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 번지점프를 하다 > :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7.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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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 번지점프를 하다 >, 수많은 뮤지컬 애호가들이 기다린 창작 뮤지컬이다. 故 이은주와 이병헌이 출연했던 영화 < 번지점프를 하다 >를 원작으로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사가 박천휴의 섬세한 감성이 담긴 넘버와 감각적인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이다. 필자 역시 5년 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었던 재연을 본 뒤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다렸던 뮤지컬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돌아온 < 번지점프를 하다 >는 여름밤과 어울리는 촉촉한 감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수정해 돌아왔다. 연출가가 작품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극 중의 '현재'로 나오는 시점이 2000년이기 때문에 이미 지금으로부터 18년이나 지난 과거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의 가치관으로 2000년과 그 이전인 1982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예로 초연과 재연에는 인우와 그의 친구들인 대근과 기석이 부르는 '연애의 정석'이라는 넘버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삼연에는 이 넘버가 빠지고 아예 새로운 넘버로 대체되었다. '연애의 정석'의 가사는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았을지 몰라도, 지금 들으면 썩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 가사가 있다. 그래서 과감히 그 넘버를 삭제하고 새로운 넘버를 넣은 것이다. 개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아예 새로운 넘버로 바꾼 것은 멋진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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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사랑, 이 이야기가 2018년에도 공연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인우와 태희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하지만 태희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만다. 그리고 17년 뒤, 세영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된 인우. 어느 날, 제자인 현빈에게 자꾸만 태희의 모습이 보여서 인우는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빈 역시 이 상황이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요즘 '운명'이란 것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이전보다 너무나도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다. '차단' 버튼 하나로 누군가와 인연을 끊을 수 있고, 사람 자체보다는 사람의 배경이나 스펙에 집착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쉽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인우와 태희, 현빈이 보여주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 필연적인 사랑 이야기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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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운명적인 인연은 꼭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없으면 만들 수도 있고, 그냥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마저도 운명일 것이다.

오늘도, 그 운명을 계속해서 이어나고 있는 '인우와 태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 번지점프를 하다 >는 그런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이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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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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