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21세기의 춘향을 상상하다, < 춘향 > [공연]

글 입력 2018.07.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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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춘향>이 또 한 번 무대에 오른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춘향'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춘향>은 <왕과 나>, <심청>과 함께 떼아뜨로 봄날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대표작이다. 떼아뜨로 봄날이라하면, 관습적인 기대를 뒤집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연출로 유명하다. 즉 <춘향>의 '춘향'도 우리의 기대와는 사뭇 다를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아는 춘향은 어떤가.


그녀는 이몽룡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이다. 또, 변학도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지키는 정조의 화신이다. 신분을 비롯한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고 결국 '마님'이 된 그녀는, 말하자면 당대 서민들의 판타지다. 조선 후기 서민들은 춘향을 통해 신분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여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강조한 셈이다. 요컨대 <춘향전>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전근대적 가치를 주제로 삼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 상상력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고전의 진정한 매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데에 있다. 고전은 옛 것 그대로의 불변하는 작품이 아니라,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그 의미도 계속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계속해서 옛 작품들을 들춰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고전 속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은 이 '비틀어보기'에 가장 걸맞은 타겟이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작품들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남성에게 순종적이거나, 남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기 몸을 바치거나, 정조에 목숨을 건다. 이렇게 써놓고 보아도 그게 그거 같다. 여성 이야기에서 진짜로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 그러니까 스스로의 욕망에 귀기울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특히 춘향, 심청처럼 조선 시대 여인들은 유독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이라고 자신의 고유한 욕망이 없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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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춘향>이 탄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 사람으로서 춘향을 다시 보기 위한 작품이다. <춘향>은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성취, 좌절 등을 그려낼 예정이라고 한다. 사회적 메시지라는 껍데기를 한꺼풀 벗겨내어 인물들의 풍부하고도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새로 만나게 될 춘향은 스스로 선택하고, 욕망하고, 갈등하는 보다 입체적인 인물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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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연출이다. 이수인 연출은 이 작업에 ‘감각’을 더했다. 배우들의 미묘한 움직임과 춤, 라이브 연주와 노래를 통해 내밀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에서 떼아뜨로 봄날의 독창적인 무대 표현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춘향>은 또 어떤 상상력을 보여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다. 아마 새로운 춘향에 걸맞은 새로운 연극적 표현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 상세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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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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