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먹방, 왜 보시나요? [문화전반]

우리는 왜 먹방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글 입력 2018.07.2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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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화는 단연 ‘음식에 관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한식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를 가졌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최근에 급격하게 그 수가 늘어난 먹방, 쿡방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음식을 삶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글에서는 왜 한국인들이 음식 관련 콘텐츠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음식 관련 콘텐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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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음식 소재의 예능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과거에도 맛집을 소개하는 <생생정보통>이나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있긴 했지만, 대중적인 예능으로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은 2014년에 시작된 <냉장고를 부탁해>가 아닐까 싶다. 이와 더불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 셰프의 쉽고 재밌는 요리가 인기를 끌며 본격적으로 쿡방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며 요리 과정보다는 좀 더 먹는 것 자체에 집중한 프로그램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조용한 식사>, <식샤를 합시다>, <나 혼자 산다>, <혼술남녀>, <밥블레스유> 등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음식을 ‘먹는’ 장면이 훨씬 길고 섬세하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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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터넷 BJ들의 가지각색의 먹방과 쿡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들은 좀 더 ‘푸드 포르노’와 가까운 성격을 띤다. ‘푸드 포르노’란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한 음식 관련 콘텐츠를 말한다. 푸드 포르노는 음식의 맛에 집중하기보다 뚜렷한 색감과 과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해 보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유명 BJ들의 먹방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푸드 포르노하면 생각나는 콘텐츠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셋의 가장 큰 공통점은 ‘ASMR 형식’의 영상이라는 것이다. (ASMR : 뇌를 자극하는 소리를 통해 심리적 안정 및 쾌락을 느끼는 것)

첫 번째로 유튜버 딕헌터의 ‘욕망의 먹방’ 콘텐츠이다. 최근 ‘욕망의 연어 먹방’이 1,648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는데, 제목 그대로 음식에 대한 욕망을 극대화하는 영상이다. 손으로 연어를 쥐고 입안 가득 밀어 넣는 장면은 마치 태초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오감을 자극하는 딕헌터의 먹방은 우리 안에 있는 음식 자체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 집착을 한껏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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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유튜버 꿀키의 ‘ASMR 요리 콘텐츠’이다. 그의 요리는 정갈하고 고요한 배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요리하는 과정의 청각적,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꿀키의 영상은 음식을 먹는 과정보단 무에서 유가 탄생하는 그 과정에 집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완성된 요리를 한 입 먹는듯한 장면이 스크린 밖에서 이루어지면서 그 맛을 상상하게 하고, 따라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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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금은 특이한 ‘강아지의 ASMR 먹방’이다. 최근에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상은 유튜브 ‘Haru the Shiba Inu’에 올라온 시바견의 팝콘 먹방 ASMR이다. 이 외에도 생닭, 오리 목뼈, 상어 연골, 개 껌, 사료 등의 강아지 먹방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고 좀 놀랐다. 사람이 전혀 먹고싶지 않은 음식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영상들의 인기 비결은 아무래도 강아지의 귀여움이 가장 큰 몫을 한다. 그리고 와드득 거리고 쩝쩝거리며 먹는 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ASMR 효과 또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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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음식 관련 콘텐츠의 변화 추세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음식에 관한 감각 자극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특한 형식의 먹방이나 과도하게 많이 먹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왜 하필 음식일까?


ASMR 방식의 먹방이 아니더라도 음식 관련 콘텐츠는 그 수와 종류가 점차 다양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SNS만 켜도 사람들이 온갖 맛집의 음식들을 찍어 올린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한국에 미식가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현상이 암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은 ‘먹는 것을 통해 느끼는 쾌락’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쾌락은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인 식욕을 자극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쾌락은 짐승이든 인간이든 똑같이 얻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인간의 고유한 행복 개념’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다. 이에 동감한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정말 좋아하고 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건 항상 잠시뿐이다. 현실의 고단함과 끝없는 불안함을 잠시 잊게 해주긴 하지만 그게 지속되진 않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내가 처한 삶의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음식으로 깊은 행복감을 느끼긴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좀 더 질 높은 행복을 추구하기엔 현대인들은 시간적인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고된 일과를 끝내고 자극적이고 고열량의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가장 빠르고 쉽게 즉각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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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예고편 중)
 

그런데 식욕을 직접 채워주지도 못하는 먹방은 왜 인기일까? 나는 그 이유가 대리만족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먹방은 비현실적으로 풍성한 만찬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먹을 시간과 비용이 없다. 만약 자신이 다이어트 중이라면 더욱이나 그렇게 많은 음식은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방으로 다양한 요리를 간접 체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접 체험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내가 바로 그 후자다. 나는 먹방을 보고 나면 참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파지는데 스크린 속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큰 결핍감을 느낀다. 한 끼에 만 원이 넘어가면 나의 한 달 생활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먹방을 잘 안 본다.

그런데 나와 정반대인 사람이 바로 나의 룸메이트다. 이 친구는 잠들기 전 마지막 일과가 스마트폰으로 BJ들의 먹방을 보는 것이다. 나는 너무 신기한 마음에 “잠들기 전에 먹방 보면 배 안 고파?”라고 물었고, 돌아온 답은 “먹는 소리가 엄청 잘 들려서 내가 진짜 먹는 기분이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엔 대리만족 때문에 봤는데 요즘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자극받는 게 짜릿해서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먹방을 보는 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감각 자극과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다.



먹방, 그 이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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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유튜버 선여정의 ‘혼밥친구 바라밥’이라는 코너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이다. 이 영상의 개념은 말 그대로 혼밥친구가 되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틀어놓고 밥을 먹으면 마치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점점 혼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대부분 자취방에서 벽을 보며 혼자 밥을 먹는데, 그럴 때마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거나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며 밥을 먹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막함과 쓸쓸함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들과 밥 한 끼 하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BJ는 가장 친밀한 친구가 된다. 이는 곧 무한경쟁사회 속에서 제대로 된 관계나 공동체가 다 깨져버린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비춘다.

*

대중문화는 언제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만큼 우리 삶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먹방은 분명 우리에게 만족감을 준다. 요즘 말로 소확행을 준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이 근본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특히 친밀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게 아니라 혼자 먹방을 보는 건 잠깐의 심리적 허기를 달래줄 뿐이다. 또한, 쏟아져 나오는 음식 관련 예능들은 상업적인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겐 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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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방 콘텐츠의 이면을 분명히 알고 즐겨야 한다. 나의 영혼까지 팔아가며 대중문화를 쫓다 보면 어느새 내가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단 배부른 돼지가 되겠다”라는 말이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글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소소하지 않은 큰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진정한 행복을 매일 매일,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누릴 권리가 있다. 절대 과한 욕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소소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삶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진정 행복한 길로 용기 있게 나아가자.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분 좋은 웃음으로 아침에 눈을 뜨는 그 날까지 치열하게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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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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