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노의 신세계, 프레디 켐프 리사이틀 [공연]

글 입력 2018.07.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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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 Freddy Kempf Piano recital 'The Etud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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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예술의 전당에서 프레디 켐프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엄청난 난이도의 에튀드들을 모아놓은 프로그램을 보고 공연을 보기도 전에 놀랐었는데,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

 

  

< PROGRAM >


N.Kapustin: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40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

I. Prelude
VII. Intermezzo
VIII. Finale


F.Chopin: Etudes Op.10
쇼팽: 연습곡 작품번호 10

제 1번 C장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E장조
제 4번 c샤프 단조
제 5번 G플랫 장조
제 6번 e플랫 단조
제 7번 C장조
제 8번 F장조
제 9번 f단조
제 10번 A플랫 장조
제 11번 E플랫 장조
제 12번 c단조


< INTERMISSION >


S.Rachmaninov: Etudes-Tableaux Op.39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번호 39

제 1번 c단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f샤프 단조
제 4번 b단조
제 5번 e플랫 단조
제 6번 a단조
제 7번 c단조
제 8번 d단조
제 9번 D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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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Kapustin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40


시작은 카푸스틴이었다.

Prelude는 엄숙한 공연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경쾌하게 물들였고, Intermezzo는 이를 다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Finale는 활기차게 내달리면서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켰다.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온몸이 절로 찌릿해졌다. 시대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솔직히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흥이 났다. 특히 카푸스틴 특유의 재즈적 색채가 잘 묻어 나와서 개인적으로 재즈를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작품이었다.
 


F.Chopin
Etudes Op.10


두 번째 순서는 쇼팽.

가장 유명한 에튀드인 만큼 선율이 귀에 쏙쏙 꽂혔다. No.1부터 넋을 잃고 빠져들었던 것 같다. No.1은 하프처럼 맑게 흐르는 연주에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고, No.2는 뒤틀리는 듯한 선율과 미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곡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엄청난 난이도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연주자의 손이 보이지 않는 오른쪽 좌석이라 마치 CD를 듣는 듯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쉬지 않고 미끄러지는 선율에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잘 알려진 No.3도 실제 연주로 들으니 너무나 좋았다. 다른 곡들과 비교해 다소 느린 곡인데, 그만큼 서글픈 감정이 풍부하게 전달됐다.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 외 음울한 No.6와 강렬한 No.12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감동적이었다. 켐프는 어려운 곡을 잘 연주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그만의 터치로 풍부한 감정을 살려냈다.

 

S.Rachmaninov
Etudes-Tableaux Op.39


세 번째는 라흐마니노프다.

다채로운 기교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쇼팽의 에튀드를 들을 때만 해도 에튀드의 모든 것을 만난 것만 같았는데, 라흐마니노프는 또 다른 감성을 만들어냈다. 좀 더 묵직하고 섬세하며, 깊이 있었다. 앞선 곡들과 다른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넘버마다 하나의 명확한 주제를 갖고 있는 쇼팽에 비해 라흐마니노프는 좀 더 서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선율을 그려내는 대로 늘어뜨린다는 느낌이었다.



 

켐프는 라흐마니노프의 연주에서도 손색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쇼팽과 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매끄럽고 부드러운 터치가 돋보이는 연주 때문일 것이다.
 
이런 느낌은 앵콜곡을 들으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그칠 줄 모르고 터져 나오는 박수에 켐프는 3곡이나 추가로 연주하는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쇼팽의 왈츠, 폴로네이즈, 베토벤의 비창이다. 앵콜곡인 만큼 아마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건반을 누르자마자 음악이 그와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작품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곡들이지만, 왜인지 그와 정말 잘 어울렸다. 화려하고 격정적인 곡 뒤에 듣는 잔잔한 선율이라 더욱 감동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완벽했던,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공연이었다.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었을 뿐인데 두 시간 동안 전혀 다른 세상에 간 것만 같았다. 밖은 푹푹 찌는 찜통이지만 잠깐이나마 아름다운 음악으로 꿈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니 갑자기 세상까지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역시 힐링이 필요할 땐 공연이 제격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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