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연주하는 예술가, 프레디 켐프

그 이상을 연주하다
글 입력 2018.07.28 19: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_크기변환_KakaoTalk_20180728_165308543.jpg
연주회 시작 전


아트인사이트의 첫 문화 초대 공연으로 프레디 켐프의 에튀드 연주를 보러 서울로 향했다. 프레디 켐프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로 붐볐고, 그 속에서 나는 긴장 속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공연 안내 방송이 나오고 그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연주가 시작되었다.



Program



카푸스틴 N.Kapustin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40

I. Prelude
VII. Intermezzo
VIII. Finale


쇼팽 F.Chopin

연습곡 작품번호 10
Etudes Op.10

제 1번 C장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E장조
제 4번 c샤프 단조
제 5번 G플랫 장조
제 6번 e플랫 단조
제 7번 C장조
제 8번 F장조
제 9번 f단조
제 10번 A플랫 장조
제 11번 E플랫 장조
제 12번 c단조
 

라흐마니노프 S.Rachmaninov

회화적 연습곡 작품번호 39
Etudes-Tableaux Op.39

제 1번 c단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f샤프 단조
제 4번 b단조
제 5번 e플랫 단조
제 6번 a단조
제 7번 c단조
제 8번 d단조
제 9번 D장조


 
에튀드는 예술이다.

에튀드의 사전적 의미는 '습작',  '연습'이라는 뜻이다.
즉, 음악의 연습 곡이라는 뜻이다.
과거 에튀드는 연주자 손을 위한 곡이었고, 연습을 위해 쓰인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곡이었을지 몰라도 쇼팽이, 라흐마니노프가, 카푸스틴이 아니라는 것을 프레디 켐프의 연주를 통해 깨닫게 해주었다.

"저는 에튀드가 모든 작곡가에게 특별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이 그 악기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에튀드를 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 프레디 켐프의 인터뷰 中

앞서 프레디 켐프의 말처럼 연주를 듣는 순간 에튀드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그의 음악적 사고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의 연주는 다채로웠고 한 마디로 예술이었다.



그는 예술가이다. 에튀드의 예술가.


먼저 위의 프로그램 순서대로 카푸스틴의 곡을 연주하였다.

카푸스틴은 정통 클래식과 재즈 이디엄으로 주를 이루고, 작품 자체의 고도의 기술이 있지만, 클래식과 재즈의 개념적 변주가 모호해서 정통 클래식 연주자들이 연주를 꺼려 해왔던 작곡가이다. 재즈의 곡들이 그렇듯, 왼손에 오른손과 별개로 독자적인 멜로디 라인과 리듬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정통 클래식 연주자들이 힘들어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디 켐프는 그것의 통념을 보란 듯이 깨 보였다. 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이겨내고 차분히 카푸스틴의 곡을 연주하였다. 강박과 약박을 번갈아 치며 피아노를 통해, 그의 손끝을 통해서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연상시키게 하였고, 특히 마지막 8번 곡에서는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밀도 높은 연주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멀리서 본 그의 체구에서 강한 어떤 것의 에너지가 내 자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잠깐 틈을 가지고 이어 쇼팽의 곡을 연주하였다. '에튀드'의 거장. 교습 용이 아닌 콘서트용으로 정착시킨 쇼팽의 곡을 과연 프레디 켐프는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앞의 카푸스틴의 연주를 듣고 나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쇼팽의 에튀드의 10번 속에 포함된 12곡 모두를 연주한 프레디 켐프는 그야말로 즐거움과 슬픔, 고통과 환희, 이별과 사랑, 밝음과 어두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프레디 켐프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 연주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특히 제 10번 A 플랫 장조는 다양한 기교적 난제를 품고 있는 작품으로 연습곡 중에서도 최고로 해당된다고 들었는데, 그는 여러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다채로운 연주를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모든 연주가 감동적이었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두 연주를 꼽자면, 그중 하나가 쇼팽의 마지막  제 12번 c단조였다. '혁명'이라는 부제로도 유명한 이 곡은 쇼팽이 1831년 고국을 뒤로하고 파리로 떠나는 중 러시아군이 바르샤바를 침략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개하며 작곡한 곡이라는 말도 있다. 제 5번 G 플랫 장조의 밝고 화려한 분위기와는 달리, 그의 분노와 슬픔, 우울감이 느껴지는 연주는 상당히 무겁고, 장엄하게 느껴졌다. 그의 연주에서 나오는 장엄한 에너지는 무대를 꽉 채우고 모든 관객을 숨죽이게 하였다. 정말 놀라웠다.


꾸미기_크기변환_KakaoTalk_20180728_165313500.jpg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회화적 에튀드에 있어 가장 난해하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회화적'이란 제목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표현적 상상력과 캐릭터들을 명시하고 있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이 레스피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잠깐 동안의 휴식을 가지고 돌아온 프레디 켐프는 제 1곡 c단조로 매우 격렬하고 빠르게 반복되는 화음으로 이루어진 두 번의 클라이맥스를 표현하며 시작하였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연주 중 나머지 하나는 그다음에 있었던 2번 a단조 '진노의 날' 찬트에 대한 그의 애정을 마음껏 분출한 곡이었다. 왼손이 조용히 연주하고 셋잇단음표 위로 오른손은 낮은 음과 높은 음의 선율을 번갈아가며 연주한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바다와 갈매기를 표현했다고 했는데, 프레디 켐프의 연주에서는 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과 사랑, 추억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화려한 교향악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9번 D장조를 끝으로 그의 연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끝이 났다. 그가 퇴장할 때까지, 아니 퇴장하고 나서도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프레디 켐프가 우리의 박수를 들었는지, 다시 돌아와 3번의 앙코르 연주를 해주었다. 앙코르 연주는 그의 에튀드 연주의 매력 말고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감히 앙코르 공연이라고 말하기도 뭐 한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꾸미기_크기변환_KakaoTalk_20180728_165307235.jpg
프레디 캠프의 연주가 끝난 뒤
사인회를 기다리는 관객들


연주가 끝난 뒤 그의 사인회가 열렸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처럼 이 기회를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나 보다. 이렇게 긴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모두 그의 연주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 연주회를 보고 느낀 바와 생각이 달랐겠지만, 감동 벅찬 이러한 소중한 연주회를 들려준 프레디 켐프에게 고마운 생각을 든 것은 하나같이 똑같았을 거다.

이렇게 긴 대기 줄과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박수를 보면 알 수 있다.

꾸미기_크기변환_KakaoTalk_20180728_165305988.jpg


줄을 서고 기다린 끝에,
나도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그에게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게 되어 기뻤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14.jpg


에튀드는 예술이다.

그리고 프레디 켐프는
예술을 연주하는 예술가였다.





유진아.jpg
 

[유진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