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손 없는 색시」 [연극]

손의 상실과 삶의 상실
글 입력 2018.07.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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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손 없는 색시」
 

손 없는 색시 연습 사진 (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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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손 없는 색시>는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대와 다양한 오브제들의 신선하게 느껴졌다. 인형뿐만 아니라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연극에서 배우들의 표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형은 하나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형으로 섬세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인형을 움직이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대사 그리고 연출에 따라 인형들의 표정이 다르게 느껴졌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인형의 크기나 모습들이 다르게 표현되는 것도 좋은 효과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시각적인 재미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쉬웠다. 색시가 잃어버린 손을 찾으러 아들인 붉은 점과 여행을 떠나는 과정은 괜찮았다. 하지만 초반부에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죽은 남편을 보고 슬퍼하는 설정은 너무 상투적이었다. 국내 작품 속 흔히 등장하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수동적인 모습보다는 능동적인 모습이 그려져서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색시였다면 나와 아이를 버리고 떠나버린 남편이 걱정돼서 슬퍼하다가 결국에는 원망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어쩌면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색시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색시의 손이 현명하고 새롭게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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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손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의 상실이 아니라 삶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손은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남편을 잃어서 슬퍼하던 색시는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손까지 사라져버리게 된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평범한 일상생활조차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엄청난 상처를 가진 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려고 한 것이다. <손 없는 색시>는 전체적으로 상처와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면서 살아가는지는 각자 다르다. <손 없는 색시>를 보고 임솔아 시인의 ‘예보’라는 시가 떠올랐다. 나’라는 화자는 그동안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창문 안에 갇혀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화자의 내면에 고여 있던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밀어내면서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시속의 화자처럼 자신에게 고여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없는 색시 홍보 사진 (4).jpg
 

손이 아예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손이 붙어 있는데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슬프게 다가올 것 같다.

결국, 색시의 손은 돌아오지 않지만 붉은 점은 갓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색시는 붉은 점이 있어서 이제는 손이 필요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은 갓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것보다 좋은 새 옷이 어디 있겠냐고 말한다. 이 대사는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해피엔딩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사실 색시에게는 붉은 점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불행할 것 같다. 억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차유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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