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춘향아, 그 때 넌 어떤 기분이었니?

글 입력 2018.07.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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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나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물론 정말 심리학과를 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상담가’로 통한다. 많을 땐 하루에 전화가 세 통씩 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쏟아내는 감정을 나눠 갖는 일을한다. 때로는 고민을 들어주다 반나절을 훌쩍 보내는 날도 있으니, 이럴 바엔 심리학과를 가서 상담사나 될 걸 그랬다며 싱거운 농담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변에서는 가끔 들어주는게 귀찮지 않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전혀 귀찮지 않다. 기쁨과 행복, 즐거움부터 시작해 우울함과 좌절, 열등감 따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감정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 한창 아트인사이트에서 예술작품에 담긴 감정에 초점을 맞춰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 ‘보암보암’을 기고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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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연극 <춘향>을 제작한 극단 떼아뜨르 봄날 역시 나와 같은 부류인듯 하다. 이미 떼아뜨르 봄날의 작품을 두 차례 접한 적이 있다. 꽤나 즐겁게봤던 <트로이의 여인들>과 <왕과 나>가 바로 그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벌어졌던 트로이 전쟁을, <왕과 나>는 이제껏 수 차례 변형되어왔던 장희빈과 숙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재만 놓고 본다면 트로이 전쟁이나 장희빈이나 진부하고 케케묵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트로이 전쟁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장희빈이 나오는 드라마는 24년쯤 된 내 인생에 벌써 두 세 번은 등장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이토록 뻔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두 연극이 매번 특이하고 새롭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기존의 닳고 닳은 서사를 반복하기 보다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곡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연극 <왕과 나>는 장희빈의 탐욕과 사랑, 절망을 내숭 없이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떼아뜨르 봄날은 역사적 고증이나 현실비판이라는 예술에게 부여된 암묵적인 ‘의무’를 벗어 던진 채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감정’에 천착해왔던 것이다.

어쩌면 떼아뜨르 봄날의 연극을 두 번이나 보러 갔던 건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떼아뜨르 봄날이 감정이라는 창구로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왔음을 알고 다시 한 번 이들의 연극 <춘향>을 보러 가기로 마음 먹은 건, 앞선 두 연극과 달리 무대 위에 흩뿌려질 춘향의 감정을 엿보고 싶다는 다분한 기대감이 작용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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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을 소재로 하면서 '멜랑꼴리'를 수식어로 단 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멜랑꼴리, 왠지 우울하고 애매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말하는 그 단어로 연극은 춘향이 사랑때문에 느껴야 했던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현실로 길어올리고자 한다. 빛바랜 책자 속에 숨겨져 왔던, 아니 '지조있는 여성'이라는 이름에 감추어 왔던 성춘향의 리얼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고자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극 <춘향>은 아마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춘향아, 그 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니?





춘향
-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 -


일자 : 2018.07.18(수) ~ 08.12(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화 공연없음

장소 :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4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떼아뜨르 봄날
070-4412-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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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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