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위대한 승리, 셋 세기 전에 넘어갑니다. [음악]

우리 승리 진짜 잘해
글 입력 2018.07.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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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5년만에 솔로 앨범을 갖고 돌아왔다. 2008년 스트롱 베이비라는 솔로곡을 시작으로 2011년 [V.V.I.P] 2013년 [Let’s Talk About Love] 그리고 2018년 [THE GREATEST SEUNGRI]까지 개인 활동과 빅뱅활동을 이어가면서 현재에 자리에 오른 승리는 그의 말마따나 이번 활동을 자신의 전성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와이지 메인 프로듀서진인 테디와 퓨처바운스의 참여, 위너의 송민호와 아이콘 비아이의 지원사격이 9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의 퀄리티를 한껏 올렸다. 디제이 레이블인 NHR과 YGX라는 힙합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승리는 빅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가수이자 아티스트임을 이번 앨범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TRACK LIST – 한 줄 평

1. 셋 셀 테니 (1, 2, 3!) Title - 테디는 역시 테디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테디는 앞으로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2. WHERE R U FROM (Feat. MINO) Sub title - 송민호는 최근 지드래곤을 많이 따라한다. 힐끗보면 이게 송민호인지 지드래곤인지 헷갈릴정도로 제스처나 패션이 비슷했는데 그 스스로도 “지용이 형이 없으니 Follow me”라고 인정했다.

3. LOVE IS YOU (Feat. Blue.D) - 블루 디의 본명은 전호연, 인스타그램은 blue.d_00으로 그녀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YGX라는 힙합 레이블의 소속이다.

4. 몰라도 (Feat. B.I) – 하우스 댄스 계열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 승리와 비아이의 하바나 같은 감성과 마이너 코드 진행을 볼 수 있다.

5. 달콤한 거짓말 (Feat. DANNIC) - 티에스토와 하드웰의 고향인 breda 출신의 네덜란드 디제이 대닉이 퓨처 하우스 장르 피쳐링으로 참여했으며 DJ로도 활동하는 승리의 역량을 보여준다.

6. BE FRIEND - 승리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에서 영향을 받아 신나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싸이 느낌이 더 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7. HOTLINE - 승리가 그간 앨범에서도 해왔던 승리 스타일의 곡이다. 자신감 넘치는 스트롱 베이비 part.2

8. 혼자 있는법 - 이전 앨범에서도 WHITE LOVE, LOVE BOX와 같이 서정성이 다루는 곡들이 있었는데 조금 더 섬세해지고 세련된 감성을 볼 수 있다.

9. GOOD LUCK TO YOU – 퓨처 베이스 EDM 곡의 하나로 이전 앨범에서는 항상 떠나가는 연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아냈다면 이번엔 성숙해진 태도로 대하는 여유로운 승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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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EST SEUNGRI TRACK LIST]


사실 빅뱅에서 누구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지드래곤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글을 더하기 전에 권지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승리를 향한 나의 변화된 인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래는 2년전 제주도에서 존재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적어놨던 지드래곤과 승리에 대한 단상이다.

- 지드래곤은 나의 10대였고 현재진행중인 우리의 20대이자 감성의 지표였다. 누군가 너는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야? 라고 물어볼 적이면 처음에 떠오르는 사람은 스스럼 없이 지드래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함이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 이유나 목적을 찾을 수 없고 고양감과 충만함은 개인적 차원의 유한한 언어로는 이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일전에 빅뱅과 지드래곤의 콘서트에 갔음을 기억한다. 5명 속에서 한 명에만 꽂히는 시선, 예전과 같은 열망과 열병, 가슴에 크게 얹힌 몽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덜어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고 그래야만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술자리에서 내가 심심찮게 묻는 '넌 꿈이 뭐야?'에 난 '지드래곤이랑 밥 한끼!'라 답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날은 끝이 없는 긴 밤이 될 것이며 많은 추억으로 수놓을 수 있는 또 다른 하루가 될 것이다.

