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시각예술- 사진]

글 입력 2018.07.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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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chapter 1. 날씨가 말을 걸다

 
*
햇살
- 나른한 햇살에 행복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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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 폭염이었던 이날, 내리쬐는 햇볕을 부채로 간신히 가려보지만, 햇살의 열기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전시회를 들어가자마자 밖과는 다른 햇살이 나를 반겼다. 사진이 보여주는 햇살에는 따뜻함과 싱그러움뿐만 아니라 시원함까지 보였다. 밖의 열기는 잠시 잊고 공간이 주는 햇살에 취해 사진을 구경했다.

해는 좋은 조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해가 뜨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바다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 프레이저는 빛의 굴절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에 대해 율리히 포글은 거울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해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올리비아 비는 10대의 모습을 강렬한 햇빛을 이용하여 사진으로 표현했다. 특히 올리비아 비의 사진을 장식한 나무 액자가 햇살의 싱그러움과 자유로운 느낌을 더해줬다.


*
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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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진주에서 눈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 겨울 날씨가 주는 이미지에 눈을 먼저 떠올리는 일은 드물다. 하얀 눈과 하얀 액자가 더해져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하얀색에 압도되어 눈이 나를 뒤덮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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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날씨 중에 청각으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비가 주는 다양한 소리를 좋아한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비.

내가 생각하는 비의 이미지는 순수함이다. 어린아이처럼 비가 오면 신나서 장화를 찾아 신고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우산은 필요 없다. 비를 맞기 위해 나가는 거니까. 가끔 입으로 들어오는 비의 맛은 청량하다.

비를 맞으며 수영할 때가 떠오른다. 물속에 잠수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토독토독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몸에 힘을 빼고 물속에 엎드려 있으면 내 몸에 닿는 빗줄기의 느낌이 그렇게 좋았다. 그만큼 비는 나에게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자 나를 순수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아이가 비를 맞으며 웃고 있는 이 사진을 보고 떠오른 생각에 웃음이 지어진다.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이렇게 사진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생각하게 해준다. 가끔 그 사진에 내 모습을 투영해보기도 한다.

전시의 제목에 알맞게 사진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느낌이다. 어색한 첫 만남에 공통되는 관심사를 이것저것 보여주며 나에게 말을 건다.



chapter 2. 날씨와 대화하다

나는 이제 날씨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와 더 대화하고 싶었다. 처음 친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만, 그 뒤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맞추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날씨의 색깔을 떠올려보자. 노랑, 파랑, 초록, 하얀색이 떠오른다.

날씨의 색깔을 간추려 꾸며 놓은 공간에는 노란색, 핑크, 파랑, 연두 등 다양한 색깔이 눈에 보였다. 내 키 높이에 있는 노란색 타일에 비친 내 모습은 햇빛에 일그러진 모습 같았다. 타일 색에 따라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 뒤로는 거울을 설치해 또 다른 빛의 굴절을 통해 색을 바라볼 수 있었다.

영상을 통해서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해를 받아 반짝이는 나무의 초록 잎, 노란색과 빨간색의 향연. 빛이 만들어내는 색깔과 거기에 컨트리 음악까지 더해져 풀이 무성한 마당 앞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chapter 3. 날씨를 기억하다


*
그곳에 머물렀던 당신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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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자의 벽면에 타일식으로 전시해놓은 사진 밑에는 필기체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우표를 수집해놓은 것처럼 크지 않은 정사각형 사진은 사람의 시선을 그곳에 머물게 했다. 넓게 봐도 예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예쁜 사진들이 많았다. 사진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며 작가가 기록한 날씨를 느꼈다. 내 휴대폰 사진첩에도 저장된 나의 날씨가 떠올랐다.

오늘 나의 날씨는 햇볕에 그을려 빨개진 얼굴이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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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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