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에 맞는 여행 친구가 있다는 건 [여행]

글 입력 2018.07.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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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마음에 맞는 여행 친구가 있다. 벌써 4년째 함께 여행을 다녀왔고 이번 방학에도 그 친구랑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여행관도 맞는다니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여행관이 잘 맞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상대방의 본모습을 알고 싶다면 여행을 다녀오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여행은 미처 서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 편의상 그 친구의 이름을 제제라고 칭하겠다.

제제와 첫 여행을 가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 시절 난 1학기가 끝나갈 때까지 동기들과 특별한 관계의 진전 없이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제도 그중 하나였다. 분명 학기를 마칠 때만 해도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제제는 내게 제안했었다. 방학 때 우리 담양 가지 않을래? 그리고 제제에게 이끌리듯이 담양으로 향했다.

담양은 근방이라서 죽녹원이나 메타세콰이어길을 많이 가봤지만 메타프로방스를 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제제와 나 모두 첫 방문이었다. 프로방스 내에 벽화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더위를 식힐 겸 카페에 들어가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날이 매우 더웠음에도 신나서 함께 사진을 찍고 다녔다. 사진을 찍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여전히 카메라를 보면 의식하지만 제제를 통해서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 우리는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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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 Party 티저 사진


제제와의 여행하면 생각나는 노래도 생겼다. 담양 여행 당시 소녀시대의 Party나 빅뱅의 IF You 같은 신곡이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따. 메타프로방스에서 메타쉐타이어까지의 길을 신곡들을 스피커로 들으며 리듬에 맞춰 걸었다. 그때는 사실 그런 노래를 들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어느 날 문득 ‘레몬 소주, 난 데킬라, 넌 모히토 / 가자 제주, 캘리포니아, 로마까지’라는 Party의 노래 구절을 듣고 제제와의 첫 여행이 생각이 났다. 제주도 여행 계획과 유럽여행 계획을 동시에 세우고 있었을 때였다. 제제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너는 어쩜 그런 사소한 걸 기억하냐며 웃었고 ‘그래, 가자 캘리포니아까지!’ 하고 언젠가 북미여행도 함께하자며 그 자리에서 구두로 여행이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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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여행 도중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짧게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까지 포함해서 열여번의 여행을 무탈하게 다녀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제와 부딪히는 일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사소한 것에 서로 토라졌던 적도 많았다. 대부분은 금방 풀리고 그랬던 원인도 바로 까먹었지만 장기여행은 조금 달랐다. 제제와 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떠난 유럽여행에서였다. 예약한 숙소가 구글 지도로 인식이 되지 않아 길을 많이 헤맸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나라라 모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대부분 내가 어플을 켜서 길을 안내했는데 그날도 다른 친구들은 찾아보지 않고 내가 찾은 길에만 의존한다는 게 그때는 서운했던 것 같다. 그게 원인이 되어서 부딪혔고 서로 쌓여있었던 것들이 폭발했다. 그날 저녁 서로 감정이 상해서 간단한 대화 이외는 하지 않았고 다음날 제제와 나는 일정도 서로 다르게 했다. 덕분에 완전한 타지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시간 덕분이었을까? 냉전 상태는 그날 저녁 피자에 맥주를 마시면서 금방 풀 수 있었다.

평생 내 못 볼 꼴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프랑스에서였다. 여행 일정 내내 비가 왔었고 여행 마지막 날에는 다행히도 비가 멎어서 낮에는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에펠탑 야경을 보자고 계획을 했었다. 쇼핑을 하다가 크라페집에 들려 크라페를 하나씩 먹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눈이 빨개지고 가려웠다. 얊은 피부에서는 두드러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숨에 알레르기 증상이라는 걸 알았고 검색으로 프랑스의 전통 크라페에는 메밀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친구들은 각자 쇼핑 중이고 근처의 건물에 한국인 점원분이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 일단 쇼핑몰에서 나왔다. 한국인 점원분께 약국이나 병원이 어디있냐고 물었고 얼굴 꼴이 말이 아니였는지 엄청 걱정해주면서 위치와 처방할 약을 프랑스어로 적어주어서 진짜 감사했다. 다행히 약국은 코너를 돌면 바로 있었다. 친구들을 함께 약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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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크레페 메밀이 들어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메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초등학생 때 알게 된 후 이렇게 메밀을 많이 섭취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지 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던 것 같다. 난 정말 그날 내가 죽는 줄 알았다. 세상이 새하얗게 보이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약국에서 약도 먹은 뒤에는 약 효과가 금방 일어나서 약국 앞 쓰레기통에 내가 먹은 모든 것들을 다 게워냈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눈물은 계속 나왔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며 정신을 차리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런 나를 보고 있는 친구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나 때문에 다음 일정이 엉망이 되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하자 친구들은 너는 그 와중에서도 미안하다는 소리가 나오냐면서 등을 두들려주었다. 약사분이 그런 나를 보고 몇 번이나 괜찮냐고 앰뷸런스를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 속을 두어 번 게우고 나서는 뭔가 괜찮은 기분도 들었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약사님은 넌 정말 위험해 보여. 여기서 앰뷸런스를 부르는 건 공짜야라고 앰뷸런스를 불러버렸다. 한국에서도 타본 적 없는 구급차를 프랑스에서 처음 타고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절차를 받고 진료까지 기다리는 동안 확실히 괜찮아져서 인터뷰 콘셉트로 동영상도 찍기도 하고 여기 와서 별일을 다 경험한다면서 웃기도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진찰을 받지 않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고 친구들은 보지 못한 에펠탑 야경을 보러 갔다. 함께 야경을 보러 가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별일 없이 이렇게 추억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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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더웠던 예류 지질 공원에서...


