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는 춘향을 잘 알고 있을까?

글 입력 2018.07.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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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많은 영화가 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지고 흥행에 성공하듯 좋은 모방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모든 모방이 같은 종류의 모방인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것처럼 사람들이 상상하던 것을 완벽히 재현해내는 모방도 있고, 기존의 것에 변형을 가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모방도 있다. 무엇이 더 어려울까? 제작자의 입장에서 후자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잘 아는 이야기에 너무 많은 변형을 가하면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낄 것이고, 재해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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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춘향>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이걸 봐야 해? ‘대한민국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춘향>이라는 인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선 시대의 열녀들을 모두 춘향류(類)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런 춘향에 대한 연극이 재밌을까? 뻔하고 다 아는 이야기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춘향>을 올리는 극단 뗴아뜨르 봄날의 전작은 ‘심청’이었다. 심청 역시 효녀의 대표인물 아닌가. 왜 그런 전형적인 인물들에 대한 극을 만드는 건지 의아했다.

하지만 춘향전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네이버 지식백과 글을 읽고 춘향이 과연 전형적인 인물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춘향전 줄거리는 알 테니 생략하고, 성춘향에 대한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을 보자.


양반 성 참판과 기생 월매의 딸로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루어 내는 진취적인 인물이다. 출신은 천민이지만, 스스로는 기생임을 인정하지 않는 강한 자존심을 지니고 있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과 부부간의 믿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정절을 보여 준다. [출처]


Q.춘향이 스스로 신분을 뛰어넘은 게 아닌데 진취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가?
Q.조선 시대 신분제란 사회에서 자신의 출신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과연 열녀의 행동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참고하는 객관적인 지식백과의 춘향에 대한 설명도 의문을 제기할 점이 많은데 예술가가 춘향을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의문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본(異本)이 80여 가지가 넘고 영화 방자전, TV방자전 등 현대에서 여러 형태로 재해석이 이뤄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싶었다.

물론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이수인 연출가와의 인터뷰를 보면 반전스런 이유가 나오긴 한다.


Q. ‘왕과 나’, ‘심청’에 이은 ‘떼아뜨르 봄날’의 세 번째 사극 시리즈인 ‘춘향’입니다. 널리 알려진 판소리의 주인공인 ‘춘향’을 무대 위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춘향의 어떤 매력에 사로잡히셨나요?

A. 사실 춘향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기보다는 전작 ‘심청’을 보셨거나 안 보신 많은 분들이 심청을 자꾸 ‘춘향’으로 잘못 부르는 경우를 많이 겪다보니 즐거운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냥 ‘춘향’도 해야 할 팔자인가 보다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춘향을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단서가 되는 인터뷰 구절이 있었다.


Q. 봄날의 작품 속 주축이 되는 인물들은 주로 ‘여성’입니다. 계속해서 이야기 속 여성 인물들을 강조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재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습니다. 남성 캐릭터는 대체로 지배적이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때문인지 어딘가 단순하고 매력이 없어 보입니다. 여성캐릭터는 어딘가 복잡하고 우울하고 쉽게 규정할 수 없어서 탐구하고 싶은 모종의 매력을 가진 듯 보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런 이유 아닐까요.


떼아뜨르 봄날의 춘향 공연에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문화이론가 수잔 손택은 ’우울은 멜랑꼴리에서 매력을 뺀 것’이라 정의했다. ’멜랑꼴리‘라는 표현 자체에 매혹적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한복에 어딘가 어두운 느낌을 주는 현대식 재킷을 걸친 연극 춘향의 이미지를 보니 떼아뜨르 봄날이 만들어낸 멜랑꼴리한 춘향이 점점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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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 -


일자 : 2018.07.18(수) ~ 08.12(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화 공연없음

장소 :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4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떼아뜨르 봄날
070-4412-1526






아트인사이트.jpg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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