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는 츄리닝 입은 춘향이가 보고 싶다. [공연]

완벽녀 성춘향의 본격 찌질 프로젝트
글 입력 2018.07.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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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츄리닝 입다가
하루 정장 입은 남자가 좋아,
아니면 매일 정장 입다가
하루 츄리닝 입은 남자가 좋아?”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종종 했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전자를 찍었었다. 어느 누가 츄리닝에 넘어갈 수가 있단 말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계기는 보기 좋은 완벽한 모습에서 나온다는 10대 소녀의 순수함이었다.
 
그런데 한 5년 정도 지난 지금, 이제는 취향이 바뀌었다. 정장보다 츄리닝이 좋다. 항상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한 모습만 보이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 냄새를 풍기며 등장하면... 보호본능아 마구 날뛰며 그대로 무장해제 되어버릴 것 같다.
 


약점이 가지는 강점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고 하기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누군가에게 유약한 민낯을 보여준다는 것은, 동시에 ‘당신이 나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는 초롱초롱한 눈망울까지 함께 보이는 것이다. 하여 비밀의 공유는 많은 경우 상대와 나의 거리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 역할을 해낸다. 목욕탕 한번 같이 갔다 오면 서먹한 사이가 단숨에 동고동락의 우정으로 승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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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춘향이는 항상 정장을 입고 있었다. 고귀한 절개를 흐트러짐 없이 지켜내는 소위 ‘완벽녀’의 자태를 춘향이는 지켜내고 있었다. 그런데 극단 떼아뜨르 봄날에서 이 완벽녀가 이판사판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녀가 입은 츄리닝이 왠지 나의 것과 닮아있을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밀려오는 건 왜일까.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그리는 발칙한 춘향


떼아뜨르 봄날.jpg
 
극단 떼아뜨르 봄날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춘향전’의 재해석이다. 그것도 그냥 재해석이 아니라, 국민 열녀 춘향이를 발칙하게 만들어버리는 통쾌한 재해석이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 앞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온갖 찌질하고 잔인하고 모호한 감정들이 지고지순 춘향이의 입을 빌어 솔직하게 ‘까발려’진다. 매일 단정한 자태로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열공모드를 펼치던 친구가 갑자기 클럽에서 머리 풀어헤치고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일 것 같다. 익숙함을 빙자한 새로움. 익숙함에서 투과되어 펼쳐지는 사랑의 모호한 감정들. 과연 어떤 맛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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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상황 안에서 완전히 비일상적인 사건이 튀어나오는 것을 ‘Uncanny한 상황’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익숙한 해운대 바다에 거대 쓰나미가 몰아닥치거나, 익숙한 한강공원에 괴물체가 튀어나오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uncanny한 상황이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역시 익숙한 틀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전개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uncanny한 색깔을 띄고 있는 것 같다.
 

“떼아뜨르 봄날의 존재 이유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에 있습니다."


떼아뜨르 봄날이 완벽한 언행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전작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청> 이라던가 <그리스의 여인들>, <트로이의 여인들> 시리즈 등의 전작들 모두 익숙한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이었다. 그것도 trendy한 속을 채워서 말이다. 이 재기발랄한 극단이 인간의 감정에 다가가는 익숙한 듯 새로운 접근방식에 더욱 오래도록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춘향
-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 -


일자 : 2018.07.18(수) ~ 08.12(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화 공연없음

장소 :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4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떼아뜨르 봄날
070-4412-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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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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