사소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대만 여행이었을 것이다. 제제와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나는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어서 경험자로서 이것저것 예약도 하고 어디로 갈지 주도로 계획도 세우면서 리드했다. 준비대로라면 완벽한 여행을 할 수 있을 줄 만 알았다. 기대와는 달리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시점부터 삐걱거렸다. 교통카드도 제대로 사지 못해서 헤매고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려서 한 건물 안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쳐서 일정대로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다음은 찜통더위가 우리를 반겼다. 예류 지질공원이 일정이었던 날 더위 지옥을 경험했다. 지금도 그때의 더위를 추억(?) 하면서 그래도 예류보다는 덥지 않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이다. 그 지옥 같은 더위에도 기어코 한 바퀴를 돌겠다는 일념으로 공원 한 바퀴를 돌았고 제제와 나는 그걸로 녹다운이 되어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 여파는 다음날에도 영향이 가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숙소에서 보냈고 마지막날 하이라이트로 계획했던 고양이 마을 방문과 천등 날리기 체험은 날아가버렸다.

계획했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제제와 나는 그날의 저녁을 추억하고 있다. 녹다운이 된 후 숙소에서 씻고 나와서 간단히 술과 안주를 사려고 시내로 나갔었다. 손에 지파이 치킨을 들고 다시 숙소를 돌아가려는데 유려한 노랫소리가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버스킹 공연이었다. 주변 가득 사람들이 메우고 있었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서 버스킹 공연을 들었다. 어떤 분은 흥을 이기지 못하고 무대 정 중앙으로 들어와 프리 댄스를 추기도 했다. 해가 져서 선선해진 저녁에 여름 바람을 맞으며 들었던 노랫소리를 들으니 그간의 여행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노래를 들으면서 여행을 곱씹고 추억할 수 있었다. 일정대로 여행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정대로 였다면 그날의 노랫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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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교토에서


지옥 같은 더위가 있다면 지옥 같은 추위도 있다. 교토에서 유카타 체험을 미리 예약했었는데 그날은 야속하게도 눈이 내렸다. 옵션으로 내피를 추가할 수도 있었지만 그 비용을 아끼겠다고 미련하게 유카타 한 겹만 입고 밖을 나섰다. 밖에 나서자마자 내피를 추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덜덜 떨면서 은각사를 올랐다. 남들이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추워보였나보다. 춥지 않냐는 말을 일본어, 중국어, 영어 삼 개 국어로 듣는 경험을 했다. 추위 속에서도 이곳저곳 들리고 눈은 3시가 넘어서 그쳤다. 눈이 그치고 기요미즈데라를 방문했다. 그 절에서 내려왔을 때 본 노을은 오전의 추위를 싹 잊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제제와의 여행은 대부분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삐걱거릴 때도 많고 매번 허술하게 이루어진다. 헤매기 일쑤고 생각해보면 제대로 여행을 시작 한 적이 없었다. 너랑 나랑 여행은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니까! 그럼에도 제제와의 여행은 항상 즐겁다. 서툴고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뜻하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는데도 말이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서 계획대로 정해진 길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는 길이 곧 여행지가 되고 여행을 함께하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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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담양여행과 올해 부산 여행의 제제와 나


제제와 난 안 맞으면서도 잘 맞았다. 잘 맞았던 점이 많았기 때문에 4년 내내 껌딱지 처럼 붙어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는 대학생활의 종지부라고 할 수 있는 졸업 전시도 제제와 같은 파트를 맡게 되었고 준비하고 있다. 졸업 전시도 어쩌면 제제와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제와의 졸업 전시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는 마음에 맞는 여행 친구가 있다. 다음 여행은 아직 계획하지 않았지만 이 친구와 함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선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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