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확행보다 더 확실한 행복, 아멜리에 [영화]

글 입력 2018.07.2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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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난 소확행을 즐기던 사람이었다.’이 정도 대학에 이 정도 외모에 이런 가족들과 친구들을 가진 나는 행복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고 날씨가 좋으면, 길 가다가 예쁜 귀걸이를 보면, 남자친구의 애교 있는 한마디를 들으면 그걸로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행복에 대해 가진 기준이 낮다면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보다 더 소확행을 일찍부터 깨닫고 보여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화 <아멜리에>의 감독, 장 피에르 주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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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의 감독이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부터가 특이하다. 초반부에 사람을 소개할 때 가령 아멜리에의 아빠 같은 경우는 수영 후 달라붙는 수영복을 싫어하고, 공구함을 비운 다음에 공구함을 청소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는 것을 좋아한다. 아멜리에는 곡식 자루에 손 넣기, 극장에서 영화 보는 사람들의 표정 구경하기, 물수제비뜨기를 좋아한다. 아멜리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니노는 즉석 사진기 밑에 찢어진 사람들의 증명사진을 스크랩하는 것이 취미다. 소확행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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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접한 날 아멜리에는 집안에 숨겨져 있던 오래된 보석상자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만약 상자의 주인이 감동한다면 타인을 위해 살리라고 마음을 먹고 50년 전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을 찾아다닌다. 아멜리에의 노력 끝에 상자의 주인을 찾게 되고 상자 주인이 기뻐하자 아멜리에는 타인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돕기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에게 거리를 설명해주며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기도 하고, 르누아르의 ’선상파티의 오찬‘을 그리는 도중 그림 속 여성의 표정을 그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할아버지에게 그림의 영감을 주기도 한다.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자극을 주고 새로운 한 쌍의 커플을 매칭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도움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다. 매칭시켜준 커플이 처음 한동안은 사이가 좋았으나, 각자가 가진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가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 속 여자의 표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아멜리에는 자기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며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타인들과 여러 가지 관계를 갖기 시작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아멜리에 주변 사람들의 삶도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은 너무나도 소소했지만, 아멜리에는 자신의 행복을 설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 덕분에 보석 상자의 주인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딸에게 연락할 용기를 얻어 자신의 손자와 자기가 좋아하는 닭고기를 나눠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아멜리에도 니노와 사랑을 쟁취하며 그와 자신의 취미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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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며 ’소소하지 않은 큰 행복‘을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옆에 누군가와 나누고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소소했던 것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혹은 아멜리에처럼 사소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 요가하기, 지하철에서 책 읽기, 자기 전 오늘 하루를 기록하기 등 말이다. 작은 행동이 쌓이고 우연이 반복되다 보면 아멜리에처럼 운명을 바꾸는 확실한 행복을 만나게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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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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