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표현은 중요해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7.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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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보다 음악이, 음악보다 춤이 더욱 적극적인 자기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춤이 전달하는 감정의 정도가 다른 장르보다 강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땐 붓과 물감이, 음악을 할 땐 목이나 악기가 엄밀한 의미에서 매개체가 되어준다.

반면에 춤은 아무런 물질을 거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손끝의 움직임, 강렬하고 다양한 표정, 무언가 표출하려는 몸부림 등으로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스스로 직접 매개가 되어 표현한다. 현대미술에는 붓과 물감이 필요 없을 수도 있고, 목이 목소리가 나오는 통로로써 매개체라는 것이 억지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춤이 아무 도구 없이 많은 걸 직접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장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것이다.

반강제적인 장기자랑이 매년에 한 번씩은 있었던 초등학교 시절, 나는 춤추는 걸 싫어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여 뭔가를 보여주는 게 싫었다. 그림은 배우지 않아도 그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춤은 도대체 감이 안 잡히고 자신감도 없고..뭐 여러 가지 이유로 춤을 싫어했다.

그러다 18살 때 갑자기 춤이 좋아졌다. 당시 학교에서 ‘외부의 큰 충격을 받으면 특정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국어 비문학지문을 배우고 있었고 학업 스트레스가 내 숨겨져 있던 댄스 유전자를 발현시켰다고 생각했다(잘 추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재미삼아 해본 생각이지만, 춤을 출 때 내 안에 쌓인 것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라는 점에서 나름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다.



Dance Moms



춤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건 요즘 미국 리얼리티 쇼 “댄스 맘”을 정주행 하면서였다.

이 쇼에서는 대회에 나왔다하면 상을 휩쓰는 'Abby Lee Dance Company'의 엘리트 댄스팀 소녀들의 댄스 수업, 연습, 그리고 경연 과정을 보여준다. 열심히 연습하는 소녀들을 보면 열정과 부담감, 경쟁심 등이 느껴진다.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할 당시 그들은 7세부터 11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이 어린 댄서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국을 돌아다니며 댄스 대회에 참가하는데 Abby Lee선생님은 1등이 아니면 만족하지 않으며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더 나은 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뛰어난 재능, 그리고 그들의 굳센 멘탈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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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매디 지글러(Maddie Ziegler)가 눈에 띄었다. 매디는 팀의 에이스로 불리며 수많은 1등상을 탔고 16살이 된 현재 그녀는 27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투버, 모델, 그리고 물론 댄서로 활동 중이다. 2년 전에는 카일리 제너, 루비 로즈 등을 제치고 피플스 초이스 상을 수상했다.

재주가 많은 자는 노력하는 자만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매디는 재주가 많고 노력하며 즐기는 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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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의 춤


매디는 분명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댄서지만 사람들이 그녀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그녀의 독보적인 표정연기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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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의 표정은 그녀가 춤에 얼마나 몰입해있는지 보여주고, 그 표정은 관객들도 함께 몰입하게 만든다. 매디의 공연을 보면 춤에 있어서 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은 춤은 어떤 동작을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한다.




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긍정적인 충격을 받았다. 댄서를 전면으로 내세운 뮤직비디오에는 익숙하지 않았고 특히 그것이 가창력이 뛰어난 솔로가수의 노래일 경우엔 더욱 생소했다. 노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Sia는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고 어린 Sia로 분한 한 소녀가 나온다. 바로 12살의 매디다.

앳된 얼굴에 난해한 현대무용이 합쳐져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낸다는 것이 이 뮤직비디오의 매력포인트다. 'Chandelier'가 알코올 중독과 약물남용의 공허함과 고통에 대한 곡인만큼 매디는 한 인터뷰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전 Sia와 마약과 정신착란 같은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컨셉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나이인데 말 한마디 없이 표정과 동작으로만 저렇게 많은 걸 말할 수 있다니 참 놀라웠다.



우리의 춤


언어로 표현하지 못 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 음악, 그림, 그리고 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문자는 문자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춤은 춤대로, 각각 다른 느낌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은 인간적인 감정 혹은 비인간적인 것, 사회적인 메시지, 자아성찰 등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티비에 나오는 댄서들의 너무나 멋있는 무대 위 모습 때문에 춤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꽤 만연한 것 같다. 춤에 있어서 어떤 동작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유연한지 같은 기술적인 부분들은 전문적인 댄서가 아니라면 잠시 미루어두어도 될 것 같다. 춤은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요즘 남의 눈치를 보는 게 습관화된 사람들이 꽤 많다. 춤을 통해 스스로 가두었던 테두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자유롭게 마음껏 표출해보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일 것 같다.




에디터 강혜수.jpg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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