이토록 지드래곤의 좋아함 이면에는 승리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빅뱅의 음악성에 있어 그들이 지금과 같은 자리를 잡기 전엔 승리가 빠지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맹목 때문에. 승리 자신도 그런 부족함을 알고 있었고 방송에서 많은 표출을 했었다. 승리가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는 그 부족함의 무게와 열등감의 뒤덮임을 그저 대단한 형들을 따라감으로 피해갔지만 계속되는 차이로 그 감정을 마주 했을 때 오는 괴리감으로 무너진 그를 감히 감응해본다.

방송에서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 덕에 이러한 감정을 비교적 덜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언어를 공부하고, 예능을 공부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현실주의적인 면모는 그렇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은 수많은 자기배려와 노력, 눈물이 필히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드래곤같은 인생을 꿈꾼다. 허나 존재가 충분히 아름다운 승리같은 삶을 이룬다. 모차르트 옆의 살리에르, 유재석 옆의 정형돈, 공명 옆의 주유 같이 분노와 우울, 슬픔, 열등감을 양분 삼아 자립하고 존재하며 동등해지고 충분히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열망. 양현석 앞에서 빅뱅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이 왜 빅뱅이 되어야만 하는가를 역설하던 10년전의 승리를 기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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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과 태양이 나온 2015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이 둘은 광희와 팀을 이루었었다. 광희가 만약 자신이 빅뱅이라면 승리 파트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란 말에 지드래곤은 순간의 격차도 없이 “승리 잘해 우리 승리 잘해”라고 말하였다. 단순히 빅뱅이라는 팀의 위상과 세간의 평가로부터 격차를 두려는 것이 아닌 온전히 승리에 대한 찬사. 친한 동생이기에 해주는 칭찬이 아니라 오롯이 승리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였으며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기에 해줄 수 있던 말이기에 더욱 와닿았다. 승리도 멤버들의 군 입대를 앞둔 여러 번의 콘서트에서 자신의 빅뱅으로서의 위치와 이미지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도 하였고 그렇기에 더욱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겹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승리 우리 승리는 정말 잘한다. 그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천재적인 프로듀싱 능력이 없고 감각적인 가사 능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승리의 역사가 그를 증명한다. 수많은 빅뱅의 앨범 곡에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솔로 무대 공연을 공간감 있게 채우며 현재 솔로 투어도 앞두고 있다. 빅뱅에서 승리가 돋보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가 있어야 빅뱅이고 승리가 있었기에 빅뱅이었다. 어느 다른 재능 있는 사람으로 승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오만한 생각일 것이다. 그가 열등감을 어떻게 이용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멤버들과는 다른 자신의 길을 영위해가는 것은 승리라는 사람과 과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년 승리 생일 때 처음으로 양현석이 제대로 축하해주었다고 한다. 양현석의 야속함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승리는 이 생일날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간 자신의 빅뱅으로서 활동했던 것에 대한 보상, 양현석으로부터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빅뱅 형들이 입대했기에 자신의 회사 내 서열이 많이 올라갔다는 말을 재치 있게 하긴 했지만 이전에 승리 앨범을 낼 때에는 사내에서 지원이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았다. 승리가 직접 작곡가와 컨택하여 곡을 만들고 앨범을 준비하고 승리가 겪었을 씁쓸함과 비루함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업 실패와 사기, 비교로서 오는 열등감, 잡초 같이 견디어내는 자신감은 결국 승리로 하여금 당당히 존재하게 만들었고 팬들과 일반 사람은 이 같은 승리의 친근한 모습이 자신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여기게 되었다. 승리가 이루어놓은 것이 워낙 대단해도 저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그의 겸손함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들과 별 다를 것 없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빅뱅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감사함과 만족감을 주었고 이번 앨범을 통해 빅뱅으로서 그들의 공백을 혼자서도 채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멤버 누구보다도 팬을 챙겼고 스탭들에게 감사했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건강할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의 셋 셀 테니 뮤직비디오처럼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같이 뮤지컬처럼 아름답고 오롯한 시선과 진심이 함께하길 바란다.

문의에 답해주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A&R팀 심규민님께도 감사드린다.


[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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