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머무른 생각] 어떤 시작

모든 시작은 어렵다
글 입력 2018.07.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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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ola! Bunos dias!

최근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늘 배워야지, 배워야지 생각만 하면서 미적거리다가 ‘여행’이라는 결정적인 계기가 생겨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 ‘나는 학생이다’ ‘이 방은 넓다’등의 표현을 배우고 있다. 이처럼 아주 기초적인 표현들과 인사말, 일상 회화 표현들을 공부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숨이 푹푹 나온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것이 취미이지만, 어떤 것의 ‘시작’은 늘 설레면서도 동시에 막막하다.
 
한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까지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언어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할지 가늠이 어렵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쯤 내가 이 언어를 ‘잘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10분, 1시간, 1주일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할 날이 오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캘리그래피를 시작했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2.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지는 대략 3년이 좀 더 지났다. 언제 캘리그래피 도구를 사서 글씨를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날짜는 가물가물하지만, 처음 캘리그래피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뭘까’ 싶었다.

캘리그래피라고 검색창에 치면 붓펜을 이용한 작품들이 나오기에 붓펜을 사서 사용했는데, 생각만큼 예쁘게 써지지 않았다. 필기를 깔끔한 글씨로 하는 것과 캘리그래피는 참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감도 없어지고,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고, 괜히 시작한 건가 후회도 했다.
 
그렇게 ‘캘태기(캘리그래피+권태기)’가 올 때쯤,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다시금 캘리그래피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 더 일찍 시작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구도 바꾸고, 흥미를 붙일 수 있는 대상도 찾았다.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러 다니면서 글씨를 연습할 동기도 생겼다.


3. 
3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저는 캘리그래피를 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이제는 글 전체의 짜임새나 그림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듯이 예전 작품들부터 가장 최근에 만든 엽서까지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는데, 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 글씨는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를 가장 마음에 드는 잉크로 적어본 것이다.

아무리 시작이 막막하더라도, 언제쯤 잘하게 될 수 있을지 앞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형식으로든 놓지 않고 꾸준히 붙잡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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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이-한숨 中 / written by. 박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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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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