마트폰도 아니어서 아직도 삼성 MP3에 노래를 다운 받아 쓰고 있던 때였다.

내 작은 MP3 속에는 그 세 밴드의 노래 전 곡만이 담겨 있었다. 한 두어 달 뒤에는 다 외워버려서 다른 노래도 넣긴 했지만 정말 한동안은 귓가에 그들의 노래만이 맴돌았던 것 같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건 밴드 ‘솔루션스’의 드러머 ‘박한솔’ 님이었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그를 마치 아이돌 좋아하듯이 좋아했었다. 음악 스타일이나 외모나 보여지는 성격 같은 게 다 내 취향이었고, 무엇보다 드럼 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고3이었던 나의 목표가 대학에 가서 박한솔 님에게 드럼 레슨을 받는 거였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짜잔! 그 고3은 대학생이 돼서 중앙 락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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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작은 컨테이너 동아리 방 사진.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이다. ]


대학에 입학하고 3일 뒤 인가 동아리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오직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음악 동아리에 하나하나 방문해 보았는데 학교가 소규모라 그런지 드럼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와중에 새내기 OT 때 공연을 했던 우리 학교 중앙 락 밴드는 별 홍보를 하지 않아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직접 묻고 물어서 겨우 학교 뒤 쪽의 구석진 동아리 방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작은 동아리 방에서 우리의 역사는 쓰여졌다.

농담처럼 내 진짜 전공은 드럼이라고 할 정도로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드럼에 투자했다. 패드를 치는 것부터 더블을 밟기까지 나는 수백 번의 잔소리를 들었고 몇 번의 눈물을 흘렸고 종종 물집이 잡혔다.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기에 그만큼 항상 공연에 목말라 있었다. 우리를 보여주고 싶고, 우리의 열정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다.

공연장에는 공연장만의 열기가 있다. 앰프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오고 앞에서 조명을 뜨겁게 비추는데 내 앞 드럼 너머에서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된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공연 당시에는 머리가 하얗게 차분해지고 몸이 기계처럼 리듬에 맞춰 박자를 맞추게 되는 것 같다. 리듬과 관객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마냥 신날 때는 있을지라도 연습할 때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은 없다. 오직 공연장에서만의 그 순간을 위해 참 많은 공연에 섰던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과 무수한 공연을 설 수 있었던 건 대학밴드연합의 존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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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밴드연합 네이버 까페의 모습. ]


대학밴드연합은 2012년 창립된 국내 대학 중앙 락 밴드 동아리 연합으로 현재 18개교가 소속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연합의 존재 이유는 공연장 대여와 친목이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공연장이 필요하지만 이 공연장을 대여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특히나 주말에는 값이 더 비싸기에 한 동아리가 다 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전체 비용을 나누는 n값이 많아질수록 부담하는 비용이 적어진다는 건 나눗셈을 갓 배운 초등학생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략 5팀 정도 구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이 숫자가 애매하다. 만약 우리가 연합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괜찮은 5팀을 섭외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함께할 팀을 구하는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연합의 가장 큰 장점이다. 친목을 다지기에도 좋다. 같은 팀원과는 공유하지 못할 고충도 다른 밴드의 같은 파트의 친구와 나눌 수 있고 이후 군대 등의 이유로 밴드를 졸업하게 됐을 때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다시 모여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밴드 동아리 특성상 시간이 없어 다른 동아리에 들기 힘든데 연합 동아리가 아님에도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다. 재작년인 2016년에는 대학밴드연합 동아리에 소속된 동아리 중 몇 몇이 모여 구로 청소년 문화회관에서 악기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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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럼 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한다는 '위플래시'의 한 장면 ]


밴드는 끝났지만 나는 계속 드럼을 배울 것이다. 비록 박한솔 님은 아닐지라도 못지 않게 훌륭한 선생님께 배우고 있다. 내 드럼에 대한 기억은 책임감과 열정 그리고 욕심의 혼합체이다. 다른 파트는 없어도, 심지어 그게 보컬이라도 밴드는 돌아간다. 하지만 드럼은 없으면 안 된다. 연습조차 못 한다. 그래서 나는 나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떤 일이 있어도 드럼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처음은 호기심이었고 결국엔 책임감이었지만 이제는 욕심이다. 더 잘 치고 싶다. 이왕 시작한 거 아마추어 드럼 대회에서 입상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꿈이라도 꿔보려고 한다. 마지막엔 자기 소개서 취미 란에 적힐 한 단어로 전락할 존재일 뿐이라도 내 대학 생활의 절반이 드럼이라는 사실은 꽤 멋진 것 같다.

비단 이게 내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밴드가 이렇게나 많고, 연합까지 생긴 것이겠지. 내가 밴드를 졸업했다는 것은 또 다른 신입 기수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니, 나의 밴드 전성기가 존재했던 것처럼 그들의 전성기가 곧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락의 전성기는 비록 끝났을 지라도 대학 락 밴드의 전성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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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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