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IKEA [문화공간]

이야기의 문화 공간 IKEA
글 입력 2018.07.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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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EA
이야기의 문화공간


Opinion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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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한 건 꽤 오래 전이었다. 커다란 나무를 조립하기 위해 상다리가 될 나무 판자를 붙들고 뚝딱뚝딱하고 나니, 나만의 책상이 완성되었다. 할머니 댁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책상을 이따금씩 볼 때마다 나는 내가 나사를 박은 흔적과 방향을 잘못 돌려 넣어 어딘가 어색한 부분을 만져보곤 한다. 사실 그 책상을 조립할 당시에는 꽤 힘들었다. 힘든 기억이라도 그런 기억이 남는 물건들은 내 방엔 몇 없기 때문에 더 애틋한 감정이 남아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가구에 불어넣은 이케아의 전략은 꽤나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케팅 뿐만 아니라 가사를 쓸 때도 이야기의 중요성은 절실하다. 스토리있는 가사를 만들기 위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상상하거나 전해 들은 간접적인 것들로 채워넣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상황과 캐릭터 없는 가사는, 기억이 없는 평범한 가구와 같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가사의 스토리와 이케아 가구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최근에 방문했던 이케아 매장에 그 '이야기'가 있다.

*

이케아 매장은 스토리를 만들어 가구를 놓는다. 마치 가사를 쓰기 전 캐릭터를 만들고 쓰는 것처럼 각 가구에 어울리는 공간에 캐릭터를 만들고 방문객들이 그 공간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감정이입한 방문객들이 자신들의 원래 역할은 소비자임을 깨닫고 구매를 하게 만든다. 소비자의 마음이지만 그곳의 제품은 판매를 위해 진열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 공간에 꼭 필요한 가구라고 느껴졌다. 가격표가 달려있어도 판매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건 개성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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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품은 가구의 캐릭터를 결정한다.
 

억지로 전달하려는 느낌이 들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맥락과 이야기가 없는 소품과 가구들은 존재의 의미를 잃는다. 그 맥락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억지로 공감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 이케아 매장에는 그 소소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산다. 아, 이런 이야기를 써야 할 텐데. 디자이너들은 틀림없이 글과 가사도 기가 막히게 쓸 것이다.


공간

위압감이 느껴지는 다른 매장과는 달리 이케아 매장은 내가 살고싶은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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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과 판매장이 분리되어있는 공간 인식도 인상깊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당연히 ‘구매’를 마음 속에 두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품들을 보기 마련이지만, 나는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오로지 구매를 위해 걸어다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에서 데이트를 하는 연인은 이케아에서 부부인양 놀러다니던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에서도 쉽게 신혼부부, 커플 등 행복한 연인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케아의 공간은 연인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과 키즈존이 매장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 이케아에서 어린이들은 더이상 쇼핑에서 배제되어 어른들을 쫓아다녀야 할 존재가 아니다. 이케아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도 고객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쇼핑몰보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와 다그치는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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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족의 구성원에
네 발 달린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문화공간’이 꼭 예술, 공연,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케아 ‘매장’은 매장을 넘어서 복합문화공간의 지위를 획득했다. 찾아온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가구 속에 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케아는 자리 잡았다. 이케아의 이야기는 가족을 위한, 연인을 위한, 아이를 위한, 강아지를 위한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가구의 구매와 함께 그들의 품에 안긴다. 그래서 이번주 이야기는, 신혼부부가 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케아 매장을 설렘과 행복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야기

우리 오늘 뭐하러 갈까요
늘 가던 곳은 말구요
우리 함께 하는 곳에 가요
너와 같이 가면 좋을까봐요

방을 꾸며볼 거에요
우리가 평생 함께 할
벽에는 우리 사진 한 장
침대 맡엔 인형 하나

서로를 닮은 컵 하나씩 들고서
행복한 미래를 꿈꿔요

*
같이 살래요, 그대와
함께 갈래요, 그대와
작은 집에 발을 딛고, 매일 함께 눈을 뜨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줘요

우리 오늘 뭐하러 왔나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언제나 함께 올까요
평생을 약속해 좋은가봐요

서로를 닮은 아이를 그리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꿔요

*
같이 살래요, 그대와
함께 갈래요, 그대와
작은 집에 발을 딛고, 매일 함께 눈을 뜨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게요

힘든날도 있겠죠 그런날엔 
내 왼쪽과 그대 오른쪽
우리 작은 인형 손잡고

*
같이 살래요, 그대와
함께 갈래요, 그대와
작은 집에 발을 딛고, 매일 함께 눈을 뜨고
우리 이야길 그려봐요


작사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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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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