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낯선사람

글 입력 2018.07.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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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관통하는
낯설음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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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주는 여러 영향력이 있겠지만, 무대위 어느 시점에서 나를 바라보게하는 지점을 만났을 때의 여운은 오래 남게 됩니다. 최근 대학로 연극을 관통하는 주제 중의 하나가 '공포' 인데요,  내적자아를 만나는 낯선 공포를 찾는 발길들로 더위에도 인기몰이를 하고있는 작품, '낯선사람'을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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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극 '낯선 사람'에 바탕이 되는 ‘낯설다’는 개념은 공포의 근원과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낯설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결국, 서로 이해되지 않는 불안함에서 비롯되는 것일텐데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통해 인간내면의 심리적 이탈과 불일치를 혼돈의 역사속 배경위에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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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의 미완성 소설 '의화단 운동(Boxeraufstand)'을 모티브로 재창작한 것으로, 20세기 초 중국을 배경으로, 의화단 운동에 참여한 젊은 중국인 혁명가 천샤오보와 그를 잡은 오스트리아 연합군 장교 울리히의 이야기와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천샤오보와 그의 손녀 바넷사린의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울리히는 사형을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곧은 자세로 의연하게 소설을 읽는 천샤오보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는데요, 그동안 수많은 사형 집행을 행했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에 울리히는 상부에 강력하게 건의해 천샤오보를 살려주게 됩니다.

공포인지 경이인지 동정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울리히의 감성과 이성에 충돌을 일으켜 변화시킨 것은 결국 천샤오보의 '낯설음'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살아난 천샤오보는 어느날,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를 연습하는 손녀와 리웨이의 총살장면을 보며 자신이 죽을 뻔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편, 울리히는 과거의 영광만 바라보며 자신을 천샤오보라 생각하며 늙어가는데요, 두 인물 모두 비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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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폭력의 시대를 버텨온 그들 중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일까? 그리고 누가 가해하며, 누가 불가해한 인물인가? 또한 스스로가 이해되고 용납되는 인물은 진정 공포를 이긴 자들인가?를 묻는 듯했습니다.

100여년 이전, 중국의 산둥 지역과 베이징 부근에서 문호를 개방하길 바라던 유럽 연합군의 폭력에 대항하며 목숨을 던지던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적 흔적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지낸 이들의 내적 기억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 공동의 정서를 만들고 문화와 정체성이 된다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자본과 소비의 자율성은 개인 내면의 심리에 모호함과 이중성으로 변환된다는 점을 연극 속의 오페라, 일상과 기억 사이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을 초월하여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극중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대사가 있는데요, 여전히 약자들의 목소리가 대변되기는 어려운 세상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공포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무대를 통해 공포를 여러형태로 버티거나 이겨낸 자들의 모습를 보여줌과 동시에 격변하는 미래를 살아가야하는 시대의 공포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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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탄탄한 실력파 배우들을 만난 감사함을 전해드리며 사유하는 몸, 연대하는 정신, 지각하는 연극을 추구하는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Theaterraum : Der philosophierende Korper)을 소개합니다.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이하 철학하는 몸)은 몸의 감각을 회복하고 사유하는 연극을 지향하는 연극 공동체입니다. 2015년 서울, 첫 공식 활동을 선언한 철학하는 몸은 2016년 8월, 브레히트의 [대서양 비행횡단(Der Ozeanflug)](1929)과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Das Badener Lehrstuck vom Einverstandnis)](1929)을 서로 결합하여 각색한 작품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 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Das Badener Lehrstuck vom Einverstandnis ? Warum bist du so mude?)]를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수용하여 동시대적으로 전환시킨 철학하는 몸의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이어 2017년 7월에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동시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자본주의의 현실을 바탕으로 각색한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Capital 01]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작업으로는 2018년 2월에 있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에 선정된 [프로젝트 1917, 콜로이드]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 해 탄생 100주년이었던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의 예술과 일상에 대한 흔적들을 실험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음악극입니다. 철학하는 몸은 연극을 유희의 도구로서만이 아닌, 사유의 통로이자 시대정신의 교환의 장으로서 이해합니다. 이것은 이론과 실천의 분리를 지양하고, 모든 요소와 대상의 관계를 개방하며, 일상이 공유된 수행적 미학의 측면과 그 특징을 강조합니다. 또한 저희 공동체는 연극에 대한 실천적 의지와 태도로서, 정서적으로는 고정된 연극적 가치관을 넘어서고, 지난 경험을 확신하지 않으며, 전복적인 생산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철학하는 몸의 현재 작업들은 주로 포스트드라마적인 경향과 음악극 개념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연극의 동시대성, 음악적인 것의 수행성, 배우의 실천하는 몸, 포스트브레히트적인 것, 
윤이상의 음악과 실천, 연극의 역사화 과정의 현재화, 예술의 일상성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아터리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고 차기 작품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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